10년만에 친부모 찾아 보리출판사로 돌아온 <개똥이 그림책>… 50권으로 재구성해서 서점판매
책에도 인생유전이 있다. 내용은 그대로인 채 찍어내는 출판사가 바뀌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출판사에서 별볼일 없던 책이 저 출판사에 가서 효자가 되기도 하고, 혹은 그 반대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잘 팔리면서도 여기저기 옮겨다니는 책도 있다. 이른바 ‘3대 대하소설’들이 대표적이다. <토지> <장길산> <태백산맥>이 모두 출판사를 한두번씩 바꿔친 책들이다.
이처럼 사람으로 치자면 ‘호적이 바뀌는’ 경우는 사실 책시장에서 비일비재한 편이다. 그런데 무척 드물지만 책이 ‘입양’되는 경우도 있다. 어린이책 전문 보리출판사가 최근 펴낸 ‘개똥이 그림책’이 바로 이런 사례다.
부잣집, 웅진으로 입양보냈던 10년 전
‘개똥이 그림책’은 원래 웅진출판에서 ‘올챙이 그림책’이라는 이름으로 지난 91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꼭 10년 동안 판매해온 3∼5살짜리 어린이용 그림책이다. 책은 웅진출판에서 나왔지만 이 책을 기획한 것은 보리기획이었다. 교수직을 떨치고 공동체운동가로 변신해 화제가 됐던 윤구병씨를 비롯해 강순옥, 심재원씨 등이 모여 1988년 발족한 보리기획은 당시로선 드문 어린이책 기획집단이었다. 그리고 올챙이 그림책은 보리기획이 3년 동안 기획해 내놓은 첫 번째 성과물이었다. 기획이 완성된 1991년 당시 보리기획은 이미 보리출판사란 이름으로 출판사 등록을 해놓은 상태였다. 그러나 영세한 신생출판사가 처음부터 60권짜리 대형 문고판을 내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무엇보다도 경제력이 따라주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보리기획은 좀더 큰 출판사를 통해 널리 책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판단해 방문판매망이 탄탄한 웅진출판에 인세를 받기로 하고 그림책을 넘겼다. 계약기간은 10년이었다. 이 10년 동안 올챙이 그림책은 어린이책시장에서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다. 우리 땅과 우리 자연에 대한 따듯한 시각, 그리고 생명과 공동체정신을 강조하는 내용이 좋은 평판을 얻으면서 부모들이 어린 자녀에게 사주는 첫 번째 그림책으로 자리를 굳힌 것이다. 10년 동안의 총판매량은 대략 40만질 이상으로 추산된다. 낱권으로 계산하면 무려 2000여만권이란 놀라운 숫자가 나온다. 그 사이 보리출판사도 성장을 거듭했다. 올챙이 그림책에서 나오는 저작권 수익이 보리출판사에 재투자되면서 내놓은 다양한 어린이용 도감들과 단행본이 좋은 반응을 얻었고, 보리출판사는 색깔이 분명한 어린이책 전문출판사로 이미지를 굳혔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올해 첫 작품이었음에도 직접 출판하지 못했던 ‘올챙이 그림책’을 드디어 되찾아왔다. 가난했던 시절 어쩔 수 없이 자식을 부잣집에 입양보냈던 부모가 집안을 일으켜 자식을 다시 데려온 셈이다. 어린이책 시장에서 어떤 성적 얻을까 이런 사연 때문에 이 책을 다시 내는 보리쪽의 감회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이미 살 만한 사람들이 많이 샀다는 점 때문에 예전과 같은 인기는 보장하지 못해도 보리출판사의 이름으로 이 책을 펴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름도 굳이 ‘개똥이 그림책’으로 다시 지었다. 친부모를 만난 개똥이 그림책은 웅진 시절과는 다소 바뀌었다. 60권 분량이던 것을 추리고 다듬어 감성발달을 돕는 책(9권), 바른 습관 형성을 돕는 책(9권), 가치관 형성을 돕는 책(9권), 인지발달을 돕는 책(9권), 통찰력 형성을 돕는 책(9권), 자연관찰을 돕는 책(5권) 등 50권으로 구성했다. 또한 방문판매로만 팔던 것을 서점에서 낱권(각권 4500원)으로도 살 수 있도록 판매방식도 바꿨다. 현재 어린이책시장은 책들이 쏟아질 대로 쏟아져나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친부모에게 돌아가 새이름을 달고 이 불꽃튀는 시장에 뛰어든 개똥이 그림책이 과연 어떤 성적표를 받아올까.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개똥이 그림책’은 원래 웅진출판에서 ‘올챙이 그림책’이라는 이름으로 지난 91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꼭 10년 동안 판매해온 3∼5살짜리 어린이용 그림책이다. 책은 웅진출판에서 나왔지만 이 책을 기획한 것은 보리기획이었다. 교수직을 떨치고 공동체운동가로 변신해 화제가 됐던 윤구병씨를 비롯해 강순옥, 심재원씨 등이 모여 1988년 발족한 보리기획은 당시로선 드문 어린이책 기획집단이었다. 그리고 올챙이 그림책은 보리기획이 3년 동안 기획해 내놓은 첫 번째 성과물이었다. 기획이 완성된 1991년 당시 보리기획은 이미 보리출판사란 이름으로 출판사 등록을 해놓은 상태였다. 그러나 영세한 신생출판사가 처음부터 60권짜리 대형 문고판을 내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무엇보다도 경제력이 따라주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보리기획은 좀더 큰 출판사를 통해 널리 책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판단해 방문판매망이 탄탄한 웅진출판에 인세를 받기로 하고 그림책을 넘겼다. 계약기간은 10년이었다. 이 10년 동안 올챙이 그림책은 어린이책시장에서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다. 우리 땅과 우리 자연에 대한 따듯한 시각, 그리고 생명과 공동체정신을 강조하는 내용이 좋은 평판을 얻으면서 부모들이 어린 자녀에게 사주는 첫 번째 그림책으로 자리를 굳힌 것이다. 10년 동안의 총판매량은 대략 40만질 이상으로 추산된다. 낱권으로 계산하면 무려 2000여만권이란 놀라운 숫자가 나온다. 그 사이 보리출판사도 성장을 거듭했다. 올챙이 그림책에서 나오는 저작권 수익이 보리출판사에 재투자되면서 내놓은 다양한 어린이용 도감들과 단행본이 좋은 반응을 얻었고, 보리출판사는 색깔이 분명한 어린이책 전문출판사로 이미지를 굳혔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올해 첫 작품이었음에도 직접 출판하지 못했던 ‘올챙이 그림책’을 드디어 되찾아왔다. 가난했던 시절 어쩔 수 없이 자식을 부잣집에 입양보냈던 부모가 집안을 일으켜 자식을 다시 데려온 셈이다. 어린이책 시장에서 어떤 성적 얻을까 이런 사연 때문에 이 책을 다시 내는 보리쪽의 감회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이미 살 만한 사람들이 많이 샀다는 점 때문에 예전과 같은 인기는 보장하지 못해도 보리출판사의 이름으로 이 책을 펴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름도 굳이 ‘개똥이 그림책’으로 다시 지었다. 친부모를 만난 개똥이 그림책은 웅진 시절과는 다소 바뀌었다. 60권 분량이던 것을 추리고 다듬어 감성발달을 돕는 책(9권), 바른 습관 형성을 돕는 책(9권), 가치관 형성을 돕는 책(9권), 인지발달을 돕는 책(9권), 통찰력 형성을 돕는 책(9권), 자연관찰을 돕는 책(5권) 등 50권으로 구성했다. 또한 방문판매로만 팔던 것을 서점에서 낱권(각권 4500원)으로도 살 수 있도록 판매방식도 바꿨다. 현재 어린이책시장은 책들이 쏟아질 대로 쏟아져나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친부모에게 돌아가 새이름을 달고 이 불꽃튀는 시장에 뛰어든 개똥이 그림책이 과연 어떤 성적표를 받아올까.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