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밴드 ‘파블로프’의 멤버. 왼쪽부터 오도함(보컬), 박준철(베이스), 조동원(드럼), 류준(기타·코러스). 러브락컴퍼니 제공
사실 <한껏 조여진>의 뮤직비디오는 유출되지 않았다. 야동에서 힌트를 얻었으되 19금 딱지도 달지 못한 수위에 머물지만 ‘그냥 그렇게 됐다’며 있음직한 설정을 만들고 페이스북 구독자들을 웃겨준 것이다. 또 다른 대표곡 <이미 끝났다는 걸>의 뮤직비디오도 거짓말을 한다. 영화의 엔딩 크레디트로 구성해 끝까지 자막만 길게 쏟아지는 영상인데, 본편은 따로 있으며 아직 극장을 못 잡아서 그렇지 개봉 임박이라고 포스터까지 만들어 홍대 거리에 붙여놨다. 영화는 찍지도 않았다. 그들의 귀여운 거짓말은 충분한 성과를 봤다. 앨범 발매 직전만 해도 200명에 지나지 않던 페이스북 구독자 수는 1천 명에 다가가는 중이고, 뮤직비디오는 유출과 개봉에 대한 무성한 소문 덕에 조회 수 3천 건을 넘어섰다. 음악을 만드는 것은 뮤지션의 몫이지만 전달과 홍보는 기획사의 업무다. 파블로프 소속사 러브락컴퍼니의 기명신 대표는 접근 가능한 매체들의 상이한 성격을 파악한 뒤 밴드 소개용 보도자료를 네 가지 버전으로 작성해 여기저기 돌렸다. 비슷한 시기에 새 앨범을 발표한 아이유와 경쟁하려면 단순히 준수한 음악과 그에 따른 순수한 설명만으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인디 레이블 대부분이 영세하다. 밴드 관리 인력이 턱없이 적어 전략이니 혁신이니 하는 개념을 적용하기 어렵다. 소란 마케팅, 아이유와의 경쟁 무기 결국 근본, 즉 좋은 음악으로 승부하거나 운을 기다린다. 러브락컴퍼니의 상황도 다르지는 않지만 적극적으로 소란의 마케팅을 준비할 수 있었던 힘은 밴드 자체에서 나왔다. 다듬어 퍼뜨릴 만한 재미있는 이야기와 풍성한 아이템을 이미 스물여섯 살의 강북 청년들이 갖고 있었고, 실무자들은 그걸 토대로 작전을 짰다는 것이다. 그건 실패의 역사이기도 했다. 파블로프는 1집이 늦었을 뿐 녹음과 공연에 대한 경험을 일찍이 쌓아왔다. 그러는 동안 각종 신예 밴드 선발대회에 부지런히 출전했지만 다 떨어졌다. 사우나 가운을 입고 경연장의 한복판에 선다거나 매트를 깔고 요가를 선보이곤 했는데, 심사위원과 청중을 웃기는 일에는 성공했지만 그럴수록 수상과는 멀어졌다. 유머와 소동으로 소통하는 그들의 노하우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결합해 서서히 반응을 얻기 시작했고, 정식 앨범 발매와 함께 소속사의 각색을 통해 체계를 이뤘다. 웃겨도 음악이 미달이면 의미를 얻지 못한다. 파블로프는 나이답게 까불고 나이답게 뜨겁다. 그리고 기본을 갖추고 돌파구를 모색한 끝에, 흔하거나 ‘싼티’ 나는 소재로 세련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밴드로 나아간다. 이민희 음악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