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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탄저균이 생명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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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10-24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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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생포자 형태로 경구·흡입 통해 감염… 혈액 속에서 패혈증 일으켜 죽음 불러

사진/ 미국 시민들은 탄저균 공포에 몸살을 앓고 있다. 탄전균 감염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검사를 하는 모습.(SYGMA)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가 탄저균에 대한 공포로 떨고 있다.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이 작은 병원균 테러가 전세계를 예외없이 공포로 몰아넣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공항이나 대합실 등의 장소에서는 봉지에 든 하얀색의 가루만 발견되어도 테러에 이용되고 있는 탄저균이 아닌가 하며 불안해 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이 불안심리를 이용해 설탕이나 밀가루를 가지고 행해지는 장난범죄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탄저균과 같은 이러한 생화학무기는 병원성이 강한 미생물이나 바이러스, 그리고 인체에 유해한 화학물질이 전쟁이나 테러의 도구에 이용되는 것이다. 생화학무기는 일반적으로 핵을 보유하지 못한 약소국가들이 자국의 안전을 위해 만든 대량 파괴를 목적으로 하는 극단적인 무기이기에 ‘빈곤층의 무기’로 불리기도 하지만 방법론에서는 비윤리적인 것으로 취급되고 있다. 이러한 생화학무기는 다른 기존의 파괴용 무기와 달리 안전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이것을 사용하기 위해선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 하지만 기존의 다른 파괴용 무기와 달리 생산과 사용, 그리고 은닉이 용이하기 때문에 항상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수단으로 이용돼왔다.

주로 오염된 사료나 풀에 의해 전염


생화학무기도 특성에 따라 크게 분류하면 생물학무기와 화학무기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이름에서 나타난 것과 같이 질병을 일으키는 미생물이나 바이러스들이 이용되면 생물학무기이고, 인체에 유해한 화학물질이 이용되면 화학무기로 분류된다. 이번에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발견되고 있는 탄저균은 생물학무기이다. 미국질병예방센터(CDC)는 탄저균을 국가안보에 위협을 줄 수 있는 악성 생물학무기로 이미 분류한 바 있다.

의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탄저병은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는 악성 감염성 질환이다. 이것은 보통 감염된 소나 돼지, 말 등과 같은 가축과 직접 접촉하거나 감염된 동물의 고기를 먹을 때 전염된다. 탄저병이 풀을 먹고 사는 초식동물에게 많은 이유는 주로 이들이 오염된 사료나 풀을 먹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람들은 대부분 피부를 통해 오염된 동물로부터 탄저균이 감염된다. 하지만 경구나 흡입에 의해 탄저병이 감염되기도 한다. 따라서 지금까지 이 병은 동물과 접촉이 많은 수의사나 농부, 낙농업자, 도살업자, 피혁업자들에게 많이 나타나고 있다.

특이한 것은 이 균은 환경이 나빠지면 ‘내생포자’(endospore)라는 것으로 전환이 된다는 것이다. 많은 세균이 내생포자를 형성하는데 이것은 탈수된 세포이다. 세포 내 성분이 휴면상태에 있고 모든 대사활동이 중지되어 강한 내성을 갖는다. 따라서 열악한 외부 환경에서도 죽지 않는 특성이 있어 건열 조건으로 150도나 되는 온도에 30분에서 한 시간가량 두어도 살아남는 특성을 보인다. 특이한 점은 이러한 내성포자 역시 외부 환경이 좋아지면 수분을 흡수해 세균이 다시 활성을 되찾아 번식을 한다는 것이다. 이번에 미국에서 발견된 백색가루의 형태는 바로 탄저균의 내생포자 형태로, 경구나 흡입을 통해 감염된다. 사람이 이러한 탄저균의 내생포자를 흡입하면 소장으로 들어가 증식을 한다. 뒤에 이 탄저균이 혈액으로 들어가게 되면 패혈증을 일으켜 사망에 이르게 된다.

테러분자들이 미국 테러에서 생화학무기를 사용한 이유는 이 탄저균 내생포자가 갖고 있는 특성 때문이다. 탄저균 내생포자는 일단 감염이 되면 하루에서 길게는 일주일 정도의 잠복기간을 갖는다. 세균 역시 색이나 맛, 냄새가 없는 무색, 무미, 무취의 특성이 있어 이것을 공기를 통해 전염시키면 감시나 추적을 받지 않고 테러에 이용할 수 있다. 따라서 뉴욕에서 행했던 비행기 테러에서처럼 테러요원의 파견없이, 우편 등의 방법으로 탄저균 내생포자를 보낼 수 있다. 만약 테러의 대상이 되는 사람이 이 우편물을 펴보게 되면 공기중으로 탄저균 내생포자가 퍼져 같은 공간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탄저균은 역사적으로 오랜 기록을 갖고 있는 미생물이다. 탄저균이 처음으로 문헌에 기록된 것은 기원전 1500년경까지 거슬러올라간다. 사실 탄저균은 질병의 원인으로 처음 발견된 세균이기도 하다. 그러다 기원후 1800년경에 이르러 프랑스의 세균학자였던 파스퇴르에 의해 처음으로 탄저균에 대한 최초의 동물 백신이 만들어졌다. 1897년에는 로베르트 코흐에 의해 탄저균 배양에 성공했고, 실험적으로 탄저병을 유발하는 데 성공을 거두었다.

생물학무기가 두려운 이유는 이것이 기초적인 생물학적 생산기술만 갖추고 있으면 누구나 많은 양의 세균을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탄저균의 내생포자의 경우 내성이 강해 오랫동안 보관이 가능하고, 열악한 외부 환경에서도 잘 견디기 때문에 미사일이나 대포 등을 이용한 대량 살포의 위험성마저 있다. 현재 미 국방부는 이라크를 비롯한 많은 잠재적 가상 적성국들이 생물학전을 벌일 능력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이라크는 탄저병 내성포자를 이용한 생물학무기를 이미 생산했고 무기화할 능력도 갖추고 있는 나라로 판단하고 있다. 미국 조사단의 발표에 의하면 이라크는 1980년대에 이미 8천리터 규모의 탄저균 내생포자를 생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양은 지구상의 모든 인류를 파멸시킬 수 있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우리나라도 탄저균 고위험지역에 포함

사진/ 생물학무기로 미국테러에 사용된 탄저균의 모습(위/GAMMA). 이 균에 감염되면 탄저병에 걸린다. 학명은 바실러스 앤스래시스(Bacillus anthracis)이다. 아래는 최근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탄저균 항생재(SYGMA)
생물학무기가 두려운 또다른 이유는 화학무기와 비교해볼 때 질량 대비해서 수십만배나 강력한 위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생물학무기에는 미국인을 공포에 몰아넣고 있는 탄저균뿐만 아니라 보툴리눔, 페스트, 천연두, 툴라레미아, 유행성 출혈열 바이러스 등 여러 가지가 있다. 미 국방부 보고서에 의하면 지난 1998년 전세계에 주둔하는 200만명 이상의 미 병사를 대상으로 탄저병 예방백신을 실시하는 정책을 입안해 ‘탄저병 예방백신 프로그램’으로 명명된 이 프로그램을 미 상원에서 통과시켰다. 오는 2003년까지 3단계에 걸쳐 시행되는 이 프로그램은 한국을 이라크와 가까이 있는 나라인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바레인, 요르단, 아랍 에미리트와 함께 고위험지역에 포함시켰다. 미국과 다른 여러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생물학무기 테러를 교훈삼아 우리도 이제는 우리의 생존을 위해 생화학무기에 대한 대비책을 심각하게 고려할 시기가 온 것 같다.

이종찬의 건강 바로읽기

조폭시대에 건강하게 사는 법

언론에서는 ‘조폭의 시대’라고 말한다. 영화 <조폭 마누라>에 수백만명의 관객이 몰리면서 <넘버.3> <주유소 습격사건> <친구> <신라의 달밤> <엽기적인 그녀> 이래로 이어지고 있는 조폭시대를 확실하게 다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사회는 지금 농경사회, 산업사회, 탈(후기)산업사회의 세 문화가 중첩적으로 얽혀 있다. 200, 300년에 걸쳐 이루어졌던 서구의 근대를 단 30년 만에 따라잡으려고 하다 보니 이런 압축성장으로 인한 문화적인 변동은 해방 이후의 정치적인 격동 못지않은 사회적 혼란을 크게 초래하고 있다. 민주와 인권을 위해 싸웠던 1980년대까지는 그래도 지금보다는 혼란이 덜 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한국인의 몸에 대한 도덕적 담론과 규율이 1980년대까지는 조선 성리학의 울타리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그런데 1990년대 들어오면서 몸의 규율과 담론에 대한 성리학적 울타리를 깨려는 문화적 움직임이 사회 곳곳에서 일어났다. 이른바 ‘서태지 신드롬’은 이런 움직임이 신세대들에 의해 본격적으로 환영을 받기 시작한 전형적인 문화 혁명이라고 보인다. 학자 중심의 지식인이 아니라 가수가 이 흐름을 주도했다는 데 서태지가 문화사에서 차지하는 의미가 있다.

이런 맥락에서 ‘조폭’영화들을 감상해야 한다. 신세대들이 조폭영화를 보러와서 조폭문화를 배우게 되니 영화 검열을 더욱 철저히 해야 한다는 사고방식은 참으로 우스꽝스럽다. 오히려 상황은 그 반대이다. 그들이 볼 때, 어릴 때부터 자신들의 몸을 강제해왔던 도덕적 담론과 규율이 조폭적이기 때문에 조폭영화를 보러와서 오히려 카타르시스를 느끼면서 재미있어 하는 것이다. 신세대들은 기성 세대들이 짜놓은 시스템이 급변하는 문화적 변동에 대해 한참 뒤떨어지는 대응 능력을 보여주고 있음을, 정확히 꿰뚫어 보고 있다.

그렇다면 조폭시대에 건강하게 사는 법은 무엇일까. 생애주기별로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나이에 상관없이 공통적인 지혜는 있게 마련이다. 정신 건강이 더욱 중요해진다. 문화적 대변동의 시대에는 자아의 내면적 통일성이 계속적으로 위협받게 마련이다. 이 위협이 정신적 면역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분열로 연결될 경우 우울증과 정신분열증 등 정신 건강이 심각하게 저해된다.

무엇보다 신체를 튼튼하게 하는 운동이 필요하겠지만 자신의 정신 세계를 평온하게 하는 다양한 방법들이 필요하다. 원래 한국 사람들은 노래를 부르는 것을 좋아하지만 노래를 포함한 음악 행위는 정신 건강에 더할 나위없이 적격이다. 어느 텔레비전 방송사에서 매주 일요일 방영되는 노래자랑대회는 국민의 정신 건강 향상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가정에서 가족들이 자주 모여 한바탕 노래를 부르자. 그리고 중요하지 않은 것들은 기억하지 말아야 한다. 속도가 아주 빠른 한국사회에서는 더욱더 그렇다. 아주 사소한 것들도 기억하려고 한다면, 나중에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다. 그냥 잊어버리자. 자연을 자주 찾아가서 자연 속에 자신의 몸과 마음을 온전히 내맡긴다면 바쁜 일상생활로 찌든 정신 건강을 치유하고 회복하는 최상의 방법일 것이다. 이 가을에 단풍과 낙엽을 밟자.

아주대 의대 교수 medphil@hanmail.net



김정호/ 서강대 교수·분자세포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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