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후쿠시마의 미래〉 마지막은 체르노빌을 방문하고 온 사람들이 원전 반대 집회에 참석하는 것으로 끝난다. 일본을 탈출하기보다는 일본을 바꾸는 것을 택한 것이다. (주)리키필름 제공
이런 상황을 보고 돌아온 한 참석자는 ‘아이들아 도망쳐. 여기 있으면 위험해’라고 외치며 눈물을 흘린다. 후쿠시마는 안전하지 않고, 일본은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낀 것이다. 물론 일본 정부는 지금도 괜찮다고 한다. ‘가만히 있으라’고 한다. 사람들은 이미 방사선에 피폭당하고 있지만, 일본 정부는 ‘기준치로 관리하고 있으니까 괜찮다’고 말한다. 정보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으면서 그냥 ‘가만히 있으라’고 한다. 그러나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은 너무나 분명하다. 먹어서 괜찮은 방사성물질은 없다. 사고가 나지 않는 안전한 원전은 없다. 그래서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 세월호 참사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가 가만히 있으면, 언제 우리에게 또 다른 비극이 닥칠지 모른다. 체르노빌을 다녀온 뒤 변한 사람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탈출을 고민하게 되었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은 심정을 가지게 되었다. 강연을 하면서, 탈출하고 싶은 심정에는 공감을 한다고 말했다. ‘침몰하는 배’ 같은 대한민국에서 자식을 키우고 싶지 않다는 부모의 심정을 나무랄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러나 현실은 현실이다. 모두가 대한민국을 탈출할 수는 없다. 다른 곳으로 간들, 안전하다는 보장도 없다. 지금처럼 생태위기와 불평등이 심해지면, 지구 어느 곳에서인들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강연을 듣고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하느냐’고 물어보는 여성도 있었다. 한마디로 답하기는 쉽지 않은 문제다. 이런 참사를 겪고 나서 도대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애도하고 추모하는 것도 필요하다. 충분히 슬퍼해야만 다시 일어설 힘도 얻을 수 있다. 분노하는 것도 필요하다. 충분히 구할 수 있었던 목숨들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으로 숨지게 한 선장과 승무원들, 탐욕에 사로잡혀 낡은 배를 개조하고 화물을 과다하게 실어 사고를 자초하고 사고 뒤에도 아무런 대처를 하지 않은 기업, 수백 명이 갇힌 배가 눈앞에서 침몰하는데도 아무것도 하지 못한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부. 이 모두에 분노하지 않고서는 그 어떤 행동도 시작할 수 없다. 충분히 슬퍼하고 충분히 분노해야 한다. 그러나 그다음에는 어쩔 것인가? 이 질문에 우리는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한다. <후쿠시마의 미래> 마지막은 체르노빌을 방문하고 온 사람들이 원전 반대 집회에 참석하는 것으로 끝난다. 일본을 탈출하기보다는 일본을 바꾸는 것을 택한 것이다. 집회에 참석하고 정치에 참여하면서 다시는 후쿠시마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하고, 지금이라도 어린이들이 방사선에 조금이라도 덜 피폭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가만히 있으라’는 정치를 바꿔야 세월호 참사를 겪은 우리의 선택도 다를 수 없다. 정치를 바꿔서, ‘돈’보다는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사회로 전환해야 한다. 이권과 부패와 자본의 탐욕을 통제해야 한다. 경제성장에 목을 매고 생명과 안전을 희생시키는 국가가 아니라, 사람들의 행복과 ‘좋은 삶’을 보장하는 국가를 만들어야 한다. 침몰하는 배에 갇혀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듣게 되지 않으려면, 우리는 지금이라도 대한민국이라는 배를 바꿔야 한다. 특히 대한민국이라는 배를 움직이는 정치를 바꿔야 한다. 무분별하게 규제를 완화해 생명을 희생시키고, 후쿠시마 사고를 보면서도 원전을 계속 늘리는 정치. 기후변화의 위협에도, 초미세먼지의 위협에도, 극심한 불평등에도, 극심한 경쟁 속에 희망을 잃어가는 청소년과 청년들에게도, 차별과 편견에 고통받는 소수자에게도 ‘가만히 있으라’고 말하는 정치를 바꾸지 않고서는 희망이 없다.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한겨레21> 1010호 주요 기사 • [표지이야기] 가만있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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