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핏은 몸을 디자인하는 것이 아닌 몸의 최대치를 끌어내기 위한 운동(Movement)이다. 트레이닝을 하는 모습. 한겨레 이길우
첫날 WOD(Workout of the Day, 크로스핏의 하루 운동을 말한다. ‘와드’라고 부른다)는 줄을 타는 것이었다. 중학교 시절 레슬링부 애들이나 하던 운동이었다. 해봤을 리 없고, 해볼 필요도 없던 ‘행위’였다. 처참했다. 줄에 대롱대롱 매달려 1cm도 움직이지 못했다. 줄에 쓸린 발목은 벌겋게 부풀어올랐고, 키보드와 고작 매끄럽고 둥근 공에 익숙해 있던 손바닥은 만신창이가 됐다. 그렇게 운동 좀 하며 살아왔단 나른함은 매일 박살이 났다. 서른도 중반을 향해 가는 때에, 턱걸이가 인생 최대의 고민이 될 거라곤 정말 상상하지 못했다. 만능 스포츠맨의 자존감은 매일 하락했지만, 묘하게 매일 짜릿했다. 너무 당연했다. 내가 했던 건 진짜 운동이 아니었다. 무슨 말이냐고. 그렇다면 당신에게 운동은 뭔가? 전 지구를 통틀어 가장 열정적으로 자기계발에 임하고 있는 공화국. 그래서 성형수술이 졸업 선물이 되고, 누구나 아랫배 두께를 번뇌하며 살아가는 사회에서, 정작 운동은 대체 무엇이냔 말이다. 냉소가 아니라 지금까지 우리에게 운동은 고작 ‘디자인’이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고 한국에 크로스핏을 소개해 국내 크로스피터들로부터 ‘조상님’이라 불리는 이근형 트레이너의 말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했던 운동은 본연의 무엇, 신체를 움직이는 행위를 활성화하는 근원에 대한 고민이 아닌 몸을 어떻게 디자인할 것이냐에 최적화된 프로그램들이었다. 세속 미감대로 디자인하는 게 운동이라고? 헬스장에서 우리가 일상적으로 하는 운동의 거의 대부분은 몸을 세속적 미감의 기준대로 디자인하려는 강박적 반복에 불과하다. 크로스핏은 운동의 본래로 돌아가자는 ‘운동’(Movement)이다. 크로스핏은 신체 활동의 최대 목적이 기능성을 높이는 것에 있다고 믿는다. 운동은 누군가에게 몸을 보여주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건강함을 향해 질주하고, 체력의 최대치를 이끌어내는 데 복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크로스핏을 한들 8주 안에 몸짱이 된다고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딱 그만큼의 시간을 투여한다면 당신은 생애 가장 폭발적인 체력을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크로스핏엔 러닝머신이 없고 복근에 대한 강박도 없다. 대신, 폭발하기 직전까지 차오르는 들숨과 날숨의 긴박한 교환 속에서 제 한 몸 제대로 세우기가 이렇게 버거운 일이었는지를 세포 하나하나마다 각인시키는 희열이 있다. 당신이 운동해야 하는 이유가 잘 갈라진 근육을 만들기 위해서일 뿐이라면, 크로스핏은 거기에 최적화된 운동은 아닐지 모른다. 오히려 그것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당신은 정말 중요한 한 가지 포기를 ‘포기’할 수 있을 것이다. 나이와 체력은 반비례한다는 그 나약한 오해는 크로스핏에 없다. 체력의 최고치를 확인해본 일이 있는가? 단언컨대, 당신이 아직 크로스핏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아직 그 순간은 오지 않았다. 김완 <미디어스> 기자·‘투혼’ 박스 초보 크로스피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