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탕웨이·김C처럼 목소리가 좋은 이들은 광고에 직접 나오든 내레이션만 하든 압도적인 존재감을 과시한다.팬택 제공,코오롱스포츠 제공,벼룩시장 제공
‘기억하느냐’에서 ‘긍정적으로 느끼냐’로 스토리텔링이 강화되면서 목소리는 더 중요해졌다. 안주아 동신대 교수(광고홍보학)는 “광고가 짧은 시간에 인상을 남기려면 감동과 여운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예전엔 얼마나 기억(리콜)하느냐가 중요했다면, 요즘엔 얼마나 긍정적으로 느끼느냐가 더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안 교수는 “기억을 높이기 위해 예전엔 로고송이나 슬로건을 많이 썼다면, 요즘엔 스토리와 맞물려 읊조리듯 얘기한다”고 지적했다. 스토리텔링을 쓰는 광고 폭도 넓어졌다. 예전에는 커피와 음료수 같은 기능성이 덜 중요한 저관여 제품 광고에 이 기법이 많이 쓰였다면, 이제는 자동차같이 고관여 제품에도 쓰인다. 이런 흐름에서 라디오 광고를 떠올린 사람도 있다. 이재록 청주대 교수(언론정보학부)는 “소리만 있는 라디오 광고가 오히려 상상력을 자극하듯, 인물이 직접 나오지 않고 목소리만 나오는 광고도 그 인물의 캐릭터와 연결돼 상상력을 자극한다”고 말했다. 근원에서 원인을 찾는 사람도 있다. 배명진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장은 “목소리를 통해 정보의 47%를 얻는다는 통계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소리에는 눈감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현우 한양대 교수(광고학부)도 “언어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은 7%에 불과하다”며 “나머지는 비언어적 정보인데, 목소리는 비언어에 속한다”고 말했다. 더구나 한국은 감성적 광고가 많은 나라다. 황장선 중앙대 교수(광고홍보학)는 “미국 광고가 제품 중심이라면, 한국은 소비자에 초점을 맞춘다”며 “감성적 메시지가 많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늘면서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느낌을 주는 유명인도 늘었다. 이렇게 친숙해진 유명 배우들이 내레이션을 하던 성우들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배명진 소장은 “성우의 목소리에는 캐릭터가 부족하다”며 “성우에 비해 배우의 목소리는 더 대화한다는 느낌으로 전달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최대의 히트작 ‘단언컨대’는 사실 생경한 단어다. 달리 말하면 문어체. 그런데 이런 말이 통했다. 이 광고를 제작한 손윤수 국장은 “알지만 낯설어 귀에 걸리는 단어”라고 표현했다. 이병헌을 모델로 기용한 이유에 대해 그는 “휴대전화 시장에서 선두가 아닌 베가는 메시지에 힘을 실어줄 남성적인 목소리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배명진 소장은 이병헌의 목소리에 대해 “남자들보다 여자들이 더 좋아하는 목소리”라며 “치아와 목젖을 스치는 바람 소리가 섞여 있다”고 했다. 배우 김수현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반면 김C에 대해선 “‘마이 웨이’ 목소리”라고 표현했다. 배 소장은 “고지식함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평범하지만 독창적”이라며 “시장통 사람들이 나오면 이병헌보다 김C의 목소리가 어울린다”고 설명했다. 시청각에서 청각이 절반은 된다 한국어가 아닌데도 귀를 기울이게 만드는 목소리가 있다. 코오롱스포츠 광고를 했던 중국 여배우 탕웨이의 목소리에는 비주얼을 압도하는 힘이 있었다. 광고는 모델인 탕웨이와 장동건이 서로에 대해 말하는 형태로 만들어졌다. 장동건이 나오는 광고에는 탕웨이의 목소리가 들리고, 탕웨이가 나오는 편에는 장동건의 목소리가 얹혔다. 장동건은 “그거 알아요?”, 탕웨이는 “두 유 노?”(Do You Konw?)로 시작해 브랜드 이름을 말하는 것으로 광고는 끝난다. 이렇게 그냥 말하는 것 같지만, 여기엔 치밀한 전략이 있다. 이 광고를 제작한 박진희 국장은 “탕웨이는 목소리 자체도 좋지만 연기를 잘한다”고 말했다. 유명인의 녹음은 짧게는 30분 안에 끝나는데, 탕웨이는 광고에서 어떤 내용이 어떻게 전달돼야 하는지 2시간 동안 질문만 했다고 한다. 그렇게 녹음에 3시간이 걸렸다. 박진희 국장은 “목소리가 리드미컬하게 음악처럼 들리게 하기 위해서 배경음악을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안주아 동신대 교수는 “소리를 없애는 것도 소리를 쓰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끝으로 방송 광고에서 목소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냐는 질문을 던졌다. 안 교수는 “시청각 매체지만 청각이 절반은 된다”고 답했다. 우리는 사실 보는 것 같지만, 듣고 있었던 것이다. 뮤직드라마 같았던 <응답하라 1994>에서도 실은 지나간 유행가에 실린 목소리에서 얻는 위안이 가장 중요했는지 모른다.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