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을 마시고 자살을 시도했던 70대 어르신이 12월6일 결국 운명하셨다. 송전탑 희생자가 또 한 명 늘었다. 지난해 1월 경남 밀양의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며 분신한 이치우 할아버지의 마을에 쌓아올린 조형물. 밀양 희망버스에 참가한 예술가들이 그린 것이다. 한겨레 김봉규
매일매일 밀양은 전쟁 같은 상황이다. 할머니·할아버지들이 손자뻘인 경찰들에게 끌려나온다. 경찰은 수시로 소환 통보를 하며 위협한다. 한전과 밀양시는 ‘지금 보상금 안 받으면 한 푼도 없다’고 협박을 한다. 공사를 하게 되면, 헬기가 날아다니며 참을 수 없는 소음을 낸다. 높이 100m가 넘는 송전철탑들이 올라가고 있다. 이 철탑들이 들어서고 송전선이 걸리면, 평생 일궈온 땅과 집 그리고 마을은 파괴되고 황폐해진다. 도시로 간 자식들이 돌아와도 살 곳이 못 된다. 이런 상황에서 누군들 견딜 수 있을까? 그래서 밀양 송전탑 공사가 재개될 때부터 많은 사람들이 걱정했다. 그런데도 정부와 한전은 대화 자체를 거부했다. 곧 들통날 거짓말을 부끄러운 줄 모르고… 그리고 거짓말을 했다. 그것도 곧 들통이 날 거짓말을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했다. 국무총리와 장관은 밀양 송전탑 공사를 강행하면서 ‘신고리 3호기를 내년 8월에 가동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전력난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것은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신고리 3호기는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제어케이블 때문에 최소 2년 이상 가동이 늦춰지게 되었다. 교체해야 하는 케이블의 길이만 900km에 달한다. 이렇게 많은 케이블을 한꺼번에 교체하는 것은 세계 원전 역사상 유례없는 일이라고 한다. 정부와 한전은 이런 문제를 알고 있었다. 지난 5월에 위조 부품 문제는 이미 인지됐던 사실이다. 그리고 신고리 1·2호기는 제어케이블 교체 작업에 들어갔다. 그렇다면 신고리 3호기도 교체하는 것이 당연했고, 교체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이런 사실을 은폐하고 ‘내년 8월에 신고리 3호기를 가동해야 한다’고 거짓말을 했다. 또한 밀양 주민들 때문에 전력난이 일어날 것처럼 주민들을 압박했다. 이것은 정부가 해서는 안 될 비도덕적인 일이었다. 이런 사실을 밀양 주민들이 몰랐을까? 아니다. 밀양 주민들은 이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렇기에 정부의 비민주적이고 비윤리적인 행태에 너무나 분노했다. 지난 11월30일과 12월1일, 1박2일 일정으로 밀양으로 간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밀양 주민들의 생생한 증언을 들었다. 밀양 주민들은 한결같이 “너무나 억울합니다. 제발 도와주시소, 살려주이소”라고 말했다. 이 짧은 문장 속에 담긴 절망과 분노를 어떻게 헤아릴 수 있을까? 그래서 밀양 어르신의 음독자살은 자살이 아니라 타살이다. 명백한 ‘국가폭력에 의한 타살’이다. 8년이 넘는 반대에도 불구하고, 단 한 차례도 합리적인 설명을 못하고 힘으로 밀어붙여온 것이 밀양 송전탑 공사다. 조용한 마을에 들어선 잔인한 ‘점령군’ 평화롭게 살아가던 사람들에게 갑자기 땅과 집을 강탈하고 마을을 파괴하겠다는 것을 ‘국가폭력’이 아닌 다른 어떤 단어로 설명할 수 있을까? 국무총리·장관이 거짓말을 천연덕스럽게 하며 주민들을 지역이기주의자로 몰아붙이는 것이 폭력이 아니고 무엇일까? 평생 조용하게 살아가던 산골 마을에 수천 명의 경찰병력을 투입해서 주민들을 밀고 끌어내고, 항의하면 연행하고 협박하는 것이 ‘점령군’의 행태가 아니면 무엇일까? 그래서 정부와 한전은 연이은 죽음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이미 밝혀진 것처럼, 고리의 낡은 원전들만 폐쇄해도 밀양 송전탑은 필요 없다. 공사가 시급하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허위와 기만으로 공사를 강행한 것은 용서할 수 없는 죄악이다. 그것이 또 한 명의 억울한 죽음을 낳았다. 상식과 양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억울하게 돌아가신 분의 명복을 빈다. 이런 죽음이 다시는 없어야 한다.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