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부한 자료로 쉽게 풀어주는 <갈등의 핵, 유태인>… 민족문화적 특질의 지나친 강조는 거슬려
유대인에 대한 한국사회의 인식은 꽤 긍정적인 편이다. 아랍과의 전쟁 때 아랍청년들은 외국으로 달아나기 바빴던 반면, 유대인 유학생들은 자진해서 전쟁에 뛰어들었다는 교훈담은 한때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려 동북아시아 분단국 어린이들의 애국심을 자극했다. 이스라엘의 농촌공동체인 키부츠들은 박토에 꽃피운 농업중흥의 현장이자 한국 새마을운동의 선구적 사례로 소개됐으며, <탈무드>는 숱한 출판사에서 번역출간돼 아이를 영재로 키우고 싶은 여러 부모들의 욕망을 건드렸다.
그러나 이런 단편적인 사례를 제외하면, 정작 유대인이란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제대로 된 종합적 소개를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최근 미국 테러사태가 아랍과 이슬람에 대한 지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면서, 중동사태의 한 당사자인 이스라엘과 유대인에 대한 객관적 이해 또한 요청되고 있다.
유대인이 미국을 주름잡는 배경은…
<갈등의 핵, 유태인>(김종빈 지음, 효형출판 펴냄, 9500원, 02-756-0262)은 이런 시의성에 잘 들어맞는다. 미국 특파원 출신으로 워싱턴에서 ‘뉴스 서비스 어소시에이트’를 경영하는 지은이는 수많은 유대인, 아랍인들과 교류하며 중동문제에 대해 꾸준히 발언해왔으며, 그런 성과를 모아 책을 냈다고 밝히고 있다. 그만큼 이 책은 이민족과의 갈등으로 점철된 유대인의 험난한 역사를 짚어가며 유대민족의 복합적 면모를 드러내보인다. 유대인들은 2천여년 전 한때 독립국가를 이루며 번영을 누렸으나, 로마제국의 침공으로 나라를 잃은 뒤 세계 각지로 흩어져야했다. 그러나 이들은 고유의 선민의식으로 무장한 채 전통문화의 뿌리를 지키며 독창적인 저력을 발휘해왔다. 지은이는 이 과정에서 동화를 거부하는 유대인들은 필연적으로 주류사회와 갈등을 빚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특히 현대로 접어들어 유대인들에 채워져 있던 신분적 족쇄가 하나둘 벗겨지면서 유대인들의 힘이 커졌고 주류사회와의 갈등도 극대화했으며, 나치의 홀로코스트는 이 특출한 민족에 내려진 극단적 재앙이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유대인들은 그 재앙에 굴하기는커녕 세계경제의 본산인 미국의 금융자본과 언론계, 학계를 장악하고 그 힘을 바탕으로 2천여년 만에 독립국가 창설의 비원을 이뤘다. 하지만 그 과정은 곧 아랍 원주민과의 충돌로 점철된 또다른 갈등의 역사였다. 이 책은 유대인들이 늘 갈등의 핵심에 놓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로 그들의 독특한 문화적 특질을 든다. 유대인들은 주변인으로 머물러야 했으면서도, 자신들의 고유성을 잃지 않은 채 그 주변성을 오히려 독창성으로 전환해냈으며, 그를 통해 차츰 그 사회의 주류로 진입해갔다는 것이다. 유대인들에 대한 신분적 제한이 극심했던 중세엔 유일한 출구였던 상업과 금융에서 독점적 지위를 구축했고, 근대에 들어선 의사·변호사 등의 전문직과 학계를 장악했으며, 최근엔 미국사회를 중심으로 정치권력에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가령 현재 미국 상원의원 100명 중 유대계는 11명으로, 2%에 불과한 인구에 비하면 다섯배 반의 비율이다. 이 책은 유대인들의 다양한 면모를 객관적 수치와 자료를 동원해 알기 쉽게 제시한다. 저널리스트답게 유려한 문체도 독자들을 편하게 한다. 그러나 유대인들의 강점을 오로지 민족문화적 특질의 산물로 환원시키는 단순함은 거슬리는 대목이다. 또한 이스라엘과 이슬람 분쟁의 기원을 문화적 충돌로만 바라보는 점도 단편적인 인식처럼 느껴진다. 정보 위주로 읽어가면 좋을 책이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갈등의 핵, 유태인>(김종빈 지음, 효형출판 펴냄, 9500원, 02-756-0262)은 이런 시의성에 잘 들어맞는다. 미국 특파원 출신으로 워싱턴에서 ‘뉴스 서비스 어소시에이트’를 경영하는 지은이는 수많은 유대인, 아랍인들과 교류하며 중동문제에 대해 꾸준히 발언해왔으며, 그런 성과를 모아 책을 냈다고 밝히고 있다. 그만큼 이 책은 이민족과의 갈등으로 점철된 유대인의 험난한 역사를 짚어가며 유대민족의 복합적 면모를 드러내보인다. 유대인들은 2천여년 전 한때 독립국가를 이루며 번영을 누렸으나, 로마제국의 침공으로 나라를 잃은 뒤 세계 각지로 흩어져야했다. 그러나 이들은 고유의 선민의식으로 무장한 채 전통문화의 뿌리를 지키며 독창적인 저력을 발휘해왔다. 지은이는 이 과정에서 동화를 거부하는 유대인들은 필연적으로 주류사회와 갈등을 빚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특히 현대로 접어들어 유대인들에 채워져 있던 신분적 족쇄가 하나둘 벗겨지면서 유대인들의 힘이 커졌고 주류사회와의 갈등도 극대화했으며, 나치의 홀로코스트는 이 특출한 민족에 내려진 극단적 재앙이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유대인들은 그 재앙에 굴하기는커녕 세계경제의 본산인 미국의 금융자본과 언론계, 학계를 장악하고 그 힘을 바탕으로 2천여년 만에 독립국가 창설의 비원을 이뤘다. 하지만 그 과정은 곧 아랍 원주민과의 충돌로 점철된 또다른 갈등의 역사였다. 이 책은 유대인들이 늘 갈등의 핵심에 놓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로 그들의 독특한 문화적 특질을 든다. 유대인들은 주변인으로 머물러야 했으면서도, 자신들의 고유성을 잃지 않은 채 그 주변성을 오히려 독창성으로 전환해냈으며, 그를 통해 차츰 그 사회의 주류로 진입해갔다는 것이다. 유대인들에 대한 신분적 제한이 극심했던 중세엔 유일한 출구였던 상업과 금융에서 독점적 지위를 구축했고, 근대에 들어선 의사·변호사 등의 전문직과 학계를 장악했으며, 최근엔 미국사회를 중심으로 정치권력에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가령 현재 미국 상원의원 100명 중 유대계는 11명으로, 2%에 불과한 인구에 비하면 다섯배 반의 비율이다. 이 책은 유대인들의 다양한 면모를 객관적 수치와 자료를 동원해 알기 쉽게 제시한다. 저널리스트답게 유려한 문체도 독자들을 편하게 한다. 그러나 유대인들의 강점을 오로지 민족문화적 특질의 산물로 환원시키는 단순함은 거슬리는 대목이다. 또한 이스라엘과 이슬람 분쟁의 기원을 문화적 충돌로만 바라보는 점도 단편적인 인식처럼 느껴진다. 정보 위주로 읽어가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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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 아인슈타인, 프로이트 세 사람의 공통점은? 세계 사상사의 물줄기를 바꾼 천재들이었다는 점. 또 하나는 모두가 유대인이라는 점이다. 이들말고도 서구 근·현대사를 뒤흔든 유대인 대가들의 이름을 꼽기란 어렵지 않다. 근대성의 뿌리를 파고든 철학자 스피노자와 앙리 베르그송,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에리히 프롬과 헤르베르트 마르쿠제, <전체주의의 기원>의 한나 아렌트, 경제학의 폴 새뮤얼슨과 밀턴 프리드먼 등이 유대계이다. 자연과학쪽에선 현대 양자역학의 문을 연 닐스 보어와 현대 물리학의 천재 리처드 파인만, 열역학의 권위자 일리야 프리고기네 등이 먼저 떠오른다. 사실 이렇게 하나하나 유대계 인물들을 꼽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유대인으로 노벨상을 수상한 인물만 전체의 20%를 넘기 때문이다. 유대인 두뇌들은 서구 열강의 학문적 패권 변동에도 영향을 끼쳤다. 2차대전 이전까지 독일은 세계 최고의 과학선진국으로 군림했지만, 나치의 박해를 피해 아인슈타인 등 유대계 과학자들이 대거 미국으로 건너가면서 급속히 학문적 활기를 잃었다. 이때 이동한 30여만 유대인들은 당대 최일급의 두뇌들이었으며, 오늘날 미국 유대계의 성공은 이들의 집결에 크게 힘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