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교체가 느렸던 현대미술계에 새 전시장을 열고 도전에 나선 다음 세대 기획자들. ‘커먼센터’의 함영준(왼쪽), ‘시청각’의 현시원 큐레이터.정용일
그러나 한국 현대미술계가 이리 허무하게 망하라는 법은 없는지 새로이 도전장을 내민 젊은이들이 나타났다. 스스로 새로운 질서를 창출하겠노라 작심한 주인공은, 함영준(1978년생), 현시원(1980년생), 안인용(1980년생)이다. 함영준은 상업갤러리에서 코디네이터로 일한 적도 있고, 영화평을 쓴 적도 있고, 공연장 로라이즈를 공동 운영하며 콘서트 기획을 한 적도 있고, 유명 작가의 어시스턴트로 일한 적도 있는, 재주가 많은데 정체는 다소 불분명했던 인물. <도미노>라는 동인지를 공동 창간하면서 비로소 세대의 구심점으로 떠올랐고, 드디어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 ‘커먼센터’라는 이름의 “새로운 미술 공간”을 개관한다. 함영준이 홀로 디렉터 직함을 달고 있지만, 커먼센터는 사실상 디자이너 김형재(1979년생), 미술가 이은우(1982년생), 디자이너 김영나(1979년생)가 의기투합하는 아티스트-러닝-스페이스다. 청년들의 문제작은 내년을 어떻게 맞을까 아티스트-러닝-스페이스는, 큐레이터나 평론가들이 주축이 된 대안공간과 달리 작가들이 직접 운영하는 전시관으로, 작품 거래를 도외시하는 논-프로핏(none profit) 기관이 아니라 낫-포-프로핏(not for profit) 기관, 즉 이윤 창출을 목적으로 하지는 않으나 작가 지원과 공간 운영을 위해 공격적으로 작품 판매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커먼센터는 오는 11월29일 금요일 오후 6시에 개관 준비전으로 이은우와 김영나의 협업 프로젝트 ‘적합한 종류’(Suitable Forms)를 개막한다(전시 문의: commoncenter.kr@gmail.com https://twitter.com/CommonCenter_kr). 반면 기자 출신의 큐레이터 현시원과 역시 기자 출신으로 독립문화잡지 <워킹매거진>(Walking Magazine)을 공동 창간한 안인용은, 서울 종로구 통인동에 ‘프로젝트 스페이스’를 표방하는 ‘시청각’을 개관한다. 오는 11월28일 목요일 오후 6시에 개관전 ‘노 마운틴 하이 이너프’(No Mountain High Enough)를 개막하는데, 참여 작가는 Sasa[44], 남화연, 박길종, 슬기와 민, 옥인콜렉티브, 이영준, 잭슨홍, 서영란, 김형재+홍은주로, 연령이나 작업 종류 모두 다양하다. 2014년 총 5회의 기획전과 개인전을 치를 예정이라고(전시 문의: fourseasonsqq@gmail.com https://twitter.com/AVPavilion). 이들 신생 전시 공간의 등장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개관과 맞물려, 어떤 모습의 새 시대를 조각해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내년은 광주와 부산에서 비엔날레가 열리는 해고, 또 삼성미술관 리움의 10주년이기도 하니, 미술계에 오랜만에 활력이 돌 예정. 청년 작가들의 문제적 작업과 전시를 고대한다. 임근준 미술·디자인 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