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청양군 강정리의 10m가 넘는 듯한 건설폐기물 언덕. ‘건설폐기물 중간처리업체’는 건설폐기물을 잘게 부순 뒤 산더미처럼 쌓아놓았다.하승수 제공
그러는 사이에 건설폐기물 처리장은 야금야금 넓어졌고 폐기물 언덕은 점점 더 높아졌다. 참고 지내던 주민들이 문제제기를 하게 된 것은 사업자가 최근 이곳에 사업장폐기물(일반폐기물) 매립장을 지으려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다. 지금까지는 그래도 간판이 ‘중간처리업’이었는데, 아예 2만 평에 달하는 매립장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지금보다 훨씬 넓은 면적의 매립장이 들어서면 전국에서 온갖 폐기물이 이곳 강정리로 들어오게 된다. 마을 주민들은 충격적인 사실도 얘기한다. 지금 운영되는 건설폐기물 처리장에서 사문석이 나뒹구는 것을 보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도 석면이 공기 중으로 날아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석면이 포함돼 문제가 되고 있는 슬레이트 지붕 조각도 폐기물 더미 속에서 발견된다는 것이다. 홍성·보령에도 석면 폐광산이 청양시민연대의 이상선 대표는 “석면은 위험해서 석면안전관리법이 제정돼 엄격하게 관리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렇게 석면광산 위에 폐기물처리장이 들어서면 석면 위험에 주민들이 노출되게 된다. 정말 큰 문제”라고 얘기한다. 서울에서 내려온 환경보건시민센터의 최예용 소장도 “현재 발견된 석면에 대해 검찰청에 고발을 한 상태이다. 석면광산에서 폐기물처리업을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말한다. 석면과 폐기물 둘 중 하나만으로도 심각한 문제인데,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겪고 있는 마을이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그동안 석면의 위험성이 알려지면서 석면에 대한 경각심은 높아졌다. 그러나 정부 정책은 여전히 미흡하다. 강정리에 있는 석면광산만 하더라도, 진작에 폐광을 하고 석면이 날릴 수 있는 일체의 행위를 못하게 했어야 한다. 그러나 환경부의 대책은 거북이걸음을 하고 있다. 충청남도도 석면 문제에 대한 관심이 미흡하다. 충청남도에는 이곳 강정리 말고도 홍성·보령 등지에 석면 폐광산이 여럿 있다. 일제강점기 때부터 운영되던 이 광산으로 인해 많은 주민들이 석면 피해를 입었다. 이웃 홍성군 광천읍에서 온 석면 피해자 한 분은 “주위에서 폐암 등으로 사망하는 석면 피해자가 끊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폐기물 문제도 심각하다. 이것은 강정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농촌 지역 곳곳이 폐기물 매립장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폐기물은 우리 사회 전체가 책임져야 하는 문제지만, 농촌 지역 주민들에게 부담이 떠넘겨지고 있는 것이다. 지금 국민 한 사람이 하루에 배출하는 생활쓰레기 양은 940.4g에 달한다. 한 사람이 매일 1kg 가까운 쓰레기를 만들어내는 셈이다. 종량제봉투 폐기물, 음식물류 폐기물, 재활용품이 각각 3분의 1씩을 차지하고 있다. 사업장 폐기물의 양도 엄청나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2011년에 배출된 전체 사업장 폐기물 발생량은 12만2064t에 달한다. 그 가운데 56%가 강정리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건설폐기물이다. 그중에는 재활용되는 것도 있고 매립되는 것도 있다. 매립을 하는 경우에는 계속 매립장이 필요하게 되어 있다. 그 매립장들은 강정리 같은 시골마을을 사냥감으로 찾아다닌다. 우리의 쓰레기는 어디로 갈까 청양군 인구는 3만 명 남짓이고 강정리의 인구는 250명 남짓이다. 이 농촌 지역에서 배출하는 쓰레기의 양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런데 이 마을이 중간처리장이니 매립장이니 하는 이름으로 우리 사회의 쓰레기 문제를 상당 부분 떠안고 있다. 매립은 수질·토양 오염 같은 환경오염 문제를 낳고 매립장에서 발생하는 가스는 기후변화에도 영향을 미친다. 기술을 개량해 영향을 줄인다고 해도 매립은 답이 아니다. 또한 대도시에서 많이 나오는 쓰레기를 시골마을에 갖다 묻는 것은 또 다른 환경불평등의 문제고 정의의 문제다. 이로 인해 시골 주민들의 삶은 파괴되고 있다. 얼마 전 <102톤의 물음>(낮은산)이라는 책을 선물받았다. 102t은 미국인 한 사람이 평생 동안 배출하는 쓰레기의 양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얼마나 배출할까? 그 쓰레기는 어디로 갈까? 과연 이렇게 마구 사고 마구 버리는 삶이 언제까지 지속 가능할까? 충남 청양군 비봉면 강정리의 건설폐기물 언덕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