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21 ·
  • 씨네21 ·
  • 이코노미인사이트 ·
  • 하니누리
표지이야기

프로이트에 관한 정신분석학

프로이트의 냉혹하고 잔인하며 트라우마로 가득 찬 자기중심적 면모 폭로한 미셸 옹프레의 <우상의 추락>

979
등록 : 2013-09-27 14:57 수정 :

크게 작게

무의식, 에고, 슈퍼에고, 이드, 구강기, 항문기, 남근기, 잠복기, 성기기….

이같은 용어를 ‘무의식’적으로 사용할 만큼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은 우리에게 이미 하나의 도그마가 되었다. 무의식의 발견을 통해 이성적 거대서사에 숨겨진 병리적 측면을 다채롭게 드러냄으로써 인간 이해의 인식적 차원을 대폭 확장시킨 프로이트의 이론은 니체, 마르크스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모던과 포스터모던 시대를 풍미했다.

삶을 세밀하게 복원하며 이론 해부

“니체를 비롯해 선학들의 철학적 전통을 등에 업는 동시에 그 흔적을 체계적으로 지우고, 각종 조작된 실험 결과를 통해 정신분석학을 과학의 영역으로 밀고 들어온 권력 화신이다.” 미셸 옹프레의 <우상의 추락>(전혜영 옮김, 글항아리 펴냄)은 우리가 알고 있던 프로이트에 대한 도발적인 질문으로 가득한 책이다. 아감벤, 바디우, 지제크 등과 함께 ‘우리 시대의 가장 위험한 사상가’로 거론되는 미셸 옹프레는, 2010년 이 책을 펴내 사회적 대논란을 불러일으키며 프로이트를 단죄의 무대 위로 올려놓았다.

미셸 옹프레는 프로이트를 과학자가 아닌, 단호한 신 념이나 절대 원칙 없이 현 실에서 자신이 이루려는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한 ‘정복자’였을 뿐이 라고 말한다.한겨레 자료
저자의 질문은 크게 다섯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그의 질문과 답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프로이트를 과학자로 정의할 수 있을까? 아니다. 단호한 신념이나 절대 원칙 없이 현실에서 자신이 이루려하는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한 ‘정복자’였을 뿐이다. 프로이트는 환자를 상대로 직접 겪은 의료 경험을 통해 자신의 이론을 발전시켰을까? 아니다. 그는 존재론에 대한 자전적 경험을 통해 이론적 담화를 전개시켜나갔을 뿐이다. 근친상간에 대한 개인적 경향을 마치 인류 전체에 적용시켜 일반적 경향인 것처럼 주장하려 했다. 프로이트는 정신분석학으로 환자를 치료한 의사인가? 아니다. 코카인 복용, 전기요법, 최면술은 물론 1910년에는 손 접촉, 냉기 보존 효과를 이용한 치료까지 시도한 프로이트의 치료법은 결국 기적을 바라는 행위에 가까웠다. 프로이트는 성의 자유를 부르짖는 자유주의 사상가인가? 아니다. 그가 쓴 작품은 성에서 금욕적인 생활을 이상적인 삶으로 여긴다. 더욱이 남근숭배 사상, 여성 혐오증, 동성애 혐오증을 나타냈다. 프로이트는 정치적으로 진보적인 자유주의자인가? 아니다. 프로이트는 살아생전에 중요한 정치적 이슈가 있을 때 침묵을 지켰고, 파시즘에 대한 지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프로이트의 전기적 삶을 세밀하게 복원하면서 동시에 프로이트의 방대한 이론적 궤적을 징검다리 밟듯 하나하나 해부하는 방식으로 쓰인 이 책을 읽노라면, 냉혹하고 잔인하며 트라우마로 가득 찬 자기중심적 인간으로 묘사된 다른 얼굴의 프로이트를 만나게 된다.


‘진정한 프로이트학파가 단 한 명’

저자는 책 말미에 니체의 표현을 빌려 “본래 이 세상에는 진정한 프로이트학파가 단 한 명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 남자는 1939년 9월23일 런던에서 자신의 침대에 누워 운명을 달리했다”고 적었지만 저자 자신도 젊은 시절 프로이트주의자로 살아왔다는 점에서, 이 책은 한 프로이트주의자의 이유기(離乳記)로 읽힌다.

20세기 내내 지적인 사유의 수원지 역할을 했던 그 수많은 통찰이 어떻게 이런 날조와 과장, 가로채기와 인멸의 과정에서 탄생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어안이 벙벙한 이들은 책 속에서 그 답을 찾을 일이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좋은 언론을 향한 동행,
한겨레를 후원해 주세요
한겨레는 독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취재하고 보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