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19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인라인스케이트장에서 열린 ‘푸마 나이트 트레이닝 데이’에 참가한 사람들이 달리기 연습을 하고 있다. 가을밤에도 초보 러너들을 위한 ‘러닝페스티벌’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정용일
종아리 힘 주지 말고 허벅지 힘으로 달리는 동안에는 체중의 3배가 넘는 충격이 발과 발목에 실린다. 장시간 잘못된 자세로 달리면 몸에 무리가 간다. 흔히 장거리 달리기에서는 발뒤꿈치부터 땅에 닿는 착지법(힐스트라이크)이 일반적이었는데, 최근 러너들 사이에서는 베어풋·미드풋 등이 새로운 주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베어풋은 인류의 조상이 그랬듯 맨발로 달리거나 혹은 맨발로 달리는 효과를 주는 신발을 신고 하는 주법이다. 베어풋 주법으로 달리면 발 전체가 바닥에 닿아 순간적인 충격이 발뒤꿈치로 집중되지 않아 무릎과 발목에 무리를 주지 않는다. 평소 쓰지 않는 관절 주변의 잔근육과 엉덩이 근육을 키워주기도 한다. 이날 교육에서 배운 미드풋 러닝 또한 발뒤꿈치에 충격이 모이는 것을 완화하는 주법이다. 발의 중간 부분이 땅에 먼저 닿도록 뛰는 방식이다. “종아리에 힘을 주지 말고 허벅지를 들어올려 보세요.” 다리 훈련을 함께 한 서성현 코치는 다리를 기역자로 만든 뒤 허벅지 힘으로 양발을 번갈아가며 점프해보라고 했다. 평소 종아리에 쥐가 자주 나서 뛰는 것을 가급적 피해왔는데, 허벅지 근육을 이용하니 크게 힘들이지 않고도 뛸 수 있었다. 착지법에 대한 강의도 이어졌다. 앞서 훈련한 허벅지 힘으로 다리를 들어올리는 연습이 도움이 됐다. 허벅지를 몸 쪽으로 끌어당긴다는 기분으로 무릎을 약간 굽혀가며 제자리에서 뛰었다 발을 내려놓으니 발뒤꿈치 대신 중간 부분이 바닥에 닿았다. 팔도 아무렇게나 흔드는 게 아니었다. 몸 가운데 브이(V)자가 되도록 자연스레 주먹 쥔 손을 모으고, 앞과 뒤 3:7 정도의 폭으로 팔을 움직이며 제자리뛰기 연습을 했다. 윤은희 코치가 시키는 대로 팔을 점점 빠르게 움직여보니 제자리에서 뛰는데도 속도가 붙었다. 코치들은 근력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몸에 피로를 덜 주고 오래 달리려면 배와 허벅지는 물론 팔의 근력도 키워야 한다. 훈련에 참가한 사람들은 근력 훈련 단계에서 가장 힘들어했다. 상체를 바닥에 절반쯤 대고 다리를 일자로 펴서 차례로 움직이는 동작과 팔을 앞으로 쭉 펴서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는 동작을 반복하는데 여기저기서 신음이 새어나왔다. 그리고 드디어 달리기. 잠실종합운동장 인라인스케이트연습장 주변 트랙을 500m씩 나눠 두 차례 총 1km를 뛰었다. 배운 대로 허벅지 근육으로 다리를 들어올리고 팔을 가슴 앞으로 모아 적당한 폭으로 흔들고 배의 힘으로 허리를 받쳐주니 달리는 데 힘이 덜 들었다. 조금만 뛰어도 옆구리가 찌르는 듯 아파 포기하곤 했는데, 그렇지도 않았다. 여전히 더운 밤이었지만 몸에서 나는 열기가 바깥의 기온을 압도했다. 달릴 무렵 밤은 더욱 짙어져 주변의 산만한 배경이 어둠 속에 가라앉고 뛰는 사람들의 숨소리 말고는 풀벌레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시각과 청각을 거스르는 것들이 사라지니 숨은 찼지만 마음은 평온해졌다. 내일쯤 온몸이 근육통으로 멍든 것처럼 아플 게 분명했지만 이대로 계속 달려도 좋을 것 같았다. 변함없이 달리는 주자들의 희열 토르 고타스에 따르면 조깅이 도입된 초창기인 1960년대, 거리를 뛰는 이들을 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이랬다고 한다. “도대체 정신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고 법도 잘 지키는 시민들이 굳이 왜 길거리에서 달리기를 하러 밖으로 나간단 말인가, 그것도 한밤중에?” 달리기에 빠져들었던 많은 사람들의 답변은 명쾌했다. “기분이 훨씬 좋아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2013년, 세대를 거듭하며 변함없이 달리는 주자들의 희열이 밤을 타고 번져간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