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강남스타일>. 빌보드 싱글 차트 4주 연속 1위. 미국 디제이 바우어의 <할렘 셰이크>는 그야말로 하나의 현상이다. 하지만 2012년 봄 막 발표됐을 때는 이만큼 주목받지 못했다. 화제가 된 것은 1년 뒤인 올해 초, 오스트레일리아의 아마추어 스케이트보드팀 멤버들이 이 곡에 맞춰 막춤을 추는 영상을 올리면서였다. 이 영상은 미국·영국·프랑스를 비롯해 여러 나라에서 군대·병원·학교·비행기·소방서 등을 배경으로 줄기차게 패러디되며 지구적인 관심을 얻었다. 1990년대를 풍미한 보컬 그룹 백스트리트 보이스, 2AM 조권도 이 영상을 패러디했고, 제니퍼 로페즈, MC 해머도 최근 공연장에서 이 곡에 맞춰 춤을 췄다. 심지어 시위 현장과 상업광고에 동시에 등장하기도 했으며, 만우절에는 유튜브 검색창에 ‘두 더 할렘 셰이크’(do the harlem shake)란 문장을 입력하면 갑자기 <할렘 셰이크> 음악이 흐르면서 화면의 아이콘과 텍스트가 ‘막춤’을 추는 이벤트가 열리기도 했다.
싱글 히트는 미디어와 밀접한 관련
이 동영상의 인기를 두고 사람들은 <강남스타일>을 언급하며 ‘원초적인 사운드’와 ‘웃기는 영상’을 요인으로 꼽는다. 납득할 만하다. 하지만 나는 음악적 특성보다 좀더 복잡한 산업적 맥락이 개입한다고 본다. 현재 유튜브를 중심으로 미국의 음악산업이 재편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강남스타일>과 <할렘 셰이크> 같은 곡들이 갑자기 화제가 되고 있다는 얘기다. 중요한 힌트는 빌보드의 집계 방식 변화다. 지난해 가을 싸이를 표지로 삼은 <빌보드 매거진> 10월호에는 <강남스타일>에 대한 기사 외에도 중요한 기사가 실렸는데, 기존 집계 방식에 스트리밍 조회 수와 유튜브 조회 수를 추가한다는 내용이었다. 매주 발표되는 35개 차트는 크게 싱글과 앨범 차트로 구분된다. 싱글 차트는 판매량과 방송 횟수를 기준으로 ‘빌보드 핫 100’과 ‘모던 록 트랙스’로 나뉘는 반면, 앨범 차트는 순수하게 앨범 판매량을 기준으로 삼아왔다. 그런데 표지이야기로 싸이를 다루면서 이제까지 ‘핫 100’에만 적용되던 스트리밍과 유튜브 조회 수를 포함시키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빌보드의 발표에 여러 장르의 음악 관계자들은 비판적 태도를 취했다. 결국 <아메리칸 아이돌>에 나온 음악이나 음악적 깊이 대신 화제가 될 만한 동영상에 담긴 음악만 차트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이유였다. 반대론자들의 입장에서 <할렘 셰이크>는 바로 그 우려가 현실화된 첫 번째 사례일 것이다.
그런데 사실 싱글의 히트는 애초부터 미디어와 밀접하게 연관된다. 엘비스 프레슬리, 비틀스, 마이클 잭슨의 성공은 단적으로 1960~80년대 ‘대중음악과 TV의 밀착’을 상징한다. 1990년대 <타이타닉>과 셀린 디옹의 세계적인 성공은 UIP(다국적 영화배급사) 직배 이후의 영화와 음악의 지구적인 관계의 협업을 상징하고, 2000년 이후 <아메리칸 아이돌>과 <엑스팩터>의 성공은 그 관계가 리얼리티 TV쇼를 매개로 변했음을 시사한다. 특히 구글이 유튜브를 인수하며 저작권 이슈를 기술적으로 정리한 2006년과 아이튠즈가 미국 음악 유통의 1위 자리를 차지한(그 이전에는 월마트가 1위) 2007년 이후 음악산업은 인터넷과 동영상에 그 헤게모니를 넘겨주는 쪽으로 변화해왔다.
싸이의 <강남스타일> 이전에 이미 저스틴 비버와 칼리 래 젭슨의 싱글이 트위터와 유튜브를 기반으로 빌보드 차트까지 점령했다는 사실은 이런 변화가 단기적인 해프닝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2009년 유니버설과 소니뮤직, 아부다비미디어와 E1엔터테인먼트가 공동으로 설립한 고화질 뮤직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인 VEVO(초기에 함께 협의하던 워너뮤직은 막판에 MTV 네트웍스와 손잡으며 VEVO 구성원에서 빠졌다)의 수익이 나날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획일화된 취향 강요받게 되는 건 아닐까?
이런 맥락에서 유튜브는 2009년 이후 사용자제작콘텐츠(UCC) 동영상 사이트에서 뮤직비디오 유통 사이트로 재편되다시피 했는데, 세계 최대의 음악시장인 미국에서 유튜브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2012년 8월 닐슨 ‘뮤직 360’이 발표한 “10대의 64%는 유튜브를 통해 음악을 듣는다”는 사실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다시 말해 <강남스타일>과 <할렘 셰이크>는 이제까지의 모든 히트 싱글이 그랬던 것처럼 운 좋게 성공한 게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것이 우연인 건 아니다. 오히려 아이튠즈와 유튜브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21세기의 엔터테인먼트 환경에서는 필연적인 현상으로 봐야 한다. 이런 구도에서 미래의 음악산업은 어떻게 정리되고 재편될까. 모르긴 몰라도, 산업 관계자들은 이 문제를 가지고 온갖 아이디어를 쥐어짜고 있을 것이다. 얼마 전 소니뮤직이 저스틴 비버와 꼭 닮은 외모로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서 엄청난 인기를 모은 12살 소년과 음반 계약(하지만 그 소년은 립싱크 동영상만 찍었다)을 맺었다는 뉴스도 그 맥락에 있다. 팝 시장은 점차 단발성의 히트 싱글이 지배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때 우리는 선택의 기회를 더 갖게 되는 걸까, 아니면 획일화된 취향을 강요받게 되는 걸까? 고민해볼 만한 문제다.
차우진 대중음악평론가
한국도 ‘할렘 셰이크‘ 패러디 영상의 무풍지대는 아니다. ‘깝권’으로 알려진 2PM의 조권의 ‘할렘 셰이크‘ 동영상이 화제를 모았다(위 좌우). 최희·정인영 아나운서의 패러디 영상은 ‘KBS N 스포츠’를 통해 공개돼 검색어 순위에 올랐다. KBS N 스포츠 제공, 유튜브 화면 갈무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