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고 폼나는 책 각광받으며 베스트셀러로… 문학이 꽉 잡은 ‘강북’에 비해 실용서가 인기
동물의 웃기는 표정을 찍은 사진을 모은 책 <더 블루 데이 북>(브래들리 그리브 지음, 바다출판사 펴냄)이 출간된 직후의 일이다. 바다출판사는 이 책의 홍보이벤트로 책에 나오는 사진전시회를 마련했다. 장소는 서울 강남의 강남영풍문고. 강북에 자리잡은 유명하고 큰 서점이 아니었다. 이 사진책이 처음 반응을 보인 곳이 바로 강남의 서점들이었고, 그래서 출판사는 강북의 대형서점들 대신 강남의 서점들을 핵심 공략지역으로 삼았던 것이다.
교보책과 영풍책, 서울책과 지방책
<더 블루 데이 북>은 몇달째 종합 순위 5위권을 유지하며 지금까지 모두 8만부 이상 팔려나가는 대성공을 거뒀다. 그렇지만 이 책은 다른 베스트셀러들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 서울 강북지역에서 먼저 호응을 얻어 강남과 지방으로 인기가 옮아가는 일반적인 베스터셀러군과는 달리 서울 강남지역에서부터 호응을 얻은 책이란 점이다. 판매량도 서울 강남지역에서 강북 판매량의 절반 정도에 머무는 것과는 달리 두 지역 판매량에 차이가 없다. 그만큼 강남에서 상대적으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는 이야기다.
그동안 출판계에서는 통념적으로 ‘교보책’과 ‘영풍책’, 또는 ‘서울책’과 ‘지방책’으로 구분해왔다. ‘교보책’과 ‘영풍책’은 주로 인문서적이나 소설이 강세인 대형서점인 교보문고와 젊은 이들의 취향에 맞는 책들과 어린이책이 잘 팔리는 영풍문고의 특성에 따른 구분으로 각각의 서점에서 잘 팔리는 책들을 부르는 말이다. 반면 ‘서울책’과 ‘지방책’은 서울과 지방 어느 지역에서 먼저 반응을 얻느냐에 따른 구분법이다. 서울이란 지역이 워낙 전체 출판시장을 대표하는 것이어서 서울책이란 지칭은 사실상 무의미한 편이지만 ‘지방책’은 분명히 존재한다. 서울에서는 잘 팔리지 않는 이른바 ‘B급’ 소설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주로 지방에서 근무하는 군인층이 즐겨보는 대중소설들로, 지방에서 유달리 잘 팔리는 책들이다. 과거 베스트셀러 가운데 소설 <혼자 뜨는 달> 등이 이런 책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제 여기에 ‘강남책’과 ‘강북책’이란 새로운 분류법 하나가 더 추가되려는 징조가 보이고 있다. 서울은 거대한 하나의 도시이면서 동시에 두개의 도시이기도 하다. 한강을 사이에 두고 강북과 강남이 서로 분명하게 구분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 출판시장에서도 이런 차이가 반영되려는 징후가 보인다. 출판시장은 대형서점이 몰려 있는 강북이 전국적인 기본 성향을 그대로 압축하고 있다. 그래서 강북과 강남이 차이가 난다기보다는 강남이 강남만의 독특한 취향을 드러낸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밑바탕에는 두 지역의 기본적인 소비수준의 차이가 깔려 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실제 지난 1∼2년 사이의 베스트셀러 가운데는 기존 베스트셀러와는 다른 성향, 즉 강남지역에서 반응을 얻어 전국적 인기를 얻는 책들이 조금씩 생겨났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예상 외로 ‘대박’이 됐던 푸른숲출판사의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과 <시간박물관>이다. 이 두권의 책은 이른바 ‘강남책’의 전형적인 두 가지 유형을 보여준다. 우선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은 대중적인 책은 아니었지만 강남지역에서부터 ‘액세서리’용으로 각광받으면서 베스트셀러가 됐다. 책의 주된 구매층인 여성들이 ‘들고 다니기 폼나는 책’으로 이 책을 선호한 덕이다. 핸드백보다 작아 휴대가 편하고 ‘괴테’와 ‘이탈리아’라는 두 낱말이 품위있어보인 덕분이다. 반면 <시간박물관> 역시 책값이 무려 4만9천원이나 하는 고가임에도, 소득수준이 높은 강남지역에서 집중적으로 팔려 성공한 책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한강을 사이에 두고 구분되는 소비특성 물론 아직까지 전국적으로 인기를 얻는 대형 베스트셀러의 경우 이런 지역구분은 무의미하다. 그러나 이제 특정 장르나 책의 경우 분명히 서울 내에서 지역적인 분화가 이뤄지고 있다. 그리고 강남지역에서 잘 팔리는 책들은 분명히 공통적인 특징들이 있다. 이미지가 강하거나 감각적인 책들, 그리고 여가 가이드 등의 실용서, 고급장정의 소장용 책과 화보들이란 점이다. 기본적으로 소비수준이 더 높은 강남시장이 형성됐기 때문에 나온 변화들이다. 황금가지의 장은수 편집장은 “아무래도 강남지역은 실용적이고 구체적으로 자기 생활에 도움이 되는 책이 잘 팔린다”며 “높은 소득수준이 그 이유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분석했다. 출판계에서는 흔히 “실용서시장은 국민소득 1만5천달러가 넘어야 열린다”는 말이 있다. 바로 강남지역에서 실용서가 인기있는 것은 이런 속설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출판계에서 2만원대의 고급장정 책이 나온 지 얼마 안 된 것도 이와 같은 이유다. 예전 같으면 가격저항선 때문에 쉽게 낼 수 없었던 고가의 책들이 요즘에는 과감하게 시장에 나오고 있다.문화는 기본적으로 소득의 차이에 따라 분화하고 달라지는 것이 속성이다. 그러나 땅덩이가 좁은 우리나라는 문화적 동조현상이 심해 그런 차이가 많지 않은 편이었다. 고소득층보다는 중간소득층이 주도하는 출판문화는 특히 그런 성향이 강했다. 하지만 출판시장에도 조금씩 변화가 오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인터넷서점 예스24의 강병국 이사도 그렇게 요즘 출판시장을 분석하고 있다. “기존 베스트셀러들, 즉 강북책의 특징은 <가시고기> 등 문학이 주류였지만 최근 베스트셀러가 된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나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너 그거 아니> 등을 보면 모두 전통적인 베스트셀러 특성을 갖추고 있지 않다. 가벼운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는 실용성이 강한 책들이다. 강남지역 독자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인터넷서점에서 시작해 강남지역 오프라인 서점에서 반응이 시작됐다. 강북에만 있었던 대형서점들이 최근 몇년 사이 강남에도 줄지어 들어서면서 이제 독서시장 자체의 중심이 서서히 강북에서 강남으로 바뀌기 시작하는 것으로 보인다.”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일러스트레이션/ 설은영
그동안 출판계에서는 통념적으로 ‘교보책’과 ‘영풍책’, 또는 ‘서울책’과 ‘지방책’으로 구분해왔다. ‘교보책’과 ‘영풍책’은 주로 인문서적이나 소설이 강세인 대형서점인 교보문고와 젊은 이들의 취향에 맞는 책들과 어린이책이 잘 팔리는 영풍문고의 특성에 따른 구분으로 각각의 서점에서 잘 팔리는 책들을 부르는 말이다. 반면 ‘서울책’과 ‘지방책’은 서울과 지방 어느 지역에서 먼저 반응을 얻느냐에 따른 구분법이다. 서울이란 지역이 워낙 전체 출판시장을 대표하는 것이어서 서울책이란 지칭은 사실상 무의미한 편이지만 ‘지방책’은 분명히 존재한다. 서울에서는 잘 팔리지 않는 이른바 ‘B급’ 소설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주로 지방에서 근무하는 군인층이 즐겨보는 대중소설들로, 지방에서 유달리 잘 팔리는 책들이다. 과거 베스트셀러 가운데 소설 <혼자 뜨는 달> 등이 이런 책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제 여기에 ‘강남책’과 ‘강북책’이란 새로운 분류법 하나가 더 추가되려는 징조가 보이고 있다. 서울은 거대한 하나의 도시이면서 동시에 두개의 도시이기도 하다. 한강을 사이에 두고 강북과 강남이 서로 분명하게 구분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 출판시장에서도 이런 차이가 반영되려는 징후가 보인다. 출판시장은 대형서점이 몰려 있는 강북이 전국적인 기본 성향을 그대로 압축하고 있다. 그래서 강북과 강남이 차이가 난다기보다는 강남이 강남만의 독특한 취향을 드러낸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밑바탕에는 두 지역의 기본적인 소비수준의 차이가 깔려 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실제 지난 1∼2년 사이의 베스트셀러 가운데는 기존 베스트셀러와는 다른 성향, 즉 강남지역에서 반응을 얻어 전국적 인기를 얻는 책들이 조금씩 생겨났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예상 외로 ‘대박’이 됐던 푸른숲출판사의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과 <시간박물관>이다. 이 두권의 책은 이른바 ‘강남책’의 전형적인 두 가지 유형을 보여준다. 우선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은 대중적인 책은 아니었지만 강남지역에서부터 ‘액세서리’용으로 각광받으면서 베스트셀러가 됐다. 책의 주된 구매층인 여성들이 ‘들고 다니기 폼나는 책’으로 이 책을 선호한 덕이다. 핸드백보다 작아 휴대가 편하고 ‘괴테’와 ‘이탈리아’라는 두 낱말이 품위있어보인 덕분이다. 반면 <시간박물관> 역시 책값이 무려 4만9천원이나 하는 고가임에도, 소득수준이 높은 강남지역에서 집중적으로 팔려 성공한 책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한강을 사이에 두고 구분되는 소비특성 물론 아직까지 전국적으로 인기를 얻는 대형 베스트셀러의 경우 이런 지역구분은 무의미하다. 그러나 이제 특정 장르나 책의 경우 분명히 서울 내에서 지역적인 분화가 이뤄지고 있다. 그리고 강남지역에서 잘 팔리는 책들은 분명히 공통적인 특징들이 있다. 이미지가 강하거나 감각적인 책들, 그리고 여가 가이드 등의 실용서, 고급장정의 소장용 책과 화보들이란 점이다. 기본적으로 소비수준이 더 높은 강남시장이 형성됐기 때문에 나온 변화들이다. 황금가지의 장은수 편집장은 “아무래도 강남지역은 실용적이고 구체적으로 자기 생활에 도움이 되는 책이 잘 팔린다”며 “높은 소득수준이 그 이유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분석했다. 출판계에서는 흔히 “실용서시장은 국민소득 1만5천달러가 넘어야 열린다”는 말이 있다. 바로 강남지역에서 실용서가 인기있는 것은 이런 속설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출판계에서 2만원대의 고급장정 책이 나온 지 얼마 안 된 것도 이와 같은 이유다. 예전 같으면 가격저항선 때문에 쉽게 낼 수 없었던 고가의 책들이 요즘에는 과감하게 시장에 나오고 있다.문화는 기본적으로 소득의 차이에 따라 분화하고 달라지는 것이 속성이다. 그러나 땅덩이가 좁은 우리나라는 문화적 동조현상이 심해 그런 차이가 많지 않은 편이었다. 고소득층보다는 중간소득층이 주도하는 출판문화는 특히 그런 성향이 강했다. 하지만 출판시장에도 조금씩 변화가 오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인터넷서점 예스24의 강병국 이사도 그렇게 요즘 출판시장을 분석하고 있다. “기존 베스트셀러들, 즉 강북책의 특징은 <가시고기> 등 문학이 주류였지만 최근 베스트셀러가 된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나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너 그거 아니> 등을 보면 모두 전통적인 베스트셀러 특성을 갖추고 있지 않다. 가벼운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는 실용성이 강한 책들이다. 강남지역 독자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인터넷서점에서 시작해 강남지역 오프라인 서점에서 반응이 시작됐다. 강북에만 있었던 대형서점들이 최근 몇년 사이 강남에도 줄지어 들어서면서 이제 독서시장 자체의 중심이 서서히 강북에서 강남으로 바뀌기 시작하는 것으로 보인다.”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