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종합시청률 4위’로 약진한 ‘VJ특공대’…서민적 소재 찾아 서민 속으로
지난 8월10일치 텔레비전 시청률 순위표. 드라마도, 오락프로그램도 아닌 프로그램 하나가 4위에 올랐다. 늘 10위권에서 버텨오던 강자이긴 했지만, 이날 시청률과 순위에서 모두 최고기록을 내며 약진한 것이다. 시청률(TNS미디어코리아 조사)은 25%, 점유율은 무려 43.7%였다. 다큐멘터리로서는 놀라운 수치였다. 왠만한 드라마는 물론 <일요일 일요일 밤에>나 <한밤의 TV연예> 같은 방송사들의 간판 오락물을 누른 이 다큐멘터리는 <VJ특공대>였다.
다큐멘터리에 관한 통념을 깨다
요즘 <VJ특공대>는 그야말로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전체 시청률 순위에서도 몇달째 10위권을 유지하고 있고,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시청률 순위에서는 지난 4월 이후 19주 연속 1위를 기록중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점은 이 프로그램 시청자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고르다는 점. “다큐멘터리는 30대 이상 남성용 프로그램”이라는 통념을 깨고 “젊은 여성도 즐겨보는 발랄한 다큐멘터리”가 된 것이다.
이처럼 인기가 좋다보니 <VJ특공대>는 현재 한국방송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광고가 28개가 따라붙어 광고 판매율 100%를 기록하고 있다. 광고료가 가장 비싼 ‘SA’(special A)시간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프로그램 하나가 연간 100억원 이상의 광고 매출을 올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난 6월에는 이례적으로 박권상 한국방송 사장이 직접 외주제작국에 들러 비디오 저널리스트(VJ)들에게 금일봉을 건네기도 했다. 매주 네 꼭지의 짤막한 이야기를 내보내는 이 색다른 프로그램이 이처럼 인기를 누리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VJ특공대>가 성공할 수 있었던 원인은 무엇보다도 기존 다큐멘터리와는 다른 구성과 방식 덕분으로 평가받는다. 이 프로는 여러 가지 점에서 다른 다큐멘터리들과는 차별화된다. 우선 차분하고 나직한 내레이션으로 진행되는 것이 불문율처럼 천편일률적이던 다큐멘터리를 과감하게 연성화해 코믹하기도 하고 톡톡 튀기도 하는 진행과 구성으로 승부한 점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큰 차이는 기존 방송용 ENG카메라가 아닌 6mm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한다는 점이다. 6mm는 ENG카메라처럼 깨끗한 화면은 아니지만, 훨씬 작은 카메라로 취재원들에게 접근하기 때문에 촬영대상들이 ENG카메라로 찍을 때처럼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 자연스럽게 대하는 것이 장점. 바로 이 점을 활용해 <VJ특공대>는 서민적인 소재를 찾아 서민들의 생활 속으로 쉽게 파고들어 진솔한 화면을 뽑아낸다. 또한 방송사 본사의 거대 조직이 아니라 활동성이 강한 개개인들이 제작한다는 점 덕분에 그동안 방송 프로그램들이 잘 다루지 않거나 소홀히 지나치던 아이템들을 건져낼 수 있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공요인이다. 실제 <VJ특공대>가 그동안 방영한 아이템을 보면 기존 다큐멘터리나 프로그램들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생활 속 이야기들이 많다. 밤사이 온갖 일이 벌어지는 파출소 풍경, 한여름밤의 한강 둔치 모습, 이등병의 첫 휴가, 울고 웃는 경조사비 이야기, 지하철 보부상과 단속반의 술래잡기 등 사람냄새가 묻어나는 생활현장들이 방송을 탔다. ‘그들과 함께 했던’ 119구조대의 죽음
그러면 이 다양한 꼭지들은 과연 누가, 어떻게 만드는 것일까.
<VJ특공대>는 철저하게 외주로 만들어진다. 허브넷과 한국씨네텔, TV유니온 등 3개사가 돌아가며 한주씩 만든다. 각사에는 4∼6명씩의 VJ들과 작가들이 소속돼 있다. 현재 이 프로그램을 만드는 VJ는 모두 14명. 이 가운데 2명이 여성이다. 간혹 작가를 하다가 VJ로 전향한 경우도 있지만 VJ들은 대부분 외주 프로덕션 PD로 시작한 이들이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 대부분으로, 젊음과 열정이 최대의 무기다. 한번 촬영을 시작하면 보통 4∼5일, 길게는 보름씩 집 떠나 생활하기도 하므로 체력은 필수다. 이들 가운데 프로덕션 정식 사원인 경우는 월급으로 받고, 프리랜서인 이들은 완성된 아이템 1꼭지당 150만∼220만원을 받는다. 수입은 노동강도에 비해 그닥 많지 않은 편이다.
사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드물게 마련”이어서 이들이 가장 골머리를 썩히는 것은 시의적절하고 재미있는 아이템의 선정작업이다. 섭외나 촬영은 프로그램의 인지도가 높아 예상보다 어렵지 않다고 한다. 방송이 끝나면 VJ와 작가들은 신문, 잡지, 인터넷 등의 기본자료를 뒤지는 한편 주변 사람들, 각자의 취재원을 상대로 아이디어 수집에 나선다. <한겨레21>의 인기코너 ‘기자가 뛰어든 세상’에 등장했던 ‘대리운전’이 계기가 돼 ‘대리운전의 세계’를 만든 것이 그런 사례다. 작가 노순금(29)씨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느낌”이라며, “아이디어가 잘 나오지 않을 때에는 1주일 내내 회의만 하는 일도 다반사”라고 아이템을 찾는 고충을 털어놨다.
요즘 <VJ특공대> 제작진들은 방영 초기에 주로 신문이나 잡지에서 취재거리를 찾던 것에서 완전히 벗어나 자체 발굴에 주력하고 있다. 이웃에게서 우연히 들은 한마디나 평소 생활하면서 가졌던 호기심으로 뽑아낸 아이디어들이 훨씬 더 호응이 좋기 때문이다. ‘공익근무요원 24시’나 ‘해인사 스님 김장하던 날’ 등이 그렇게 건져낸 작품들이다.
한번 촬영을 시작하면 취재대상과 며칠씩 함께 생활하다시피 하기 때문에 인간적 교감이 생겨 친해지는 점은 VJ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보람이자 추억이라고 한다. 하지만 가슴 저미는 슬픈 추억도 있었다. 올해 초 홍제동 화재진압 당시 목숨을 잃은 119 구조대원들이 바로 지난해 9월 방송된 ‘별걸 다하는 남자들!-119 구조대’의 주인공이었다. 보름 동안이나 함께 생활하며 촬영했던 담당 VJ는 사고소식을 듣고 한동안 넋이 나갈 정도였다고 한다. 그래서 참사 바로 다음주인 지난 3월 초에는 그들의 생전 모습을 담은 자료를 통해 다시 ‘119 불꽃 같은 사나이’를 만들어 방영했고, 유가족들에게 고인들을 찍은 테이프를 선물로 증정하기도 했다.
“문제는 휴머니즘이다”
지난해 5월5일 첫 방송부터 10%의 시청률로 순조롭게 출발한 이래 <VJ특공대>는 일단 지금까지는 돋보이는 성공을 거뒀고, 그 성공을 잘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과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연성 다큐멘터리라는 성격이 강점이긴 해도 너무 연성 아이템에만 치중할 경우 프로그램 전체의 힘이 떨이질 우려가 있다. 음식이나 동물 같은 소재들이 가장 잘 먹혀드는 아이템이기는 해도 지금처럼 매회 등장시키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부정적일 수 있다는 점을 제작진들은 의식하고 있다. 또한 <VJ특공대>가 너무 선정성에 치우져 진풍경이나 소동의 현장을 겉핥기식으로 소개하는 데 그친다는 지적도 받는다. 게다가 처음에는 강점이었던 형식의 독자성도 이제는 뒤따라 비슷한 프로들이 생기면서 예전처럼 신선한 무기는 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고비를 잘 알고 있는 제작진들은 결국 사람냄새, 즉 휴머니즘을 강화하는 것으로 활로를 찾고 있다. 최근 방송한 경북 칠곡의 오토바이 면허따기 열풍이나 산골 아이들이 처음으로 바다 구경가는 날 등의 꼭지들이 그런 노력의 일환이다. 물론 1년 넘게 VJ들의 노력과 열정으로 쌓은 프로그램의 인기는 아직 탄탄하다. 그래도 일반인들에겐 생소한 비디오 저널리스트란 말을 일상화했다는 보람이 크기 때문에, VJ들이 이 프로그램에 갖는 애착은 대단하다. 다소 어려움이 있다고 해도 이런 열정이 지속되는 한 <VJ특공대>의 인기는 쉽게 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사진/ <VJ특공대>의 '안방마님' 황수경 아나운서는 따뜻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6mm 특유의 거칠고 강한 화면을 중화한다는 평을 듣는다.
이처럼 인기가 좋다보니 <VJ특공대>는 현재 한국방송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광고가 28개가 따라붙어 광고 판매율 100%를 기록하고 있다. 광고료가 가장 비싼 ‘SA’(special A)시간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프로그램 하나가 연간 100억원 이상의 광고 매출을 올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난 6월에는 이례적으로 박권상 한국방송 사장이 직접 외주제작국에 들러 비디오 저널리스트(VJ)들에게 금일봉을 건네기도 했다. 매주 네 꼭지의 짤막한 이야기를 내보내는 이 색다른 프로그램이 이처럼 인기를 누리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VJ특공대>가 성공할 수 있었던 원인은 무엇보다도 기존 다큐멘터리와는 다른 구성과 방식 덕분으로 평가받는다. 이 프로는 여러 가지 점에서 다른 다큐멘터리들과는 차별화된다. 우선 차분하고 나직한 내레이션으로 진행되는 것이 불문율처럼 천편일률적이던 다큐멘터리를 과감하게 연성화해 코믹하기도 하고 톡톡 튀기도 하는 진행과 구성으로 승부한 점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큰 차이는 기존 방송용 ENG카메라가 아닌 6mm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한다는 점이다. 6mm는 ENG카메라처럼 깨끗한 화면은 아니지만, 훨씬 작은 카메라로 취재원들에게 접근하기 때문에 촬영대상들이 ENG카메라로 찍을 때처럼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 자연스럽게 대하는 것이 장점. 바로 이 점을 활용해 <VJ특공대>는 서민적인 소재를 찾아 서민들의 생활 속으로 쉽게 파고들어 진솔한 화면을 뽑아낸다. 또한 방송사 본사의 거대 조직이 아니라 활동성이 강한 개개인들이 제작한다는 점 덕분에 그동안 방송 프로그램들이 잘 다루지 않거나 소홀히 지나치던 아이템들을 건져낼 수 있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공요인이다. 실제 <VJ특공대>가 그동안 방영한 아이템을 보면 기존 다큐멘터리나 프로그램들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생활 속 이야기들이 많다. 밤사이 온갖 일이 벌어지는 파출소 풍경, 한여름밤의 한강 둔치 모습, 이등병의 첫 휴가, 울고 웃는 경조사비 이야기, 지하철 보부상과 단속반의 술래잡기 등 사람냄새가 묻어나는 생활현장들이 방송을 탔다. ‘그들과 함께 했던’ 119구조대의 죽음

사진/ VJ 배준호씨가 2천쌍 미팅 행사를 취재하고 있다. 배씨는 외주 프로덕션 PD로 일하다가 VJ로 변신했다.(박승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