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렷한 성과없이 독불장군 불명예… 쓴소리 달게 듣고 한국형 전술 집중해야
2002년 한·일월드컵축구대회가 9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한국축구의 염원은 안방에 차려놓은 ‘지구촌 축제’에서 잔칫상을 남에게 넘겨주고 뒷전에 물러나 있는 것이 아니라 16강에 진출해 대잔치를 함께 만끽하는 것이다. 한국축구가 세계 수준으로 성장하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국축구는 또 한 차례 위기를 맞고 있다. 한국의 16강 염원을 풀어줄 ‘해결사’로 데려온 네덜란드 출신의 명장 거스 히딩크(55) 감독은 지난 1월부터 한국 월드컵대표팀을 이끈 지 7개월이 지났지만 이렇다할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특히 2002월드컵의 리허설 성격으로 열린 제3회 컨페더레이션스컵(대륙간컵)에서 프랑스에 0-5로 참패를 당했고 지난 8월15일에도 체코에 0-5로 무참히 무너져 ‘히딩크 스코어’(0-5)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며 실망감을 던져주었다.
잇따른 참담한 패배에 위기의식 깊어가
이전 감독 때보다 더 나빴으면 나빴지, 결코 그냥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98프랑스월드컵 당시 아시아지역예선에서 승승장구했던 차범근 감독이 히딩크 감독이 이끌던 네덜란드대표팀에 0-5로 패하면서 벨기에와의 마지막 경기를 남겨두고 대회 도중 물러난 것을 고려하면 히딩크는 벌써 두번은 경질의 위기를 맞은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차범근 감독이나 허정무 감독이 ‘빅 이벤트’를 앞두고 준비기간에 0-5의 참패를 두 차례나 당했다면 과연 온전할 수 있었을까. 결코 아니었을 것이다. ‘히딩크 체제’는 무엇이 문제인가. 도대체 지금까지 보여준 것은 무엇인가. 2002월드컵을 준비하면서 반환점을 향해 가고 있는 지금, ‘히딩크 체제’의 중간 점검이 필요한 때다. 히딩크 감독은 7개월 동안 네개 대회 출전과 두 차례 친선경기를 치렀다. 이 과정에서 A매치(국가대표팀간 경기)는 모두 12경기를 가져 6승2무4패를 기록했다. 1월 첫 출전대회인 홍콩칼스버그컵에서 1승1패로 3위, 2월 두바이4개국친선대회에서 1승1무1패로 2위, 4월 LG컵 이집트4개국대회에서는 2연승으로 우승을 거둬 수치상으로는 점차 나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지난 5월25일 카메룬과의 친선경기에서 0-0으로 비긴 뒤 5월30일 컨페더레이션스컵 개막전에서 힘 한번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0-5로 패했다. 이후 유상철과 황선홍의 활약에 힘입어 멕시코와 오스트레일리아에 연승을 거둬 예선 A조에서 2승1패를 기록했지만 조 3위로 목표였던 4강 진출에 실패했다. 그리고 2개월이 훌쩍 지나 유럽전지훈련 기간중이던 지난 15일 체코를 맞아 또다시 무기력한 플레이 끝에 대패했다. “더 넣으려고 마음만 먹었으면 훨씬 큰 스코어로 이길 수 있었다”는 체코 선수들의 비아냥에 자존심이 뭉개지면서. 6승2무4패. 승률이 5할에 이르렀으니 그만하면 잘했다고 하면 그만이지만, 상대와 스코어를 분석하면 한국대표팀의 문제점은 크게 부각된다. 한국은 허정무 감독을 대신할 새 감독을 물색하면서 ‘이이제이’(以夷制夷)의 심정으로 유럽의 강호 네덜란드에서 히딩크 감독을 ‘모셔왔다’. 그러나 네덜란드의 PSV아인트호벤, 스페인의 명문구단 레알 마드리드와 네덜란드 대표팀 등을 지휘했던 명장 히딩크 감독이 한국대표팀을 맡았지만 크게 개선된 점은 없다. 여전히 유럽축구에는 ‘고양이 앞의 쥐’가 되고 만다. 히딩크 체제에서 기록한 4패의 상대는 모두 유럽국가들이다. 홍콩칼스버그컵에서 노르웨이, 두바이4개국대회에서 덴마크, 대륙간컵에서 프랑스, 그리고 체코. 노르웨이 덴마크가 북구의 강호라지만 한국과 맞붙은 팀은 젊은 선수들을 주축으로 한 2진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패배는 더욱 쓰라리다. 프랑스나 체코도 최상의 멤버나 전력은 아니었다. 여전히 유럽에 속수무책, 대비책 뭔가
한국은 유럽국가들과의 역대 전적에서 6승11무25패로 절대 열세를 보이고 있다. 유럽은 32장의 2002월드컵 본선티켓 가운데 14.5장을 차지한다. 지난 대회 우승팀 프랑스는 자동 출전권을 갖고 나머지는 지역예선을 거친다. 한장도 아시아국가와 플레이오프를 치르기 때문에 결국 15개국이 2002월드컵에 출전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으로서는 어떻게든 만나게 될 적이고 넘어야할 벽이다.
히딩크 감독은 이런 ‘유럽 징크스’를 과연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대비책은 마련된 것일까. 그 역시 유럽을 극복해야 할 과제로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그래서 힘과 스피드를 겸비한 선수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전혀 믿음을 주지 못한다.
히딩크 감독은 상황이 변할 때마다 ‘말 바꾸기’로 위기를 넘긴다. 평상시에는 “16강은 자신있다”거나 “8강이 목표”라며 애드벌룬을 띄웠다가 경기에서 패하고 나면 “좋은 경험을 했다. 선수들의 가능성을 봤다”는 말만을 되풀이한다. 지난 4일 국립극장에서 ‘2002월드컵 D-300’ 행사에서도 ‘8강’ 운운했지만 체코전에서 참패하고 난 뒤 “좋은 경험을 했다. 새로운 얼굴을 발굴한 성과가 있었다”며 패배의 슬픔에 빠진 축구팬들의 정서와는 동떨어진 얘기를 늘어놓았다.
문제는 ‘히딩크호’가 출범한 지 7개월 만에 벌써 삐거덕거리고 있다는 데 있다. 지금까지 네 차례의 선수단 소집을 통해 한국대표팀을 거쳐간 선수는 모두 50명. 줄곧 실험과 수능시험으로 일관했다. 선수들의 실력과 잠재성을 발견한 효과는 있었지만 축구계에서는 “이제 실험은 그만두고 조직을 정비해 본선을 대비해야 할 때”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 한국축구의 현실을 파악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도 지적한다. 포백과 스리백을 오가며 수비전술 실험이 너무 길고 한국 선수들이 스리백 수비전형에 익숙하다는 것을 알고도 여전히 포백에 대한 실험을 중단하지 않고 있다. 포백, 스리백의 전형이 중요한 요소는 아니지만 선수들은 잦은 변화에 당혹스럽다.
코칭스태프의 호흡도 잘 맞지 않는다. 그동안 훈련과정에서 모든 결정은 히딩크만의 것이었다. 오전에도 “오후 훈련일정을 모른다. 점심을 먹고 히딩크의 결정이 있어야 한다”는 말뿐이다. 사정이 이러니, 선수들이나 지원스태프들은 ‘5분 대기조’가 될 수밖에. 한마디로 ‘엿장수 마음’이 아니라 ‘히딩크 맘대로’로, 이것이 히딩크 체제의 모습이다.
축구협회 통제력 없어… ‘흔들기’가 아니다
현재로서는 히딩크를 견제할 세력은 없어 보인다. 히딩크 감독은 언론에서 비판적인 기사가 나오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히딩크를 옹호하는 세력들은 비판적인 얘기들을 ‘시기상조’라며 폄하한다. 히딩크 감독을 데려온 대한축구협회도 히딩크 감독에 끌려다닌다. 전혀 통제기능이 없다. 대륙간컵이 끝나고 곧바로 유럽으로 건너가 40일간의 휴가를 즐겼다. 히딩크 감독의 무릎수술에 따른 치료와 외국진출 선수들의 컨디션 점검을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무릎수술을 위해 이미 한 차례 네덜란드를 갖다왔고 유럽진출 선수들도 리그가 끝난 뒤인 것을 고려하면 설득력이 없다. 협회는 히딩크 감독이 1년에 한달의 휴가를 갖도록 계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40일간의 외유는 어찌된 일인가.
“히딩크는 게으르다”는 말이 네덜란드 현지 기자의 말을 인용해 나돌 만큼 히딩크 감독의 신뢰도는 바닥으로 떨어져 있다. 비판적인 세력들은 “지금이라도 감독을 교체해야 한다”는 말까지 서슴지 않는다.
앞으로 9개월. 대안없이 ‘히딩크 흔들기’에 골몰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히딩크 감독과 협회는 쓴소리에 귀기울여야 한다. 트루시에 일본감독이 지난해 한국에 1-0으로 패한 뒤 한동안 비판과 해임설에 시달렸던 것을 떠올려본다.
박정욱/ 스포츠서울 축구팀 기자

이전 감독 때보다 더 나빴으면 나빴지, 결코 그냥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98프랑스월드컵 당시 아시아지역예선에서 승승장구했던 차범근 감독이 히딩크 감독이 이끌던 네덜란드대표팀에 0-5로 패하면서 벨기에와의 마지막 경기를 남겨두고 대회 도중 물러난 것을 고려하면 히딩크는 벌써 두번은 경질의 위기를 맞은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차범근 감독이나 허정무 감독이 ‘빅 이벤트’를 앞두고 준비기간에 0-5의 참패를 두 차례나 당했다면 과연 온전할 수 있었을까. 결코 아니었을 것이다. ‘히딩크 체제’는 무엇이 문제인가. 도대체 지금까지 보여준 것은 무엇인가. 2002월드컵을 준비하면서 반환점을 향해 가고 있는 지금, ‘히딩크 체제’의 중간 점검이 필요한 때다. 히딩크 감독은 7개월 동안 네개 대회 출전과 두 차례 친선경기를 치렀다. 이 과정에서 A매치(국가대표팀간 경기)는 모두 12경기를 가져 6승2무4패를 기록했다. 1월 첫 출전대회인 홍콩칼스버그컵에서 1승1패로 3위, 2월 두바이4개국친선대회에서 1승1무1패로 2위, 4월 LG컵 이집트4개국대회에서는 2연승으로 우승을 거둬 수치상으로는 점차 나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지난 5월25일 카메룬과의 친선경기에서 0-0으로 비긴 뒤 5월30일 컨페더레이션스컵 개막전에서 힘 한번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0-5로 패했다. 이후 유상철과 황선홍의 활약에 힘입어 멕시코와 오스트레일리아에 연승을 거둬 예선 A조에서 2승1패를 기록했지만 조 3위로 목표였던 4강 진출에 실패했다. 그리고 2개월이 훌쩍 지나 유럽전지훈련 기간중이던 지난 15일 체코를 맞아 또다시 무기력한 플레이 끝에 대패했다. “더 넣으려고 마음만 먹었으면 훨씬 큰 스코어로 이길 수 있었다”는 체코 선수들의 비아냥에 자존심이 뭉개지면서. 6승2무4패. 승률이 5할에 이르렀으니 그만하면 잘했다고 하면 그만이지만, 상대와 스코어를 분석하면 한국대표팀의 문제점은 크게 부각된다. 한국은 허정무 감독을 대신할 새 감독을 물색하면서 ‘이이제이’(以夷制夷)의 심정으로 유럽의 강호 네덜란드에서 히딩크 감독을 ‘모셔왔다’. 그러나 네덜란드의 PSV아인트호벤, 스페인의 명문구단 레알 마드리드와 네덜란드 대표팀 등을 지휘했던 명장 히딩크 감독이 한국대표팀을 맡았지만 크게 개선된 점은 없다. 여전히 유럽축구에는 ‘고양이 앞의 쥐’가 되고 만다. 히딩크 체제에서 기록한 4패의 상대는 모두 유럽국가들이다. 홍콩칼스버그컵에서 노르웨이, 두바이4개국대회에서 덴마크, 대륙간컵에서 프랑스, 그리고 체코. 노르웨이 덴마크가 북구의 강호라지만 한국과 맞붙은 팀은 젊은 선수들을 주축으로 한 2진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패배는 더욱 쓰라리다. 프랑스나 체코도 최상의 멤버나 전력은 아니었다. 여전히 유럽에 속수무책, 대비책 뭔가

사진/ 한국축구는 여전히 유럽을 만나면 꼬리를 내리고 만다. 0-5로 져 '히딩크 스코어'를 확인한 체코와의 친선경기 모습.(AP 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