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푸드를 즐기는 당신에겐 너무나 치명적인 책 <패스트푸드의 제국>
“지난 40년 동안의 음식물의 변화는 그 이전 4천년 동안 일어난 변화를 압도할 정도다.”
이미 역사학자들은 20세기 인류의 식생활을 그렇게 적고 있을지 모른다. 그 40년 동안 세계인들의 식생활에 불어닥친 가장 큰 변화는 ‘패스트푸드’의 등장일 것이다. 미국인들이 지난해 패스트푸드를 사먹는 데 쓴 비용은 자그마치 1100억달러. 1970년의 60억달러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늘어난 액수다. 얼마나 막대한 금액이냐 하면 미국인들이 1년 동안 개인용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그리고 새 자동차를 사는 데 쓴 돈보다 더 많은 액수다. 이처럼 패스트푸드 소비가 늘어나는 추세는 세계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패스트푸드가 진정으로 엄청난 변화인 까닭은 사먹는 사람이 많고 매출액이 엄청나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 속에는 정교한 자본의 논리와 치밀한 속임수가 들어 있다. 사람들은 이런 트릭을 알아차리지 못하거나, 알면서도 속는다.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패스트푸드는 분명 건강에 좋지 않을 것’이란 정도의 막연한 생각을 하는 데 그치고 만다. 온갖 현란한 원색과 귀여운 장식이 가득 찬 매장에서 방긋 웃으며 인사를 하는 점원의 권유에 따라 왠지 더 싸게 주는 듯한 세트 메뉴를 사게 되면 이런 문제의식도 금세 사라지고 만다.
노동착취로 만든 화학적 생산물
미국의 저널리스트 에릭 슐로서는 사람들이 그렇게 한끼 때우고 넘어가고 마는 패스트푸드의 이면에 담긴 진실을 파헤쳐온 이다. 그가 올해 출간한 <패스트푸드의 제국>(김은령 옮김/ 에코리브르 펴냄/ 1만6500원/ 문의 02-702-2530)이 최근 국내에서도 소개됐다. 패스트푸드 산업이 얼마다 다양하고 광범위한 측면에 걸쳐 부작용을 낳고 있는지를 자세하게 고발하면서, 패스트푸드란 열쇳말로 미국사회와 미국 자본주의를 조망한다.
단순하기 그지없어보이는 햄버거나 감자튀김이 그렇게 엄청난 음모(?)와 거대한 자본의 전략일 수 있을지 궁금하지만, 일단 책을 읽어보면 패스트푸드가 ‘만악의 근원’이라는 슐로서의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노동문제만 보더라도 패스트푸드 산업의 폐해는 분명하다. 현재 맥도널드는 미국에서 새로 생기는 일자리 가운데 90%를 차지하며 매년 100만명 정도를 고용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일회용 취급을 당하는 값싼 시간제 일자리다. 패스트푸드점에는 전문가가 필요없기 때문에 늘 뜨내기들만을 원할 뿐이고, 당연히 노동조합은 있을 수도 없다. 실제로 패스트푸드점 노동자들이 노조 결성을 시도할 때마다 맥도널드가 펼친 치졸한 방어공략을 묘사한 장면은 우리나라 삼성그룹 이야기를 듣는 듯하다.
또한 패스트푸드 식당에서 파는 음식물에 대해서도 지은이는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고 강하게 경고하고 있다. 얼핏 음식들이 냉동건조 상태로 보관되다가 조리돼서 나오는 것 같지만, 실제 패스트푸드 식당에서 만들어지는 음식들은 조리하는 것이 아니라 조립한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정도로 졍교한 화학적 생산물들이다. 이미 음식물이라기 어려운 공산품 수준이 돼버렸고, 이런 제품용 작물 수요가 늘어나면서 미국의 농업은 자영농이 사라지고 소수의 기업농만 남게 됐다.
이미 미국의 패스트푸드 산업은 정치적, 경제적 공작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이들의 전략과 노림수가 그대로 우리나라에도 적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책은 결코 바다 건너 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은이는 패스트푸드의 폐해를 막는 방법이 너무나 간단하다는 점을 역설한다. 아무리 패스트푸드가 늘어나더라도, 결국은 소비자가 선택하는 객체일 뿐이다. 참깨가 송송 박힌 먹음직스러운 황갈색 빵 사이에 담겨진 진실을 깨닫고 패스트푸드를 사먹지 않으면 위험을 피할 수 있는 것. 너무나 쉽고 간단한 그 방법뿐이다.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