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땡이 백곰의 호러 라이프
등록 : 2012-07-30 18:34 수정 : 2012-09-05 15:44
날씨가 찜질방이에요. ‘히야시’ 생맥으로 목들 축이고 있나요? 오랜만에 인사드려요. 뚱땡이 X의 ‘하나뿐인’ 와잎이에요. 옆에서 ‘뚱’(X의 별명)이 “둘 있으면 큰일 나지~”라고 추임새를 넣네요. 어서 술 심부름이나 댕겨오시지~. 근데 생각해보니 뚱이 둘이면 좋겠네요. 먹는 건 2인분인데 가장 노릇은 0.5인분밖에 못하는 인간이니까, 두 명이 있어야 겨우 남들 한 명 역할을 하지 않을까요. 그래야 벌이도 살 만할 것 같고요. 근데 아직도 맥주 사러 안 갔니?
전 그동안 술만 마시고 있었어요. 칼럼의 재미를 위해 억지로 먹은 감이 없지 않았는데, 어느 날 보니 칼럼이 김 빠진 맥주처럼 맛대가리가 없어져 부득불 술잔을 놓고 펜을 들었어요. 그동안 뚱땡이의 침소봉대와 아전인수, 사실 날조는 거의 ‘주폭’에 가까웠어요. 술과 안주는 지가 더 먹으면서, 매번 나만 취했다고 하고, 농담으로 한 얘기를 앞뒤 다 자르고 전달해 몰지각한 여편네로 만들고, 할 얘기 없으면 옛날 친구들 바보 만들고, 정작 칼럼의 목적인 술집 소개는 한두 줄로 대충 때우는 매너리즘의 극치. 정말‘주객전도’구만~. 보고 있나? 뚱땡이!
지난 주말, 뚱과 아들 녀석, 이렇게 애 둘을 데리고 홍천에 있는 워터파크에 갔어요. 침대에 누워 있던 백곰에게는 반값으로 미리 예약해서 꼭 가야 한다고 둘러댔어요. 집 나가면 뚱이 고생이지만, 집에 있으면 내가 고생이니까. 도착해서 짐을 풀고 곧장 물놀이를 갔죠. 뚱은 구명조끼를 절대 안 벗더라고요. “웬 걱정? 물에 빠져도 뚱뚱해서 둥둥 뜰 텐데”라고 핀잔을 줘도 못 들은 척하더라고요. 알고 보니 뱃살 가리려는 수작이었다는. 백곰아, 아무도 안 보거덩~. 너만 여자들 보고 있는 거 딱 걸렸거덩~. 아들 녀석과 놀아주다가도 글래머러스한 언니들이 지나가면 빛의 속도로 훔쳐보는 거 비치체어에 누워 생맥 먹으며 다 보고 있거든~. 작작하고 애 좀 봐라~. 백곰아~. 애 물 먹고 허우적댄다. 뚱땡이가 애 잡네~ 잡어.
유치원에서 배운 수영에 재미 들려 환장하고 노는 아들 녀석을 겨우 어르고 달래, 저녁(술)을 먹으러 밖으로 나왔죠. 촌스런 뚱의 식성을 배려해 콘도 앞 시골장터처럼 꾸며놓은 술집으로 향했죠. 숯불바비큐, 해물파전, 골뱅이무침에 동동주와 맥주를 주문했어요. 현장에서 바로 구워서 나온 숯불바비큐는 육즙이 살아 있어 고소했고, 해물파전은 적당한 반죽과 토핑으로 바삭한 식감이 좋았어요. 골뱅이무침에 골뱅이도 많았고요. 전반적으로 콘도에서 파는 음식치고 가격도 안 비싸고 맛도 좋았죠. 아들 녀석은 저녁을 먹자마자 피곤했는지 곯아떨어졌어요. 역시 효자예요. 이제 드디어 술시. 난 생맥을 마시고, 뚱은 동동주를 들었어요. 생맥 2천cc와 동동주 한 통을 비우고 숙소로 들어왔어요. 더 먹고 싶었는데 모기가 많더라는. TV를 켜니 마침 영화 <파라노말 액티비티>를 하더군요. 덩치는 산만 해서 공포영화 보면 밤잠을 설치는 뚱이 웬일로 잘만 보더라고요. 내가 안 무섭냐고 묻자, 뚱이 심드렁하게 말하더군요. “너랑 살다 보니 이젠 무서운 게 없어. 사는 게 호러인데 뭘. 술 먹는 니가 제일 무서우니까.” 그래, 밤잠 설치고 싶구나~. 오늘 한번 지대로 무섭게 해주마~. 문의 033-439-7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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