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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작은 공으로 만리장성을 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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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7-25 17:58 수정 : 2012-09-05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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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대학체육관에서 열린 2008 베이징올림픽 탁구 여자 단체전 3.4위전에서 한국의 김경아가 일본의 후쿠아라 아이를 맞아 선전을 펼치고 있다. 베이징=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따낸 유승민의 금메달은 감동 그 자체였다. 중국의 왕하오를 상대로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집중력과 공격적인 스매싱으로 탁구의 진수를 보여줬다. 그리고 8년 뒤 런던에서 또 한 번 한국 탁구는 중국의 ‘만화 탁구’ 넘기에 도전한다. 한때 한국 탁구는 세계 무대에서 강자였다. 현재 감독으로 있는 유남규와 현정화 등이 서울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던 1970∼80년대 한국 탁구는 강했다. 하지만 90년대 들어서며 중국의 만화 탁구가 빛을 발하자 한국은 주춤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선 남녀 동반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4년간 간절히 기다려온,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한국은 반전을 노린다. 오랫동안 대표팀을 지낸 경험 많은 선수들이 똘똘 뭉쳤다. 이번엔 노련미와 함께 물러서지 않는 공격력으로 무장해 금메달을 노린다는 게 한국 남녀 탁구 대표팀의 각오다.

‘경험’ 많은 남자대표팀, “중국은 없다”

남자대표팀에선 3인방이 뭉쳤다. 수비의 달인 주세혁, 탁구 신동에서 에이스로 성장한 유승민과 ‘맏형’ 오상은이 나섰다. 유남규 감독은 대표팀의 가장 큰 장점으로 ‘경험’을 꼽는다. 세계 무대에서 맹활약해온 3명의 선수는 이미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한국 탁구의 간판이다. 주세혁은 한국 대표팀의 기대주다. 최근 몇 년 사이 세계 10위권을 지키며 이번 대회의 메달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유승민도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의 영광을 재현하려 한다. 하지만 한 가지 우려는 있다. 이미 많은 무대를 통해 전력과 스타일이 노출돼 있다는 점. 유남규 감독은 이런 부담을 해소하려고 선수들의 공격 스타일에 약간의 변화를 줘서 적응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유 감독은 “중국 선수들이 최강인 것은 알지만 열 번 중 한 번은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우리 탁구의 저력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남자대표팀엔 이 3인방 외에 김민석이 단체전에서 대기한다. 예비명단에 이름을 올린 20살 기대주 김민석은 선수 누수가 발생할 경우 대신 출전하게 된다. 한국 탁구의 미래를 짊어질 기둥으로 평가받는 선수인 만큼 그의 활약을 볼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더욱 견고해지고 단단해진 여자대표팀

중국 탁구를 넘어서려고 여자대표팀은 변했다. 수비 탁구의 달인 김경아를 중심으로 박미영·석하정으로 구성된 대표팀이지만 더 이상 물러서기만 해선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중국 탁구의 아성을 넘으려고 공격력을 장착했다. 특히 35살의 김경아는 이번 런던올림픽을 마지막 무대로 여기고 있다. 여느 대회보다 더욱 의지를 불태우는 이유다. “대한민국 아줌마의 힘을 보여주겠다”는 김경아는 “평소라면 스타일 변화는 생각할 수도 없다. 그러나 올림픽은 특수한 대회이고 변하지 않으면 승부가 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며 공격 탁구로의 전환에 대해 설명했다. 이렇듯 변화한 모습에 여자 탁구의 ‘부활’이 기대되고 있다. 여자 단식은 물론이고 더욱 견고해지고 단단해진 김경아-박미영 복식조의 단체전 활약도 기대만발이다. 여기에 강희찬 감독의 히든카드 석하정까지 가세해 단체전 등에서 중국 탁구 넘기기 대작전을 펼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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