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멀티스포츠 강국
등록 : 2012-07-24 17:18 수정 : 2012-09-05 15:14
홍진우, 정진화, 황우진(왼쪽부터)이 2012년 로마 세계선수권 대회 남자계주 종목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LH제공
한국의 멀티플레이어들에게 런던은 영광의 무대가 되어줄 것인가? 대표적인 ‘멀티스포츠’ 근대5종과 철인3종 경기에서 메달 획득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 그동안 불모지와 다름없던 근대5종 경기에서 한국 선수들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부터다. 이춘헌, 김인홍, 김기현, 정훤호가 남자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비롯해 5개의 메달을 휩쓸었다. 상승세는 이어져 2010년과 2011년 세계선수권대회 남자계주 부문에서 연속 은메달을 따내더니, 2012년에는 마침내 금메달을 획득해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런던에서는 근대5종 세계랭킹 10위권인 정진화가 사상 첫 올림픽 메달에 도전한다.
‘콤바인’ 더해지면 강국으로 떠올라
근대5종은 근대 올림픽 창시자 피에르 쿠베르탱이 고안한 스포츠다. 가상의 전쟁 상황에서 전령이 겪게 될 모든 상황을 스포츠로 재구성했다. 본래 펜싱, 수영, 승마, 육상, 사격으로 구성된 멀티스포츠였다. 하지만 최근 올림픽에서 퇴출 조짐이 일자 ‘콤바인’(육상+사격)을 대안으로 내세우며 박진감을 더했다. 철인3종은 바다수영, 도로사이클, 마라톤으로 구성됐다. 미국 하와이에서 유래된 이 종목은 하루 동안 3종목을 소화해야 한다. 허민호는 수영 1.5km, 사이클 40km, 마라톤 10km의 ‘올림픽 코스’에서 한국 역사상 첫 올림픽 철인3종 경기 출전이라는 역사적인 발걸음을 뗀다.
여전히 서먹한 종목인 근대5종이 좋은 성적을 내기 시작한 것은 선수관리 체제를 바꾼 뒤부터다. 이지송 LH 사장이 2009년 연맹회장을 맡아 실업팀을 창설하고, 전국 단위의 지원을 지속해 어린 선수들부터 차곡차곡 좋은 선수로 길러내기 시작했고, 경쟁체제가 조성됐다. 그 속에서 정진화·홍진우·양수진의 3인방 선수들이 배출됐다.
한국 대표팀의 강점은 콤바인이다. 종목 유지를 위해 만들어진 콤바인은 한국 근대5종 선수들에겐 행운이었다. 복합경기를 유럽 선수들보다 일찍 경험한 것이 이유였다. 그동안 한국 선수들은 국내에서 육상과 사격을 합친 콤바인 형태로 훈련하고 경기도 많이 했다. 이렇듯 익숙한 복합경기는 7~8초 정도 총을 빨리 쏘는 한국 선수들에게 유리하다. 한국은 콤바인이 도입된 2009년부터 근대5종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러시아, 독일 등 근대5종 강국들도 쉽게 무시할 수 없는 ‘메달 후보’로 떠올랐다.
허민호, 철인3종의 선구자
철인3종에선 허민호가 올림픽 무대에 한국의 철인3종을 신고하는 임무를 맡았다. 아직 걸음마 단계란 평이지만 새로운 ‘철인 세계’에 도전하는 발판을 마련하는 데 의미가 있다. 그 선두주자로 허민호가 출전한다. 트라이애슬론이라 불리는 철인3종 경기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허민호는 2006년 전국체전에서 깜짝 금메달을 따내 한국 철인3종의 희망으로 등장했다. 허민호는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5위, 지난 4월 아시아선수권에서 1시간41분32초로 한국 선수 중 최고 기록을 내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활약을 바탕으로 그는 세계 55명에게 주는 올림픽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이젠 아시아를 넘어 세계 속에 한국의 철인3종을 알리려는 허민호의 도전을 주목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