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남아도는 식량은 어디로 가는가? 독일의 프리랜서 기자 슈테판 크로이츠베르거와 영화감독 발렌틴 투른은 <왜 음식물의 절반이 버려지는데 누군가는 굶어죽는가>에서 환경·식량단체의 추산에 기대 전세계에서 생산한 식량의 3분의 1이 사라지거나 낭비된다고 주장한다. 저자들은 더욱이 들판이나 바다에서 우리의 식탁까지 이어지는 전반적인 식량사슬을 고려하면, 산업국가 식량 에너지의 손실은 50%에 이른다고 지적한다. FAO는 2011년 5월 중순 전세계를 대상으로 실시한 식량 손실과 식품 낭비에 관한 연구를 발표했는데, 매년 총 13억t의 식량이 헛되이 버려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생산되는 식량의 총량에 맞먹는다. “유럽에서 버려지는 음식만으로도 전세계의 굶주리는 사람 모두에게 두 끼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저자들의 말이 뼈아프다. 이제 ‘살인 방조’를 끊을 때 우리는 왜 음식을 존중하는 태도를 상실했을까. 저자들은 식품이 점점 싸지고 다양해졌다는 점과 관련 있다고 강조한다. 식량이 흔하니 귀한 줄 모른다는 뜻이다. 대형마트는 필요한 양보다 더 많은 소비를 낳고, 이는 결국 쓰레기통으로 직행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소비자의 손에 들어가기도 전에 쓰레기 더미로 던져지는 식품도 아주 많다. 구매자에게 늘 동일하고 완벽해 보이는 제품을 선호하는 상인들은 양상추 잎 하나가 뭉개지면 양상추 한 통을 그냥 버리고, 복숭아 하나에 곰팡이가 피면 그 상자 전체를 내버리기도 한다. 상하지 않은 과일과 채소를 골라내는 일을 할 직원을 고용하면 오히려 비용이 더 들기 때문이란다. [%%IMAGE3%%] 대안은 무엇일까. 지글러가 사회운동적 관점이라면, 크로이츠베르거와 투른의 관점은 정책적이다. 먼저 지글러는 절망적 현실 속에서 부단히 싸움을 이어가는 사람들을 주목한다. 헌신적인 국제기구 활동가, 브라질의 땅 없는 농민들을 주축으로 한 세계 농민들의 연대체 비아캄페시나, 기아대책행동 등 여러 비정부기구(NGO)들의 활동에서 희망을 찾는다. 기아와 맞선 날들만이 기아 해방의 역사라는 것이다. 반면 크로이츠베르거와 투른은 정치적 조처의 일환으로 줄이고(Reduce), 재분배하고(Redistribute), 재생하기(Recycle)를 의미하는 ‘RRR 원칙’을 제안한다. 그리고 개인이 해야 할 일로 정치적·비판적 소비를 꼽는다. “세계의 나머지 인구가 나의 소비로 괴로워하지 않고 심지어 이득을 얻을 수 있도록 살고 구매하고 계속 움직이자”는 것이다. 결국 지구적으로 분노하고, 지역적으로 실천하라는 호소다. 이제 ‘살인 방조’를 끊을 때다. 부자들의 곳간을 여는 일이 요원하다면, 과잉소비로 그득한 우리의 곳간을 열어 그들을 먼저 먹일 일이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그렇다면 남아도는 식량은 어디로 가는가? 독일의 프리랜서 기자 슈테판 크로이츠베르거와 영화감독 발렌틴 투른은 <왜 음식물의 절반이 버려지는데 누군가는 굶어죽는가>에서 환경·식량단체의 추산에 기대 전세계에서 생산한 식량의 3분의 1이 사라지거나 낭비된다고 주장한다. 저자들은 더욱이 들판이나 바다에서 우리의 식탁까지 이어지는 전반적인 식량사슬을 고려하면, 산업국가 식량 에너지의 손실은 50%에 이른다고 지적한다. FAO는 2011년 5월 중순 전세계를 대상으로 실시한 식량 손실과 식품 낭비에 관한 연구를 발표했는데, 매년 총 13억t의 식량이 헛되이 버려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생산되는 식량의 총량에 맞먹는다. “유럽에서 버려지는 음식만으로도 전세계의 굶주리는 사람 모두에게 두 끼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저자들의 말이 뼈아프다. 이제 ‘살인 방조’를 끊을 때 우리는 왜 음식을 존중하는 태도를 상실했을까. 저자들은 식품이 점점 싸지고 다양해졌다는 점과 관련 있다고 강조한다. 식량이 흔하니 귀한 줄 모른다는 뜻이다. 대형마트는 필요한 양보다 더 많은 소비를 낳고, 이는 결국 쓰레기통으로 직행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소비자의 손에 들어가기도 전에 쓰레기 더미로 던져지는 식품도 아주 많다. 구매자에게 늘 동일하고 완벽해 보이는 제품을 선호하는 상인들은 양상추 잎 하나가 뭉개지면 양상추 한 통을 그냥 버리고, 복숭아 하나에 곰팡이가 피면 그 상자 전체를 내버리기도 한다. 상하지 않은 과일과 채소를 골라내는 일을 할 직원을 고용하면 오히려 비용이 더 들기 때문이란다. [%%IMAGE3%%] 대안은 무엇일까. 지글러가 사회운동적 관점이라면, 크로이츠베르거와 투른의 관점은 정책적이다. 먼저 지글러는 절망적 현실 속에서 부단히 싸움을 이어가는 사람들을 주목한다. 헌신적인 국제기구 활동가, 브라질의 땅 없는 농민들을 주축으로 한 세계 농민들의 연대체 비아캄페시나, 기아대책행동 등 여러 비정부기구(NGO)들의 활동에서 희망을 찾는다. 기아와 맞선 날들만이 기아 해방의 역사라는 것이다. 반면 크로이츠베르거와 투른은 정치적 조처의 일환으로 줄이고(Reduce), 재분배하고(Redistribute), 재생하기(Recycle)를 의미하는 ‘RRR 원칙’을 제안한다. 그리고 개인이 해야 할 일로 정치적·비판적 소비를 꼽는다. “세계의 나머지 인구가 나의 소비로 괴로워하지 않고 심지어 이득을 얻을 수 있도록 살고 구매하고 계속 움직이자”는 것이다. 결국 지구적으로 분노하고, 지역적으로 실천하라는 호소다. 이제 ‘살인 방조’를 끊을 때다. 부자들의 곳간을 여는 일이 요원하다면, 과잉소비로 그득한 우리의 곳간을 열어 그들을 먼저 먹일 일이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