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리 특수효과의 주인공, 세계적인 풍선의 달인 강동우씨의 도전
요즘 예술의전당에서 공연중인 뮤지컬 <둘리>를 기획한 연출가 윤호진씨가 애초 만화 <둘리>를 뮤지컬로 만들기 전에 고심했던 부분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둘리 역에 딱 맞아떨어지는 배우의 발굴이었고, 또다른 하나는 만화적인 발상을 실현할 특수효과였다. 배우문제는 한 해외동포 소년을 만나면서 해결이 됐지만, 문제는 특수효과였다. 우주와 지구를 오가고 공룡시대와 현재를 넘나드는 모험을 무대에서 표현하기 위해서는 많은 특수효과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윤씨가 ‘이 정도면 한번 해볼 만하다’고 결심한 것은 지난 1999년, 우연히 강동우(43)씨를 소개 받은 덕분이었다.
얼음이 되고, 원시림이 되고, 공룡이 되고…
<둘리>는 무대에서 다양한 특수효과장면들이 등장한다. 자그마하던 얼음이 갑자기 자라나며 커지고, 무성하던 원시림이 시들시들 죽어가기도 한다. 그리고 사람이 들어가 있는 거대한 엄마 공룡이 등장하며 이집트 투탕카멘 왕이 얼굴에 갑자기 붕대가 감기면서 미라로 변한다. 이 특수효과들이 모두 강동우씨의 작품이다. 그리고 강씨가 만들어낸 이 특수효과들에는 모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풍선’이란 점이다.
강동우씨. 그가 없었다면 둘리는 올 여름 무대에 오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일반인들에겐 생소하기 짝이 없지만 강씨는 풍선에 관한 한 국내 최고, 아니 세계에서 알아주는 최고의 달인 가운데 한명이다. 그가 만들어내는 풍선은 보통 풍선이 아닌 움직이는 풍선이다. 손가락이 가위바위보를 하기도 하고, 거대한 사람 풍선이 지구를 손에 잡고 고개를 돌리기도 한다. 수백, 수천 조각을 정교하게 꿰매 모양을 만들어 기압차와 공기 주입속도를 조절해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정밀한 설계와 노하우가 없으면 불가능한 작업이다. 지난 10년 동안 강씨는 국내 주요행사에 쓰인 이벤트 풍선조형물을 도맡다시피 만들어왔다. 지난 98년 제주전국체전 개막식에서 성화 최종주자를 손바닥에 올려서 성화대까지 팔을 움직였던 거대한 인형이나 경주 문화엑스포 전야제에서 바다 수면 위로 승천했던 용, 건군 50년 행사에서 손가락을 거는 동작을 했던 커다란 손모형이 모두 그가 만들어낸 풍선들이다. 한 증권사의 텔레비전 광고에 나왔던 사람이 안에 들어가 걷는 투명한 풍선과 뉴욕 하늘 위로 떠오르는 웃는 얼굴 모습의 풍선도 역시 강씨가 만들어낸 것들이다. 강씨가 풍선을 만들게 된 것은 9년 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그리고 그 계기는 정말 우연이었다. “신문에 일본 디즈니랜드에서 퍼레이드를 하는 사진이 났는데, 사진 속에 커다란 미키마우스 조형물이 있더라고요. 자세히 보니까 풍선으로 만든 것이었어요. 그런데 ‘저정도면 나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드는 겁니다. 그래서 진짜로 커다란 손바닥 풍선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단순한 계기였다. 액세서리사업을 하다가 수천만원의 빚더미에 오른 나머지 과감하게 시도한 것이 전화위복의 기회가 됐다. 돈벌이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만든 손바닥 풍선이 그의 인생을 바꿨다. 풍선에 대한 사전지식이나 제작경험이 전혀 없었지만 강씨는 설계는 물론 재봉틀작업까지 혼자서 모두 해냈다. 가정형편 때문에 대학 진학을 못했던 강씨는 다양한 물건을 만드는 일을 줄곧 해왔는데, 그런 이력이 풍선 만드는 밑천이 돼준 것이다. 처음 만들었는데도 손풍선은 설계대로 멋들어지게 손가락을 움직였다. 자신감을 가진 강씨는 동생 동수씨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이벤트 풍선제조에 나섰다. 손풍선을 보여줘 기술력을 입증시키며 일감을 찾아다녔다. 때마침 이벤트산업이 각광받으면서 새 사업의 운은 기막히게 트였다. 이벤트용 풍선조형물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잠잘 틈도 없이 일감이 이어졌다. ‘풍선로봇’이란 뜻의 ABR(Aero balloon Robot)이란 이름을 강씨가 직접 만들어 붙인 회사는 이제 매출액이 10억원대에 이를 정도로 커졌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공학을 전공하기는커녕 풍선제조에 대한 공부조차 전혀 해보지 않았던 강씨가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손재주 덕분이었다. 몇 미터, 때로는 몇십 미터가 넘는 움직이는 풍선조형물은 수천 조각의 천을 일일이 재봉틀로 꿰매서 만들어야 하는 지난한 작업. 기압차와 공기 주입속도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움직이는 동작을 연출하려면 정교하게 설계해 매끈하게 재봉하는 것이 기술의 핵심이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 이 기술을 시행착오를 통해 개발해야 했다. 풍선의 덩치가 크기 때문에 생기는 어려움도 많다. 마무리 점검을 하다 5m 높이의 풍선 위에서 떨어져 다리가 부러진 적도 있었다. 그렇게 온몸으로 쌓은 노하우가 강씨의 경쟁력이다.
현재 일본 후쿠시마에서 열리고 있는 환경박람회에 등장하는 퍼레이드 차랑에는 일본 업체가 아닌 강씨가 만든 풍선이 등장한다. 퍼레이드가 진행되면서 강씨의 풍선은 마치 변신로봇처럼 다양하게 변화한다. 나무줄기가 나오고, 그 줄기에서 다시 잎이 나온 뒤 애벌레가 튀어나온다. 그 애벌레는 다시 번데기로 변하고, 번데기의 등이 갈라지면서 나비가 나온다. 이 모든 다양한 변화와 동작을 풍선이 연출해내는 것이다.
이처럼 국외에서도 인정받을 정도의 ‘풍선예술가’가 됐지만, 강씨는 자신이 만든 풍선을 ‘작품’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자기 자신을 그는 대중예술가라기보다는 그저 무언가를 ‘만드는 이’로 정의할 뿐이지만, 물론 대중의 눈높이를 높이는 대중문화 작업을 한다는 자부심을 간직하고 있다.
풍선으로 집을 만든다
요즘 강씨는 새로운 풍선에 관심과 노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벤트의 절정을 화려하게 장식하고서는 사라져버리는 일회용 풍선이 아니라 수년, 수십년을 가는 풍선이다. 다름아닌 ‘풍선집’이다. 풍선으로 만드는 집, 그게 그가 요즘 실제로 전력투구하고 있는 작업이다. “이벤트 풍선이란 게 아무리 잘 만들어도 한번 선보이고 나면 그걸로 사라지는 것이 운명이죠. 처음에는 거대한 물건을 만든다는 성취감이나 재미가 있었지만, 10년쯤 하다보니 이제는 그런 느낌이 덜해졌어요. 일회성이란 점이 아쉬워 한번 오래 지속되는 것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해서 건축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가 새롭게 시도한 것이 지금 한창 짓고 있는 경기도 광주시의 ABR사옥이다. 도대체 풍선으로 집을 만드는 게 가능한가 싶지만, 이 사옥은 분명 풍선집이 분명하다. 집모양으로 거대한 풍선을 만들고 풍선에 우레탄을 분사해 응고시킨 뒤 풍선 안팎으로 다시 시멘트를 씌운 집이다. 지금까지 그가 만들었던 풍선 가운데 가장 큰 풍선이다. 곡선 부분이나 과감한 장식을 원하는 대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풍선집의 장점이다. 얼핏 건물이 견고하지 않을 것 같지만 기본 뼈대나 수평구조를 따로 하고 그 위에 풍선을 덧씌우기 때문에 그런 걱정은 없을 것이라고 강씨는 강조했다. 강씨는 마무리 마감작업만을 남겨둔 건물 2층에서 이미 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 풍선 건축물을 지어서 팔 생각은 없다. 그저 무언가를 만들어왔기 때문에 새롭게 만들어 보고 싶어 만든 것이 이 건물이다. 풍선예술가가 하는 풍선집은 그래서 더욱 재미나 보인다.
글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사진 이용호 기자 chang@hani.co.kr

사진/ 우리나라 최고의 풍선 조형물 제작자 강동우씨. 뒤로 보이는 건물이 그가 지은 풍선집이다.
강동우씨. 그가 없었다면 둘리는 올 여름 무대에 오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일반인들에겐 생소하기 짝이 없지만 강씨는 풍선에 관한 한 국내 최고, 아니 세계에서 알아주는 최고의 달인 가운데 한명이다. 그가 만들어내는 풍선은 보통 풍선이 아닌 움직이는 풍선이다. 손가락이 가위바위보를 하기도 하고, 거대한 사람 풍선이 지구를 손에 잡고 고개를 돌리기도 한다. 수백, 수천 조각을 정교하게 꿰매 모양을 만들어 기압차와 공기 주입속도를 조절해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정밀한 설계와 노하우가 없으면 불가능한 작업이다. 지난 10년 동안 강씨는 국내 주요행사에 쓰인 이벤트 풍선조형물을 도맡다시피 만들어왔다. 지난 98년 제주전국체전 개막식에서 성화 최종주자를 손바닥에 올려서 성화대까지 팔을 움직였던 거대한 인형이나 경주 문화엑스포 전야제에서 바다 수면 위로 승천했던 용, 건군 50년 행사에서 손가락을 거는 동작을 했던 커다란 손모형이 모두 그가 만들어낸 풍선들이다. 한 증권사의 텔레비전 광고에 나왔던 사람이 안에 들어가 걷는 투명한 풍선과 뉴욕 하늘 위로 떠오르는 웃는 얼굴 모습의 풍선도 역시 강씨가 만들어낸 것들이다. 강씨가 풍선을 만들게 된 것은 9년 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그리고 그 계기는 정말 우연이었다. “신문에 일본 디즈니랜드에서 퍼레이드를 하는 사진이 났는데, 사진 속에 커다란 미키마우스 조형물이 있더라고요. 자세히 보니까 풍선으로 만든 것이었어요. 그런데 ‘저정도면 나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드는 겁니다. 그래서 진짜로 커다란 손바닥 풍선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단순한 계기였다. 액세서리사업을 하다가 수천만원의 빚더미에 오른 나머지 과감하게 시도한 것이 전화위복의 기회가 됐다. 돈벌이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만든 손바닥 풍선이 그의 인생을 바꿨다. 풍선에 대한 사전지식이나 제작경험이 전혀 없었지만 강씨는 설계는 물론 재봉틀작업까지 혼자서 모두 해냈다. 가정형편 때문에 대학 진학을 못했던 강씨는 다양한 물건을 만드는 일을 줄곧 해왔는데, 그런 이력이 풍선 만드는 밑천이 돼준 것이다. 처음 만들었는데도 손풍선은 설계대로 멋들어지게 손가락을 움직였다. 자신감을 가진 강씨는 동생 동수씨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이벤트 풍선제조에 나섰다. 손풍선을 보여줘 기술력을 입증시키며 일감을 찾아다녔다. 때마침 이벤트산업이 각광받으면서 새 사업의 운은 기막히게 트였다. 이벤트용 풍선조형물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잠잘 틈도 없이 일감이 이어졌다. ‘풍선로봇’이란 뜻의 ABR(Aero balloon Robot)이란 이름을 강씨가 직접 만들어 붙인 회사는 이제 매출액이 10억원대에 이를 정도로 커졌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사진/ 풍선집을 만드는 모습. 풍선 위에 콘크리트를 분사해 굳히고 있다.

사진/ 강씨가 만들었던 주요 이벤트 풍선조형물들.
사진 이용호 기자 chang@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