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성장은 멈춘다”
1972년 성장주의 경종 울렸던 보고서, 2000년대 상황 반영한 30돌 기념 개정판
“지속 가능한 미래 원한다면 꿈꾸고, 네트워크 만들어라”
등록 : 2012-07-10 18:17 수정 : 2012-07-13 11:47
성장의 한계도넬라 H. 메도즈 외 지음, 김병순 옮김, 갈라파고스 펴냄, 2만3천원
성장주의 신화를 깨뜨리며 인간의 무한한 탐욕에 경종을 울린 명저 <성장의 한계>의 30돌 기념 개정판이 번역 출간됐다. 이 책은 1972년 미래연구기관인 로마클럽의 의뢰를 받아 도넬라·데니스 메도즈 부부와 요르겐 랜더스 등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젊은 과학자 3명이 썼다. 인구, 식량 생산량, 천연자원, 산업발전, 환경오염 등 다섯 가지 요소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에 관한 1970년까지의 데이터를 근거로, 이런 경향이 이후에도 계속된다면 인류의 미래사회는 어떤 상황에 놓일지를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뽑은 시나리오다. 인류가 지금 이대로 성장을 추구한다면 지구의 자원은 고갈되고 자연은 파괴되며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는 한계가 온다는 내용이다.
‘지속 가능한 개발’ 개념 만들어내
이 보고서에서 가장 비관적인 전망은, 2015년에 정점을 찍고 성장을 멈춘다는 것이었다. 초판이 나온 즈음에 터진 중동전쟁으로 인해 원유 가격 폭등과 함께 세계는 불황에 빠져들었고 이 책은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37개 언어로 번역돼 1200만 부 이상 팔렸다. 1987년 유엔 브룬틀란 위원회는 ‘지속 가능한 개발’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국제사회에 제시해 미래 세대의 책무를 환기시키고 하나뿐인 지구의 지나친 개발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92년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유엔 세계환경개발회의는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 세계 각국의 온실가스 방출을 규제하는 기후변화협약을 체결했다.
30돌판은 2004년 발간 때 국내 출판계의 주목을 끌지 못해 묻혀 있다가 환경·인문 전문 출판사인 갈라파고스가 발굴해 펴내 한국 독자들과 만나게 됐다. 책에는 ‘생태발자국’ 등 초판 이후 등장한 새로운 개념들이 보태졌다. 생태발자국 지수는 캐나다 경제학자 마티스 웨커네이걸이 만든 환경지표로, 인간에게 자원을 제공하고 지구촌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흡수하기 위해 필요한 토지 면적과 현재 사용할 수 있는 토지 면적을 비교한 것이다. 현재 인간의 자원 사용량은 지구의 수용 능력을 20% 초과한 상태라고 한다.
3판의 주장과 얼개는 초·재판과 같지만 활용 자료를 2000년대까지 업데이트해 신뢰도를 높였다. 학습 교재로 사용하기 적절하게 편집도 개선됐다. 30년 전의 예측, 예컨대 2000년에 세계 인구수가 60억 명, 세계 식량 생산량이 30억t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통계가 그대로 적중했음을 확인한 결과로 더 다듬어진 시나리오를 자신 있게 제시한다.
지은이들의 문제의식과 달리 환경생태 정책은 늘 뒷전으로 밀리기 마련이다. 성장이 생태계의 지속 가능한 한계를 넘어섰음이 분명하게 드러나려면 앞으로 10년은 더 걸릴 것이며 사람들이 그 사실을 깨달으려면 다시 10년이 더 걸린다는 게 지은이들의 예상이다. 하지만 이들은 오존층에 구멍을 내 인류의 생존을 위협했던 프레온가스의 생산과 사용을 중단했던 전 지구적 협력 사례를 들어 궁극적으로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열 수 있다고 강조한다.
꿈꾸기, 목가적인 답변일 뿐인가
우리가 할 일은 무엇인가. 꿈꾸기, 네트워크 만들기, 진실 말하기, 배우기, 사랑하기라고 지은이들은 말한다. 지구의 앞날이 백척간두에 섰다는 설명에 비하면 아주 목가적인 답변이다. 하지만 “처음에 아무리 작은 집단의 사람들이라도 이 도구들을 지속적으로 일관되게 사용한다면 어떠한 큰 변화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강조한다.
임종업 선임기자 문화부
blitz@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