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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최고의 프랑스만화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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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8-14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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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백년동안이나 시리즈가 이어지고 있는 <아스테릭스>, 단순한 만화 넘어선 문화적 상징

프랑스를 대표하는 만화는 과연 무엇일까? 강아지와 함께 세계를 돌아다니며 모험하는 ‘땡땡’을 떠올리는 이도 있겠지만, 땡땡은 프랑스만화가 아니라 벨기에만화다. 프랑스가 자랑하는 최고의 프랑스만화는 바로 <아스테릭스>다. 르네 고시니가 글을 쓰고 알베르 우데르조가 그림을 그린 만화 <아스테릭스>는 1959년 첫선을 보인 뒤 지금까지 반백년 동안 시리즈가 이어지고 있는 장수만화다. <꼬마 니콜라>의 작가이기도 한 글쓴이 고시니가 지난 77년 세상을 떠난 뒤에도 우데르조가 남아 그림을 그리며 시리즈를 이어가고 있는 프랑스의 국민만화다. 지금까지 무려 54개 국어로 번역돼 전세계적으로 3억부가량 팔린 것으로 추산된다. 단순한 만화를 넘어서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문화적 상징이 바로 <아스테릭스>다.

<잉칼><제롬 무슈로의…>와는 전혀 다른…

프랑스를 상징하는 이 만화가 최근 국내에 정식으로 소개됐다. 문학과지성사가 정식계약으로 1차분 3권을 먼저 펴냈고, 앞으로 계속해서 시리즈를 출간할 계획이다(오영주·성기완 옮김, 각권 7천원, 문의: 02-338-7222).


프랑스만화는 영웅물이 주류를 이루는 미국만화와 감각적인 일본만화와는 전혀 다른 예술지향적 성향을 보이는 것이 특징. 그래서 실험성이 강한 성인 취향의 판타지풍이 많다. 그동안 국내에 들어온 프랑스만화 역시 뫼비우스의 <잉칼>이나 부크의 <제롬 무슈로의 모험> 등 마니아 취향의 예술적 작품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아스테릭스>는 이런 프랑스 예술만화와는 전혀 다른 만화다. 고전적이면서 보편적인 만화로 나이와 성별에 관계없이 누구나 볼 수 있는 가족용 만화다. 70년대 잠시 한 소년잡지 부록으로 몇편이 소개된 뒤로는 전혀 국내에서 만날 수 없었다가 이번에 비로소 들어왔다. 또한 프랑스만화를 대표하는 최강의 캐릭터라는 점에서 지금까지 국내에 소개된 다른 만화들과는 중량감이 다르다. 제라르 드파르디외가 출연한 블록버스터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는데, 영화가 원작만화에 훨씬 못 미치는 졸작이었다는 것이 만화팬들의 중평이었다.

<아스테릭스>의 줄거리는 케사르가 등장하는 고대 로마제국 시대를 배경으로 지금의 프랑스지역인 골의 한 마을이 거대한 로마제국에 맞서 독립을 지켜가는 이야기다. 프랑스인의 조상인 골 사람들의 영웅 아스테릭스가 단짝 오벨릭스와 함께 매번 로마군을 골탕먹이는 활극이 이어진다. 그림은 <미키마우스>나 <드래곤볼>의 주인공처럼 귀엽고 깜찍하지만, 이 만화를 처음 읽는 것은 예상외로 다소 어색할 수도 있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만화의 이야기 전개방식이 생소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읽다보면 금세 익숙해지고 미국이나 일본만화와는 다른 유럽만화적인 감성을 느낄 수 있다. 이야기의 구조는 마치 <스머프>를 보듯 어린이 취향이지만, 그 안에 등장하는 유머나 해학, 그리고 대사의 묘미는 오히려 성인 취향에 가깝다.

잇따라 만화 펴내는 인문학 출판사들

<아스테릭스>는 무엇보다도 출판사가 문학과지성사(이하 문지)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그동안 순수문학과 인문학에만 치중했던 문지가 처음으로 내는 만화이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출판계에서는 주요 메이저 출판사들이 잇따라 만화출판에 뛰어들고 있다. 민음사의 자회사인 황금가지가 최근 <만화 그리스 신화>를 출간했고, 문학동네도 만화전문 자회사인 애니북스를 통해 미국작가의 작품 <심연>을 출간하는 등 요즘 문학출판사들은 대부분 외국만화를 들고 만화시장에 진출한 상태다. 기본적으로는 불황에 빠진 출판사들의 자구책이긴 하지만 덕분에 외국 우수 만화들이 더 많이 들어오게 된 셈이다. 과연 문학출판사들이 내는 만화들이 어떤 판매성적을 거둘지, 그리고 이 가운데 최고로 대중성과 대표성을 지닌 <아스테릭스>가 어떤 반응을 얻을지 주목된다.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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