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드C 제공
독자가 야후코리아 카툰세상에서 연재됐던 웹툰 <열혈초등학교>를 보고 있다. 정용일 기자
자유와 방치 사이 그러나 딱 여기까지다. 2000년대 초반 야후코리아는 영리했고, 보는 눈이 있었다. 야후코리아를 통해 데뷔한 작가들이 다른 포털 사이트로 옮겨가 지금까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음이 이를 증명한다. 그러나 10년도 채 되지 못해 야후코리아는 그런 기민함을 잃었다. 그러는 통에 몇몇 작가들은 출생지를 잃게 생겼다. 야후코리아를 통해 정식 데뷔한 이말년씨는 “야심찬 출발이었다. 싹수 있는 작가를 많이 발굴한 사이트 아닌가. 내 경우만 해도 그렇다. 데뷔를 하지 못해도 이상하지 않은 만화였다. 야후코리아를 통해 제의를 받고 본격적으로 웹툰 작가로 일하게 되었는데, 아쉽다”고 전했다. 마인드C씨의 감정은 더욱 각별하다. 디시인사이드 사이트에 개인적으로 ‘수행록’을 업로드할 때, 가장 먼저 러브콜을 보낸 이가 야후코리아 웹툰 담당자였다. 마인드C씨는 “‘마인드툰’이란 작품으로 야후에서 데뷔했다. 4년째 야후코리아에서 연재 중인 ‘2차원 개그’는 대표작이자 애착이 많은 작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작가들이 아쉬워하는 지점은 애틋한 이별의 정만이 아니었다. 마인드C씨의 말을 더 들어보자. “‘2차원 개그’를 처음 연재할 때, (지면 분량이 자유로운) 온라인에서 네 컷도 아닌 두 컷짜리 만화를 받아들여준다는 자체가 파격이었다. 야후코리아는 모든 권한을 작가에게 주는 연재처였다. 작가가 쓰고 그리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곳이었다. 걸러지지 않은 표현으로 문제가 발생한 만화도 몇몇 있지만 순기능이 더 컸다. 왜 야후 웹툰을 떠나지 않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렇게 얽매이지 않고 무언가를 그릴 수 있는 공간을 얻기 쉽지 않다는 점을 간과한 질문이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작가 ㄱ씨가 말하는 맥락 또한 비슷하다. “표현의 자유를 허용해주는 공간이었다. 이렇게 자유분방한 곳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 웹툰 담당자의 생각이었던 것으로 안다. 굳이 검열 기준을 마련하려고 들지 않은 이유일 것”이라고 말했다. 편집자 부재는 웹툰의 약한 부분으로 꼽히지만, 개성 강한 ‘병맛’ 만화를 연재하던 이들에게는 반가운 공간이었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자유가 아닌 방치에 가까웠다. <조선일보>는 올 1월7일자 신문 1면에 2008년부터 야후코리아에서 연재된 <열혈초등학교>를 대표적인 폭력 웹툰으로 지목했다. 만화를 그린 귀귀 작가는 “연재 중인 <열혈초등학교>에서 내 생각을 밝히고 독자와 말할 것”이라고 했지만 보도 이틀 만에 야후코리아는 작가에게 당분간 연재를 중단하라고 통보했다. 개성 있는 작가군을 배출한 초반의 패기는 흐지부지했고 <조선일보>가 지목한 폭력성이 오도인지 진짜인지 가리려는 의지조차 보이지 않았다. 지키고자 하는 ‘야후코리아적인’ 색깔 또한 사라진 지 오래라는 것을 증명하는 순간이었다. 독자들, 포털 웹툰 유료화 우려 6월부로 웹툰이 사라질 자리는 무엇으로 채워질까. 웹툰 연재가 끝나면 기존에 출간된 도서들을 중심으로 콘텐츠가 새로 꾸려질 예정이다. 현재 야후코리아 카툰세상 메인 화면은 연재 중인 만화와 연재 종료 만화, 새로 연재를 시작한 도서 스캔 이미지가 섞여 있다. 새로 시작하는 연재는 어린이 학습만화 <반기문> <버락 오바마>, 실용서 <박철범의 하루 공부법> <4개의 통장>, 소설 <덕혜옹주> 등이다. 온라인 공간에서의 재기발랄함을 기대하고 찾아오는 독자들에게 심지어 출판물의 편집으로 갈무리된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건 변화가 아닌 퇴행으로밖에 볼 수 없다. 야후코리아가 만화 서비스를 중단한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야후코리아에는 현재 만화 업무 전담자가 없다. 그동안 업데이트가 늦어져도 감감무소식, 길게 이어질 줄 알았던 연재가 후다닥 끝나도 독자들에 대한 배려나 양해가 없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언론 홍보 담당자와의 연결을 시도해봤으나 사흘째 부재 중이었다. 연락처를 남겼으나 반응이 없었다. 2000년대 중반 웹툰 시장은 다음-네이버-야후의 3강 구도를 그렸다. 이제는 네이버와 다음의 양강 구도다. 물량 면에서도 압도적이다. 네이버는 100편 이상, 다음은 70여 편의 만화를 연재 중이다. 그러나 두 사이트의 만화 담당자는 경쟁사의 웹툰이 문을 닫는 것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김준구 네이버 웹툰 서비스팀장은 “만화 콘텐츠 시장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다양한 시장 사업자들이 건재하는 환경이 형성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다음 웹툰 기획자 박정서씨는 “이제 막 파이가 커진 시장이다. 다양한 작가들과 접촉하려면 연재처가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야후코리아 웹툰만 막을 내리는 게 아니다. 포털 사이트 가운데 무료 웹툰을 처음으로 제공한 파란도 7월 중으로 웹툰 서비스를 종료한다. 세고 실험적인 콘텐츠로 개성 있는 작품들을 쏟아내던 야후 웹툰은 저물었고, 가장 먼저 무료 서비스를 제공한 파란은 후발주자보다 먼저 문을 닫게 됐다. 주호민 작가의 표현대로라면 이제 21세기식 만화잡지 둘이 사라져버린 지금, 앞으로 웹툰 시장 지형은 어떻게 그려질까. 독자들이 우려하는 점은 볼륨이 커진 만큼 유료화 전환이 시도되리라는 것이다. 웹툰은 포털 사이트의 트래픽을 높이는 중요한 수단이라 전격적인 유료화는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그러나 네이버에 앞서 다음에는 유료로 전환한 콘텐츠가 몇 있다. 연재 중인 작품은 무료 서비스를 지속하되, 종료된 작품에 한해 작가들의 뜻을 물어 유료 전환 혹은 무료 서비스 유지 여부를 결정한다. 다음 만화 기획자 박정서씨는 “유료화 전환 뒤에는 회사와 만화가가 1:9 정도로 수익을 나눠가진다. 연재 종료 만화의 유료화는 만화가들의 창작을 지원하려는 도구다. 연재를 하지 않는 기간에 수입이 지속되지 않아 만화가들이 안정적으로 차기작을 준비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정한 방침”이라고 말했다. 사라진 야후 웹툰의 첫번째 얼굴 <보물섬>과 <윙크>를 꼬박꼬박 사보던 어린이 S는 이제 서른 살의 기자가 되었다. S는 요즘 만화잡지를 사보기보다는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편이다. 화요일과 목요일에는 다음 웹툰 <어쿠스틱 라이프>를 챙겨본다. 월요일 오전에는 토요일에 업데이트된 네이버 웹툰 <역전 야매요리>를 본다. 뒤늦게 1회부터 정주행 중인 <쌉니다, 천리마마트>는 하루에 열 몇 개씩 몰아서 본다. 이동하는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잠들기 전에, 그리고 아침에 깨면 이불 속에서 눈만 꿈벅꿈벅하며 스마트폰의 스크롤을 내린다. 기사를 준비하며 야후 웹툰 <2차원 개그>를 볼 때는 여러 차례 웃음을 터트렸다. 일상에서 위로와 응원을 받지만 정작 ‘이럴 땐, 여기서, 이 만화’는 없다. 오늘 깔깔거리며 보았던 웹툰이 어느날 연재처를 잃어도 내일 다른 사이트에서 볼 수 있으면 그만이다. 그런 와중에 야후와 파란, 이제 선발주자는 무대에서 사라졌고 네이버와 다음 두 개의 커다란 웹툰 백화점이 우뚝 서 있는 모양새가 되었다. 출판만화에서는 만화잡지만의 편집과 개성이 있었다. 수다한 만화들을 섞어 놓아도, 이것은 <보물섬>, 저것은 <윙크>의 것 구분해 챙겨넣을 수 있었다. <윙크>에 실리던 만화가 <보물섬>이나 <아이큐 점프>에 실리면 어색할 터였다. 그러나 스마트폰 속을 헤집으며 여기저기 만화를 기웃거리지만 연재처의 개성을 더 이상 찾아보기는 힘들다. 그래서 우리가 지금 아쉬워하는 것은, 야후코리아 웹툰의 첫번째 얼굴이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