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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표지

디자이너 장광석의 <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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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3-02 16:34 수정 : 2012-03-02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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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지적 삶의 패턴이 있다. 프로젝트의 기승전결이 일주일의 시간에 최적화된 상황 말이다. 생활은 그에 맞춰 흘러간다. 제법 숨가쁜 일이다. <한겨레21>의 경우 96쪽 분량의 책 한 권이 한 주 만에 완성돼야 한다. 일주일은 짧다.

시사지의 기사 성격과 주제는 제한적이므로 표지 이미지 역시 예측 가능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맞는 말이지만, 또 틀린 말이다. 세상은 늘 새로운 내일을 맞이하고, 사건과 현상은 우리에게 안주를 허락하지 않는다. 이미지를 준비하는 사람에게 그것은 늘 돌발적인 상황이다. 주마다 갱신되는 새로운 도전의 반복이다. 간결하면서도 새롭고, 선명하고 효과적인, 그리고 매력적인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는 고민이 늘 함께하는 것이다. 시각적으로 잘 버무릴 수 있는, 이미지 소스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중요하다.

시각화해야 하는 표현이기 때문이다.

표지 제목까지 붙은 몇 개의 안에서 최종 결정이 나고 인쇄를 보내면 일주일의 패턴은 마감된다. 깊은 안도와 풍성한 홀가분함이 새벽을 채운다. 그러나 주말을 보내면 모든 걸 지우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렇게 지난 작업들은 차곡차곡 쌓이고, 기억에 남는 작업물도 생긴다.

‘국기에 대한 맹세’에 문제제기를 한 표지가 있었다. 이미지를 뺀 파격을 시도했다. 그 호의 표지이야기는 담론을 끌어내고 정책적으로도 어느 정도 성과를 냈다. 이명박 정권의 독단과 파시즘적 징후를 표현한 표지도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경우 풍자적 방식의 접근이 많았다. 재미있는 작업이었

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도 있었다. 토요일이었고, 마감이 끝난 뒤 다시 작업한 표지였다. 10·4 남북 정상회담 당시의 사진으로, 군사분계선을 넘던 노 전 대통령 부부의 모습이었다. 혼자만 덩그러니 뽑아내 색을 뺀 그의 얼굴은 참 슬펐다. 가상의 선 북쪽에 있던 그는 피안에서 손을 흔드는 듯 보였다.

이미지만으로 간 표지, 또 타이포그래피(활자, 또는 활자를 다루는 것)만으로 구성된 표지는 디자이너 처지에선 나름 성취감을 느끼게 하는 표지였다. 관행적 이미지를 파괴하는 작업은 디자이너로서 퍽 의미 있기 때문이다.

시사주간지의 표지 작업은 힘든 일이지만 중독성이 있다. 나

의 작업은 일주일의 시간 동안 전국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여러 형태로 전시되고 관람된다. 무섭고도 짜릿한 일이다. 모든 작업은 많은 부분 부족하지만 개인적으로 매우 소중하다. 하여 열심히 모으고 보관한다.

디자인주 실장·<한겨레21> 표지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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