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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다음엔 누구를 고소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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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12-01 11:15 수정 : 2011-12-02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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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용석 의원이 <개그콘서트> ‘사마귀유치원’에서 국회의원을 풍자한 개그맨 최효종을 고소했습니다. 요즘 예능 프로그램이 사회풍자 범위를 넓히고 있습니다. 강용석 의원, 다음엔 누구를 고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A1. <개그콘서트> ‘비상대책위원회’의 김원효. 고등학교에 독가스를 살포하겠다는 협박 전화가 걸려왔을 때 “청장님한테 가서 ‘결제 좀 부탁드립니다’ 하면 ‘야, 방독면이 우리 거냐? 비상 물품 아냐? 국방부로 가봐~’. 내가 국방부로 가면 ‘에이, 그거 구호 물품이잖아. 보건복지부로 가야지~’. 보건복지부로 가면 ‘야, 그거 고등학생들이 쓴다며. 그건 교육부 아냐?’. 그럼 교육부로 가면 ‘그거 공기 통하는 거, 숨 쉬는 거, 환경부 같은데?’. 아무도 결제를 안 해줘!”라며 고위 공무원들의 복지부동 시스템을 폭로한 국가기밀 누설 혐의. 거기에 더해 “누구 한 명이 ‘성금 걷죠?’ 이러면 ‘아! 그런 방법이 있었네요~’ 그런다니까. 국민이 무슨 봉이냐?”라며 국가에 반항하고 국격을 모독하며 국민을 선동한 혐의. 탕탕탕! 최지은 <10아시아> 기자

A2. ‘그분’의 웃기는 행동을 비웃는, 넘쳐나는 글과 말에 나까지 보탤 필요 있을까 싶지만…. 인터넷엔 이번주 <개그콘서트> 녹화장이 온통 ‘그분’의 고소에 ‘맞짱’ 뜨는 분위기였다는 기사도 올라왔다. 이런, 그중에서도 ‘비상대책위원회’의 김원효는 고소 자체를 소재로 삼았다고 한다. “고소? 안 돼~. 집단모욕죄로 고소하면 개그맨들이 ‘아이코, 의원님 잘못했습니다, 우리가 훌륭하신 의원님들이 얼마나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하시는지 모르고 그만…’ 이럴 줄 알았냐?” 뭐 이렇게 말했을라나? 웃지 말자, 시청자도 고소할라. 조혜정 기자

A3. 강용석 의원의 뒷북이 아쉽다. 뚱뚱한 여자, 키 작은 남자 비하 개그 넘칠 땐 어디 있었던 걸까? 그때 모욕죄로 고소했다면, 개인적 한을 풀어준 것에 고마움의 한 표 남몰래 간직했을지 모르겠다. 그런 개그를 보다 안 웃고 발끈하면 내가 바로 그 부류라는 걸 티 내는 짓이라, 울고 싶은 마음에도 웃었더랬다. 강 의원이 최효종의 ‘국회의원 개그’에 화나버린 것은 그 말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해버렸기 때문 아닐까? 안쓰럽기도 하다. 김소민 <한겨레> 기자

A4. 개그맨보다 더 파격적인 개그로 세상을 웃긴 강용석 의원의 ‘눈높이’에서 본다면 고소 대상은 한두 명이 아닐 텐데. 강 의원이 각별히 애용(?)하는 모욕죄를 포함해 각종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할 만한 사람을 개그맨 몇 명으로 국한하기는 불가능하다. 한동안 주춤하던 풍자개그가 강 의원의 고소를 계기로 한층 달아오르고 있으니, 덩달아 강 의원이 주시해야 할 고소 대상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가능성 껑충. 특히 대놓고 “제대로 된 풍자개그 보여주겠다”고 선언한 장진 감독이 대본을 쓰는 케이블 위성채널 tvN의 신설 예능 프로그램 <새터데이 나잇 라이브코리아>. 아…, 불안하다. 이해리 <스포츠 동아> 기자

A5. 강용석 의원 덕분에 ‘개콘 본방 사수’가 확산되는 걸 고려한다면 요즘 풍자의 급을 높이는 <무한도전>도 꼭 고소하라 권하고 싶다. 단 모욕죄는 친고죄이기 때문에 강 의원이 할 수는 없고 나경원 최고위원이나 종합편성채널 관계자 등이 친히 나서야 할 텐데 이를 어쩐다. 남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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