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생태계에 포괄적 영향 끼치는 온난화… 기상이변·전염병 창궐 등 파국 치달아
오늘날 지구 환경문제 중에서 가장 큰 관심이 집중되는 것이 지구온난화이다. 지구온난화는 기름 유출로 인한 바닷물오염처럼 일반인들에게 극적으로 인식되지 않지만, 인류에게 끼치는 영향은 해양오염과 같은 국부적인 환경문제와 비교할 수 없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구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한 대응은 미 부시 행정부의 교토협정 지지 철회와 같은 악재가 겹치면서 지극히 미미한 실정이다. 더구나 아직까지 지구온난화의 주범이 온실효과가스 배출과 같은 인간활동의 결과인지도 확실치 않은 실정이다. 그러나 지구온난화에 대한 과학자들의 연구는 계속되고 있다. 최근 미국 국립대기연구센터(NCAR: National Center for Atmospheric Research)의 톰 위글리는 다음 세기인 2100년까지 지구 평균온도가 약 2.2도에서 4도(화씨로 4도에서 7도)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이 정도의 온도 상승은 지난 100년 동안의 지구 평균온도 상승치의 다섯배나 된다. 올해 초 전세계 수백명의 과학자들로 이루어진 국제조직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간 패널’(IPCC)에서는 2100년까지의 지구 평균온도 상승 범위를 이보다 훨씬 넓은 약 1.4∼5.8도로 예측했다.
그러나 NCAR의 연구자들은 새로운 확률분석 방법을 이용해서 지구온난화의 예측 범위를 좁혔고, 2030년까지 지구 평균기온이 약 0.5도에서 1.1도가량 상승할 것이라는 단기 예측도 내놓았다. 그들은 지구온난화로 평균기온이 5.8도까지 상승하는 일은 없을 것임을 보여주었지만, 새로운 예측 범위인 2.2도에서 4도의 평균온도 상승도 엄청난 기후 급변이다. 물론 앞으로 인류가 전 지구적 기후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따라 이런 변화폭은 줄어들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어떤 정책으로도 기후변화를 막을 수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어떤 정책도 기후변화 막을 수 없다
지구온난화는 미래의 인류의 삶은 물론이고 생태계 전체에 매우 포괄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직까지 진행중인 상황이고 그 파급효과를 예측하는 데 고려해야 할 요소가 워낙 많기 때문에 정확한 예상은 힘들지만 몇 가지 꼽자면 빙하가 녹으면서 발생하는 해수면 상승효과, 기후와 기상이변으로 인한 재해, 곡물 수확의 급변으로 인한 재앙과 전염병의 만연, 생태계 변화로 인한 생물 멸종과 돌연변이 발생 등을 들 수 있다.
우선 물리적인 변화에 해당하는 해수면 상승을 살펴보자면, 지구 평균기온이 1도 올라갈 때마다 해수면이 16∼30cm 상승한다. 따라서 2100년까지 평균기온이 최고 4도 높아지면 해수면이 최저 50cm에서 최고 120cm가 상승하는 셈이다. 남태평양에 있는 9개의 산호초로 이루어진 투발루와 같은 섬나라는 섬의 대부분이 해발 2m 이하이기 때문에 2100년이 되면 거의 바다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그러나 이보다 더 무서운 일은 평균온도의 급격한 상승으로 지구의 기후계가 겪게 되는 변동이다. 최근 우리나라에 밀어닥친 기록적인 가뭄과 수십년 만의 폭우 등도 넓게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의 여파로 발생한 것이다. 기후계는 태양 복사, 물의 순환, 대기 순환, 화산을 포함한 지질활동, 생물과의 상호작용, 인간의 활동 등 수많은 요소들이 함께 작용하는 복잡계(Complex System)이다. 이 시스템은 지구 탄생 이후 극적인 변화를 거쳐 지질학적 관점에서 최근에 이르러 비교적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인간활동으로 인한 오염, 지구온난화에 의한 평균기온의 급격한 상승과 같은 교란 요인에 대해 어느 정도까지 복원력을 유지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이대로 오염과 온난화가 계속된다면 기후계가 어느 순간에는 파국에 돌입할 수 있다는 점이다. 어쩌면 최근 빈발하는 세계적인 기상이변들이 그 첫 징후들인지도 모른다.
또 하나의 심각한 문제는 기후온난화로 해충이 급증하고 전염병이 확산되는 현상이다. 최근 플로리다대학 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로 이전에는 미국에서 발견되지 않던 아시아 모기가 지난 20년 동안 급격하게 늘어났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우리나라에서 흰줄숲모기(Aedes Albopictus)라고 불리는 이 모기는 황열병이나 뇌염을 옮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지구의 거의 전 지역에서 사라진 것으로 생각된 전염병들이 속속 나타나고, 최근 홍역과 같은 질병이 다시 창궐하는 이유도 기후온난화 때문으로 추측되고 있다. 생태계 변화는 이제야 초보적인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자연보호기금(WWF)은 열대와 아열대의 얕은 바다에서 산호초가 갑자기 표백된 것처럼 하얗게 변하는 ‘백화현상’의 원인이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온도 상승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산호초는 온난화의 영향을 가장 먼저 받는 ‘최전선 생태계’로 간주되고 있다.
‘기후와 인간은 하나’라는 성찰 절실
요즈음 기상정보는 정책 수립이나 기업 활동은 물론이고 개인적 활동에서도 그 가치가 높게 인식되고 있어서 기상정보를 판매하는 기업들이 성업중인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처럼 기후와 기상의 중요성이 높이 인식되고 있지만, 여전히 기후와 기상은 인간활동이 이루어지는 배경 정도로 간주되고 있다. 해마다 여름철에 장마와 태풍 피해를 입으면 “인재냐 천재냐”를 둘러싼 논란이 벌어질 뿐 이러한 현상이 우리가 기후계와 분리할 수 없는 하나라는 사실을 제기하는 목소리는 높지 않다.
지구온난화는 그 특성상 두 가지 점에서 우리에게 성찰을 요구한다. 하나는 우리가 기후계와 떼려야 뗄 수 없이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않는 한 지구온난화를 충분히 이해할 수 없고, 그에 대한 대처방안을 마련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제2의 자연이라 불리는 인공적인 환경 속에서 살아가면서 우리는 인간활동이 기후라는 배경에서 이루어지지만 그와는 독립적인 것인 양 착각하기 쉽다. 다른 하나는 과학기술의 한계에 대한 자각이다. 우리는 자칫 과학기술을 통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자만에 빠지기 쉽다. 그러나 지구온난화에서 우리의 과학지식이 통용될 수 있는 범위가 얼마나 협소한지 실감하게 된다.
김동광/ 과학평론가·과학세대 대표

사진/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심상치 않다. 태풍으로 인해 폐허가 된 니카라과의 한 마을.(SYGMA)
지구온난화는 미래의 인류의 삶은 물론이고 생태계 전체에 매우 포괄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직까지 진행중인 상황이고 그 파급효과를 예측하는 데 고려해야 할 요소가 워낙 많기 때문에 정확한 예상은 힘들지만 몇 가지 꼽자면 빙하가 녹으면서 발생하는 해수면 상승효과, 기후와 기상이변으로 인한 재해, 곡물 수확의 급변으로 인한 재앙과 전염병의 만연, 생태계 변화로 인한 생물 멸종과 돌연변이 발생 등을 들 수 있다.

사진/ 빙하가 녹으면서 해수면이 상승하고 있다. 거대한 빙하가 녹으면서 아일랜드의 육지로 흘러왔다.(AP연합)

사진/ 전염병의 공포가 지구촌을 휩쓸고 있다. 가축전염병을 예방하기 위해 방역을 하고 있다.(강창광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