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S가 생기기 전 미국 내 주택담보대출은 대출하는 자와 받는 자가 1:1로 연결되는 단순한 관계도를 그렸다. 은행과 저축대부조합이 고객이 저축 계좌에 맡긴 돈이 금고에 저장되면 이 돈을 대출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빌려주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증권화 덕분에 저축계좌에 자금을 유치하지 않아도 고객에게 돈을 빌려줄 수 있는 길이 열리자 새 대출기관들이 속속 등장했다. 이 시기에 등장한 주택담보대출기관은 두 부류였다. 첫째는 신용도가 높은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고 대출채권을 파는 기관이었고, 둘째는 신용도가 낮은 사람에게 고금리 단기대출을 제공하는 기관이었다. 신용도가 낮은 사람이 받은 주택담보대출은 ‘서브프라임’(비우량) 등급이 붙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의 단초를 제공했다지만 실은 신용도가 높은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든 아니든 간에 모두 함정에 빠졌다. 엄격한 대출 기준을 중시하는 듯했지만, 월스트리트의 금융사들은 시장점유율을 높이려고 무분별하게 대출을 늘렸던 것이다. 욕망으로 폭탄을 발화하다 금융사들은 여기서 더 나아가 학자금 대출, 자동차 대출 등에 대해서도 MBS와 유사한 상품을 만들고 세상의 모든 대출을 증권화할 것처럼 달려들었다. 더불어 투자자들의 관심을 유도하려고 주택담보 대출채권을 리스크별로 나누고 재포장해 팔았다. 여기에 부동산 담보대출은 무분별한 파생상품과 결합하며 위험성을 눈덩이처럼 불려갔다. 금융사들은 시장분석에 통계의 오류가 나타나도, 아슬아슬한 투자기법에 베팅을 하면서도 눈앞의 탐욕에 목매며 머잖아 다가올 미래를 수수방관했다. 국민의 ‘내 집을 갖고 싶다’는 꿈과 욕망에 기대 정부는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했고, 주택 구매자들은 자신의 능력치와 상관없이 일단 돈을 빌리고 보았다. 폭탄은 그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터질 시한에 임박한 채 넘겨졌고 끝내 폭발하고 말았다. 저자들은 ‘금융위기가 왜 발생했고,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초점을 맞춰 일관되게 금융위기를 둘러싼 진실과 음모를 생생히 그린다. 관계자 인터뷰와 증언, 각종 신문과 잡지 기사, 논문, 금융위기 이후 쏟아진 관련 저작들을 바탕으로 꼼꼼히 자료 조사를 하고 여기에 내러티브를 가미했다. 책장을 펼치면 마치 잘 쓰인 드라마를 보는 것과 같다. 그러나 금융사와 투자자, 주택 구매자의 욕망이 뒤엉킨 채 희비극을 넘나드는 이야기는 99%의 우리가 지금도 겪고 있는 잔인한 현실이다. 상처는 빨리 아물고 희망은 오래 지속되면 좋겠는데, 모두들 미국에서 폭발해온 지구를 시커멓게 뒤덮은 경제위기의 검은 구름이 쉬이 걷히지 않을 것이라 말한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MBS가 생기기 전 미국 내 주택담보대출은 대출하는 자와 받는 자가 1:1로 연결되는 단순한 관계도를 그렸다. 은행과 저축대부조합이 고객이 저축 계좌에 맡긴 돈이 금고에 저장되면 이 돈을 대출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빌려주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증권화 덕분에 저축계좌에 자금을 유치하지 않아도 고객에게 돈을 빌려줄 수 있는 길이 열리자 새 대출기관들이 속속 등장했다. 이 시기에 등장한 주택담보대출기관은 두 부류였다. 첫째는 신용도가 높은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고 대출채권을 파는 기관이었고, 둘째는 신용도가 낮은 사람에게 고금리 단기대출을 제공하는 기관이었다. 신용도가 낮은 사람이 받은 주택담보대출은 ‘서브프라임’(비우량) 등급이 붙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의 단초를 제공했다지만 실은 신용도가 높은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든 아니든 간에 모두 함정에 빠졌다. 엄격한 대출 기준을 중시하는 듯했지만, 월스트리트의 금융사들은 시장점유율을 높이려고 무분별하게 대출을 늘렸던 것이다. 욕망으로 폭탄을 발화하다 금융사들은 여기서 더 나아가 학자금 대출, 자동차 대출 등에 대해서도 MBS와 유사한 상품을 만들고 세상의 모든 대출을 증권화할 것처럼 달려들었다. 더불어 투자자들의 관심을 유도하려고 주택담보 대출채권을 리스크별로 나누고 재포장해 팔았다. 여기에 부동산 담보대출은 무분별한 파생상품과 결합하며 위험성을 눈덩이처럼 불려갔다. 금융사들은 시장분석에 통계의 오류가 나타나도, 아슬아슬한 투자기법에 베팅을 하면서도 눈앞의 탐욕에 목매며 머잖아 다가올 미래를 수수방관했다. 국민의 ‘내 집을 갖고 싶다’는 꿈과 욕망에 기대 정부는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했고, 주택 구매자들은 자신의 능력치와 상관없이 일단 돈을 빌리고 보았다. 폭탄은 그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터질 시한에 임박한 채 넘겨졌고 끝내 폭발하고 말았다. 저자들은 ‘금융위기가 왜 발생했고,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초점을 맞춰 일관되게 금융위기를 둘러싼 진실과 음모를 생생히 그린다. 관계자 인터뷰와 증언, 각종 신문과 잡지 기사, 논문, 금융위기 이후 쏟아진 관련 저작들을 바탕으로 꼼꼼히 자료 조사를 하고 여기에 내러티브를 가미했다. 책장을 펼치면 마치 잘 쓰인 드라마를 보는 것과 같다. 그러나 금융사와 투자자, 주택 구매자의 욕망이 뒤엉킨 채 희비극을 넘나드는 이야기는 99%의 우리가 지금도 겪고 있는 잔인한 현실이다. 상처는 빨리 아물고 희망은 오래 지속되면 좋겠는데, 모두들 미국에서 폭발해온 지구를 시커멓게 뒤덮은 경제위기의 검은 구름이 쉬이 걷히지 않을 것이라 말한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