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의뢰인>. 올댓시네마 제공
손영성 감독. 한겨레21 박승화 기자
황 : 영화 속 배심제는 좀 형식적으로 그려져 있더라. 국내 제도의 한계 때문인가. 손 : <의뢰인>에서 가장 아쉬운 점이 그 대목이다. 배심제는 입체적으로 그리자면 드라마적 요소가 많다. 배심원 선임이나 표결 과정 등등. 영화에서 빈약하게 그려진 건 제도적 한계가 있는 국내 현실을 반영한 탓이기도 하지만, 검사와 변호사의 대결에 집중하려고 곁가지를 쳐냈기 때문이다. 영화 속 배심원들의 자리는 관객이 채운다고 생각했다. 황 : 배우들의 연기는 어땠나. 난 장혁의 연기가 가장 인상적이던데. 손 : 장혁은 본인이 해보지 못한 절제된 연기에 도전하고 싶다고 자청했다. 하정우의 연기는 <멋진 하루> 등과 겹치는 면이 있지만, 자기 잘못을 수정하고 성장하는 모습으로 관객에게 호감을 줄 수 있는 인물의 묘사로 적당했다고 생각한다. 두 사람 다 멋지게 제 역할을 해냈다. 무엇보다 박희순은 가장 어려운 지점에서 영화의 균형을 훌륭하게 잡아주었다. 제일 고맙다. 황 : 변호사와 검사의 대립 구도에서, 정황만으로 과잉 수사를 한 것이 옳지 않다는 게 핵심이다. 그런데 변호사도 과잉 수사 논란으로 옷을 벗은 검사였다. 과잉 수사에 대한 변호사의 입장은 정확히 뭔가. 손 : 시나리오상에서 변호사는 검사 시절 과잉 수사로 피의자가 자살하고, 이에 대한 부채감을 지닌 캐릭터였다. 이를 생략한 건 이 영화가 전문직 드라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검사는 검사로서, 변호사는 변호사로서 ‘롤플레이’를 하는 것이다. 실체적 진실을 입증해야 하는 것은 검사이고, 변호사는 이 과정에서 절차적 정의가 실현되지 않으면 탄핵하면 된다. 황 : 맞는 말이다. 상황이 다 끝나고 나면, 검사는 ‘주검이 없는 사건’으로 무리한 기소를 할 게 아니라, 주검을 찾는 데 더 집중했어야 한다는 당연한 결론에 도달한다. 이게 <형사 콜롬보> 같은 형사물이라면, 주검은 어디 갔는지, 동선은 어찌 되었는지 브로커가 했던 수사를 형사가 했을 것이다. 검찰은 실체적 진실을 입증하지 못하고, 자신들의 무리수를 덮으려고 ‘뻘짓’을 계속하느라 본질을 놓쳤다. 손 : 변호사가 주목하고 물고 늘어진 것도 바로 검찰의 그 ‘삽질’이었고. 황 : 사실 모든 일이 지나고 나면 자명한데, 그 와중에 있을 땐 안 보이고, 논란 위에 논란을 쌓는 형국이 되곤 한다. <약탈자들>도 실체적 진실은 허무하지 않나. ‘초라한 진실과 이를 둘러싼 허망한 담론’, 뭐 이런 주제와 구조에 계속 관심이 있는 모양이다. 법정영화를 또 해볼 생각이 있나. 손 : 아니다. 법정영화는 이미 다른 분들이 준비하는 영화가 많다. 요즘 관심 있는 것은 인터넷 현상이다. 황우석 사건, 타진요, 미네르바 등등, 블로그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담론의 형성과 유통 같은 것 말이다. 황 : 와우, 그 주제에 딱 맞는 소재인 것 같다. 우리나라야말로 그런 영화를 찍기에 최적의 토양이고. 황진미 영화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