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의 아성 무너뜨린 아르헨티나의 힘…공격적인 컬러와 두터운 선수층, 유럽 무대 경험 등
아르헨티나축구는 다시 세계를 제패할 것인가. 최근 세계축구의 굵직한 대회들을 지켜보면서 축구팬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던져보는 질문이다.
아르헨티나는 지금까지 세계축구의 세력을 양분하고 있는 남미에서 브라질에 밀려 ‘2인자’의 자리를 뛰어넘지 못했다. 브라질의 높은 벽은 언제나 아르헨티나 앞에 버티고 서 있었다. 그런데 ‘남미축구의 2인자’ 아르헨티나가 이제 브라질의 벽을 깨고 1인자의 자리를 넘보고 있다. 아니, 이미 그 자리를 점령했다고 해야 맞는 말인지도 모른다. 최근 보여준 성적이라면 이 말은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브라질이 ‘몰락’하고 있어 더욱 그렇다.
사비올라, 신동의 탄생
아르헨티나는 2002한·일월드컵 남아메리카대륙 지역예선에서 초반부터 부동의 1위를 굳게 지키고 있다. 지난해 3월28일 시작한 남미예선에서 아르헨티나는 한 차례도 1위를 놓치지 않고 그대로 월드컵 본선으로 ‘무혈입성’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현재 10승2무1패(승점 32)를 기록해 2위 파라과이(8승2무3패·승점 26)와는 6점차이고 남미의 월드컵 본선티켓 4.5장에 턱걸이할 수 있는 5위 우루과이(6승3무4패·승점 21)와는 무려 11점이나 차이가 난다. 브라질이 우루과이와 동률을 이룬 뒤 골득실차에서 앞서 겨우 4위를 지키고 있는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아르헨티나는 남은 5경기에서 2승만 거두면 자력으로 월드컵 본선에 오를 수 있어 사실상 2002월드컵행을 확정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아르헨티나는 남미예선에서만 위력을 떨치는 것은 아니다. 지난 2월28일 이탈리아와 원정 친선경기에서 곤살레스와 크레스포의 골로 2-1로 역전승을 거두었다. 지난 1년 반 동안 월드컵 남미예선과 이탈리아전을 합쳐 11승2무1패의 성적을 거둬 78.6%에 이르는 높은 승률을 보였다. 아르헨티나 국가대표팀이 이렇듯 월드컵 예선에서 위용을 떨치고 있는 것과 때를 같이해, 청소년대표팀도 세계를 제패해 아르헨티나축구의 밝은 미래를 제시했다. 아르헨티나 청소년대표팀은 지난 7월9일 막을 내린 2001아르헨티나 세계청소년(20살 이하)선수권대회에서 무패 행진을 거듭한 끝에 7연승으로 당당히 우승을 차지했다. 79·95·97년에 이어 대회 첫 4번째 정상 정복이다. 그리고 아르헨티나는 이번 대회를 통해 하비에르 사비올라(19)라는 또 한명의 ‘영스타’를 세계무대에 소개했다. 168cm, 60kg의 작은 체구지만 빼어난 발재간과 천부적인 득점력을 갖춰 79년 일본대회에서 첫 우승할 때 MVP를 차지한 ‘축구신동’ 마라도나를 연상케 한다. 그래서 ‘제2의 마라도나’로 불린다. 그는 대회사상 최다득점인 11골을 터뜨리며 득점왕과 MVP를 한꺼번에 거머쥐었다. 아르헨티나는 이렇듯 성인축구뿐 아니라 청소년에서도 괄목할 만한 행보를 보여 축구에 관한 한 ‘상부’는 물론 ‘하부’도 튼튼한 조직을 가졌음을 과시했다. 아르헨티나축구가 왜 이렇게 갑자기 두각을 나타내는 것일까. 이같은 질문은 엄밀하게 따지면 틀린 말이다. 아르헨티나는 78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우승했고 86멕시코월드컵에서도 ‘축구신동’ 마라도나를 앞세워 세계 정상에 선 적이 있다. 90이탈리아월드컵에서도 2위에 올랐다. 그럼에도 아르헨티나의 부상이 눈에 띄는 것은, 크게 나쁜 성적은 아니지만 94미국월드컵 10위, 98프랑스월드컵 6위로 90년대 주춤했던 행보가 최근 가파르게 상승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그 이유를 살펴보자. 아르헨티나축구의 강점은 공격적인 팀컬러와 이를 뒷받침하는 두터운 선수층에 있다. 이 선수들은 대부분 유럽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다. 마르셀로 비에사 감독이 이끄는 아르헨티나 국가대표팀은 물론이고 청소년대표팀도 매우 공격적인 축구를 구사한다. 그래서 재미있다. 팬들이 아르헨티나축구를 보고 열광할 수밖에 없다. 월드컵 남미예선에서 33득점 11실점으로 득실차는 무려 +22. 남미예선 최다득점에 실점도 2위다. 크레스포가 7골, 베론이 5골, 바티스투타가 4골을 각각 기록하며 공격을 이끌고 있다. 청소년대표팀도 2001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7연승을 거두면서 27득점 4실점의 완벽한 우승을 거두었다. 역시 대회 최다득점이다. 조직력도 브라질과 달라
아르헨티나 대표팀은 ‘다국적군’이다. 물론 국적은 모두 아르헨티나지만 활약하고 있는 무대가 넓다는 뜻이다. 주전급 선수 가운데 아리엘 오르테가(27·리버플레이트)만이 드물게 자국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스타플레이어다. 2001청소년대회에서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보여준 사비올라도 대회가 끝나자마자 아르헨티나 리버플레이트에서 스페인의 명문구단 FC바르셀로나로 2500만달러에 이적했다. 어릴 적부터 잘 닦아온 기본기에 세계 무대에서 쌓은 풍부한 경험이 아르헨티나축구의 밑바탕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해외진출 선수들의 대부분은 유럽에서 뛰고 있어 남미의 기술과 유럽의 힘이 자연스럽게 결합된 새로운 결정체를 탄생시키고 있다.
센터백 포체티노(에스파뇰)와 사뮈엘(AS로마), 윙백 곤살레스(발렌시아)와 소린(크루제이루), 중앙 수비형 미드필더 시메오네(라치오)와 알메이다(파르마), 사네티(인터밀란) 등이 치열한 주전경쟁을 벌이고 있다. 또 공격진의 바티스투타(AS로마), 크레스포(라치오) 클라우디오 로페스(라치오), 오르테가 등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사비올라도 경쟁대열에 가세했다. 플레이메이커에는 베론(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아이마르(발렌시아) 가야르도(모나코) 등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어느 누구를 내놓아도 훌륭한 팀이 구성된다. 최근 감독과의 불화로 최고의 스트라이커 가브리엘 바티스투타(32·AS로마)가 대표팀 차출에서 번번이 제외되고 있지만 아르헨티나는 여전히 강하다. 그만큼 선수층이 두껍다.
아르헨티나는 선수 개개인의 능력이 뛰어나지만 결코 조직을 등한시하지 않는 데 또한 강점이 있다. 브라질이 끊임없는 잡음에 시달리는 것과는 사뭇 다른 점이다. 묵묵하게 궂은 일을 해주는 수비수들과 화려한 스타플레이어를 뒷받침하는 일꾼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유럽에 진출한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도대체 몇명이나 되는 것일까. 아르헨티나 축구협회가 최근 발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14개국에서 모두 171명이 활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91년 84명에 비하면 2배 이상 증가했다. 스페인에 71명, 이탈리아에 38명, 프랑스에 19명이 각각 진출했다.
국가는 부도위기, 축구는 전성기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세계 축구시장의 큰 줄기를 형성하고 있는 유럽에서도 ‘주류’로 당당하게 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역대 이적료 순위를 보더라도 이런 점은 금세 확인할 수 있다. 에르난 크레스포가 2000∼2001시즌을 앞두고 이적료 5500만달러에 이탈리아 세리에A AS파르마에서 라치오로 이적해 당시 최다이적료 세계기록을 세웠다. 며칠 만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포르투갈의 루이스 피구(5600만달러)에 뒤처졌지만. 크레스포는 2000∼2001시즌 26골을 터뜨려 당당히 세리에A 득점왕을 차지했다. 또 지난 7월13일 최근 이탈리아 라치오에서 잉글랜드 프레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하면서 4500만달러를 기록한 세바스티안 베론(26)과 지난 시즌 이탈리아 피오렌티나에서 AS로마로 이적하면서 3400만달러를 거래하도록 한 바티스투타도 10걸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베론은 프레미어리그 사상 최다이적료를 기록했고 바티스투타는 9년 동안 정든 피오렌티나를 떠나 AS로마에서 20골로 득점 4위에 오르며 이탈리아 진출 10년 만에 우승의 영광을 누렸다.
최근 금융위기 속에 ‘국가부도’ 사태에 직면한 아르헨티나지만 축구에서만큼은 세계 초일류로 거듭나고 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2002한·일월드컵에서 유럽 최강 프랑스와 새로운 남미의 왕좌 아르헨티나의 결승 대결을 미리 점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박정욱/ 스포츠서울 축구팀 기자

사진/ 작은 체구지만 빼어난 발재간과 천부적인 득점력을 갖춘 사이올라. 이번 세계청소년선수권 대회의 가장 돋보이는 스타다.(AP연합)
아르헨티나는 2002한·일월드컵 남아메리카대륙 지역예선에서 초반부터 부동의 1위를 굳게 지키고 있다. 지난해 3월28일 시작한 남미예선에서 아르헨티나는 한 차례도 1위를 놓치지 않고 그대로 월드컵 본선으로 ‘무혈입성’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현재 10승2무1패(승점 32)를 기록해 2위 파라과이(8승2무3패·승점 26)와는 6점차이고 남미의 월드컵 본선티켓 4.5장에 턱걸이할 수 있는 5위 우루과이(6승3무4패·승점 21)와는 무려 11점이나 차이가 난다. 브라질이 우루과이와 동률을 이룬 뒤 골득실차에서 앞서 겨우 4위를 지키고 있는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아르헨티나는 남은 5경기에서 2승만 거두면 자력으로 월드컵 본선에 오를 수 있어 사실상 2002월드컵행을 확정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아르헨티나는 남미예선에서만 위력을 떨치는 것은 아니다. 지난 2월28일 이탈리아와 원정 친선경기에서 곤살레스와 크레스포의 골로 2-1로 역전승을 거두었다. 지난 1년 반 동안 월드컵 남미예선과 이탈리아전을 합쳐 11승2무1패의 성적을 거둬 78.6%에 이르는 높은 승률을 보였다. 아르헨티나 국가대표팀이 이렇듯 월드컵 예선에서 위용을 떨치고 있는 것과 때를 같이해, 청소년대표팀도 세계를 제패해 아르헨티나축구의 밝은 미래를 제시했다. 아르헨티나 청소년대표팀은 지난 7월9일 막을 내린 2001아르헨티나 세계청소년(20살 이하)선수권대회에서 무패 행진을 거듭한 끝에 7연승으로 당당히 우승을 차지했다. 79·95·97년에 이어 대회 첫 4번째 정상 정복이다. 그리고 아르헨티나는 이번 대회를 통해 하비에르 사비올라(19)라는 또 한명의 ‘영스타’를 세계무대에 소개했다. 168cm, 60kg의 작은 체구지만 빼어난 발재간과 천부적인 득점력을 갖춰 79년 일본대회에서 첫 우승할 때 MVP를 차지한 ‘축구신동’ 마라도나를 연상케 한다. 그래서 ‘제2의 마라도나’로 불린다. 그는 대회사상 최다득점인 11골을 터뜨리며 득점왕과 MVP를 한꺼번에 거머쥐었다. 아르헨티나는 이렇듯 성인축구뿐 아니라 청소년에서도 괄목할 만한 행보를 보여 축구에 관한 한 ‘상부’는 물론 ‘하부’도 튼튼한 조직을 가졌음을 과시했다. 아르헨티나축구가 왜 이렇게 갑자기 두각을 나타내는 것일까. 이같은 질문은 엄밀하게 따지면 틀린 말이다. 아르헨티나는 78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우승했고 86멕시코월드컵에서도 ‘축구신동’ 마라도나를 앞세워 세계 정상에 선 적이 있다. 90이탈리아월드컵에서도 2위에 올랐다. 그럼에도 아르헨티나의 부상이 눈에 띄는 것은, 크게 나쁜 성적은 아니지만 94미국월드컵 10위, 98프랑스월드컵 6위로 90년대 주춤했던 행보가 최근 가파르게 상승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그 이유를 살펴보자. 아르헨티나축구의 강점은 공격적인 팀컬러와 이를 뒷받침하는 두터운 선수층에 있다. 이 선수들은 대부분 유럽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다. 마르셀로 비에사 감독이 이끄는 아르헨티나 국가대표팀은 물론이고 청소년대표팀도 매우 공격적인 축구를 구사한다. 그래서 재미있다. 팬들이 아르헨티나축구를 보고 열광할 수밖에 없다. 월드컵 남미예선에서 33득점 11실점으로 득실차는 무려 +22. 남미예선 최다득점에 실점도 2위다. 크레스포가 7골, 베론이 5골, 바티스투타가 4골을 각각 기록하며 공격을 이끌고 있다. 청소년대표팀도 2001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7연승을 거두면서 27득점 4실점의 완벽한 우승을 거두었다. 역시 대회 최다득점이다. 조직력도 브라질과 달라

사진/ 최근 감독과의 불화로 최고의 스트라이커 가브리엘 바티스투타가 대표팀 차출에서 번번이 제외되고 있지만 아르헨티나는 여전히 강하다.(SYGMA)

사진/ 아르헨티나 국가대표팀이 월드컵 예선에서 위용을 떨치고 있는 것과 때를 같이해, 청소년대표팀도 세계를 제패했다.(AP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