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일 소장의 <초원 실크로드를 가다>
그는 서양이나 이웃 나라에서 출간된 관련 서적이나 지도에는 한반도가 실크로드에서 제외되고 그 동단이 한결같이 중국에서 멎어 있음을 개탄한다. 해로는 중국 동남해안, 육로는 시안, 초원로는 화베이까지만 이어졌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통설이다. 그는 이 통설이 어불성설이며, 문명교류를 이른바 서구문명중심주의나 중화주의로 재단하는 편견의 소산이라고 말한다. 그는 “우리 겨레의 역사적 뿌리를 북방 초원 세계에서 찾아야 한다”는 저간의 중론을 옹호하면서 실크로드가 한반도까지 닿지 않았다면 한반도에 있는 그 숱한 외래 유적·유물의 존재를 설명할 길이 없다고 말한다. 요체는 실크로드를 본디대로 한반도와 연결하는 것이다. 그는 이번 대흥안령 초원길 답사를 통해 그 교류길의 “초보적인 윤곽”을 그려냈다고 자부한다. 그는 한반도와 초원로를 이어준 길은 크게 두 갈래라고 본다. 중국 화베이 지방을 통한 간접 연결로와 몽골 초원에 바로 이어진 직접 연결로다. 그 두 갈래 길에서 환절 역할을 한 곳이 고조선부터 삼국시대까지 대중관계의 요로 위치에 있던 영주(차오양)인데, 그는 ‘영주’에서 ‘주언까다뿌’로 이어지는 길을 답사하고 그 길이 바로 한반도와 북방 초원로를 직접 이어주는 길 중 하나라고 주장한다. 그 문명 교류를 증거하듯 그는 차오양 서북쪽 훙산문화의 심장부 츠펑에서 한국형 암각화와 유사한 암각화를 발견한다. 또한 두 문화가 공유하는 곰 토템도 확인한다. 츠펑을 떠나 북쪽으로 가는 길에선 우리네 성황당과 비슷한 ‘오보석’들이 심심찮게 서 있음을 목도한다. 삶, 그 자체인 실크로드 머나먼 ‘초원길 행각’에서, 정 소장이 퍼올리는 사유는 요사이 넘쳐나는 부박한 기행문들을 쑥스럽게 한다. 그는 아마 지금쯤 실크로드 3부작의 완결편인 해상로를 답사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평생 문명 교류를 천착해온 그에게 실크로드는 삶의 현장이요, 국가보안법에 갇혔던 세월도 옭아매지 못한 그의 삶 자체라 할 것이다. 허미경 기자 한겨레 문화부문 carmen@hani.co.kr * 정수일 지음, 창비 펴냄, 2만3천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