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항저우의 의류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재봉틀로 작업을 하고 있다. 중국의 공장에서 생산된 물품들은 우리 일상에 맹렬한 기세로 스며들고 있다. 연합 AP
그의 취재는 자신이 뉴질랜드에서 팬티를 구매한 할인매장의 중국지사부터 시작해 제조공장, 허리밴드 고무의 수급처를 거쳐 최초의 원료를 생산하는 목화밭에 이르기까지 역추적 방식으로 이뤄진다. 과정은 지난하다. 난생처음 방문한 나라는 모든 게 어색했다. 그는 취재 중 만나는 중국의 현재·과거·미래를 이방인의 눈으로 바라본다. 그렇게 체험한 낯선 환경과 상황을 자신이 느낀 감촉 그대로 기록한다. 그러나 이사벨라 버드 비숍이 구한말 한국을 방문해 쓴 <한국과 그 이웃나라들>과 같은, 비교적 객관적인 서술이길 기대해서는 안 된다. 그의 문장들은 촘촘한 연구와 관찰을 바탕으로 하기보다는 개인의 감상에 기대는 경우가 많다. 지은이는 중국으로 떠나기 전까지는 마치 200여 년 전의 영국인처럼 중국을 생각했다. 신비롭고 이국적인 곳, 그러나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곳. 그는 자신이 인종차별주의자였으며 중국을 불신했다고 고백한다. 그래서 재기발랄한 문체 가운데 종종 도가 지나쳐 읽는 이를 불편하게 하는 문장들이 거름망을 거치지 않은 채 툭툭 쏟아지기도 한다. 예컨대 중국의 음식문화를 몬도가네처럼 대하는 시선들, “여자는 수다스러운 남자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갈가리 찢긴 잉어 머리를 젓가락으로 잡고는 물어뜯었다”라거나 타 문화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아쉬운 “글쎄, 도교가 무엇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서양인인 나로서는 도교에 미신이 아닌 다른 꼬리표를 붙이기가 어렵다” 같은 문장들. 하지만 이제는 좀 식상해진, 시내 서점의 서가를 빼곡히 채운 중국 관련 책들(그러니까 중국이 세계를 장악할 것인가 말 것인가, 중국은 미국을 누르고 대국으로 성장할 것인가 등 비슷한 주제에 비슷한 방식으로 접근한)과 비교하면 <이 팬티…>는 훨씬 쉽고 흥미로운 방식으로 주제에 다가선다. 상하이 신항에 가득 찬 세간살이 중국 제조업의 한 조각을 목격한 지은이는 자신이 싼값의 팬티를 살 수 있었던 이유를 찾았다. 어마어마한 규모로 부지런히 진행되는 생산과정은 마치 세계의 모든 물건을 지구 전체에 공급할 요량인 양 많은 물품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박리다매를 뒷받침하는 힘이다. 상하이 신항에서 지은이는 자신이 추적하던 팬티 외에도 숱한 물건이 컨테이너에 실리는 광경을 본다. “도마와 투명 랩, 볼펜, 화이트보드펜, 매직펜, 치약, 콜게이트 칫솔 상자가 쌓여 있다. 여자 속옷 무더기도 보인다. …나는 창고를 채운 상품들의 종류와 규모뿐 아니라 그 모순에 절로 웃음이 났다. 통로마다 돌아다니면서 상자에 붙은 상품 정보를 읽었다. 이곳은 일용품으로 가득했다. 세간으로 가득한 일상의 세계였다. 우리네 집을 채운 물건들이 그대로 옮겨져 있었다.” 자, 당신의 일상은 중국산 물건에 얼마나 점령돼 있을까.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