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14일 박정수씨가 서울 덕수궁 수문장 교대식 옆에서 쥐 그림을 들고 반대시위에 나섰다. 황진미 제공
요란했던 G20 행사가 별 볼일 없이 끝났지만, 수사는 계속됐다. 영장 기각과 함께 ‘형사과’ 형사는 징계받고 교체됐다. 시위법이나 인터넷 통신법 위반 사범을 주로 담당한다는 ‘지능과’ 형사와 공안2부 강수산나 검사가 수사를 맡았다. 강 검사는 계속 형사과 형사의 투미한 문제의식을 질타하며, 압수한 박정수의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자료를 근거로 피의자를 5명으로 늘려 심문을 했다. 공범으로 기소된 최○○은 오전 10시에 들어가서 밤 10시에 나왔다. 최○○는 스프레이통 한번 잡아본 적이 없다. 박정수의 연구실 후배로, 현장 부근에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에 연락하라는 등의 문자를 여러 개 주고받았을 뿐이다. 그러나 공범이 있어야만 ‘조직적인 공안사건’이 될 수 있기 때문인지, 검사는 최○○에게 “박정수가 왜 잡혔단 문자를 너한테 했나. 둘이 불륜이냐. 낮에 일하고 밤에 자는 게 정상인데 너는 왜 심야에 근처를 돌아다녔느냐” 따위의 저질 질문을 해댔다. 대답은 “제가 법대 출신이라요. 그날은 핼러윈데이라 길에 사람 많았는데요”. 5명의 피의자 휴대전화도 압수하고 “‘수유+너머’는 뭐하는 단체이며, 어떻게 구성·운영되는지”를 캐물었다. 대답은 장자 세미나, 노신 강독, 케포이 등 식미에 안 맞는 것들뿐이다. 박정수와의 ‘병맛’ 일문일답. “도안은 직접 했나?” “표절입니다(뱅크시 그림을 보여준다).” “미술을 한 적이 있는가?” “초등학교 때, 도 미술대회에서 수상한 사실이 있으며, 한겨레문화센터에서 수채화 과정을 들었습니다.” “쥐라면 도둑이나 하찮음, 부정, 간신과 수탈 등에 비유하는데, 쥐를 소재로 선택한 이유는?” “발음이 같아서.” 강수산나 검사는 “부잣집 잔치에 재를 뿌린 것”이라며 G20의 계급적 본질을 드러내는 발언을 하며 ‘일반손괴죄’보다 형량이 높은 ‘공용물건손상죄’를 적용해 기소했다. 수사기록엔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사무관이 포스터 값과 설치 비용이 장당 3만5천원이라고 답한 진술서도 있지만, 4월22일 공판에서 김성현 검사는 얼만지도 모를 ‘청사초롱의 꿈’을 강탈했다는 명연설과 함께 징역 10개월과 8개월을 구형했다. 이창동, 장정일 등 문화계 인사와 네티즌들의 탄원서가 줄을 잇고, 해외 뱅크시 팬사이트 등에서 구명운동이 일었다. 마침 한국의 언론 자유가 축소됐다는 프리덤하우스 등의 발표는 사건에 여론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판사는 “G20을 방해할 목적은 없었다”며 공안사건이 아님을 명시했지만, “타인의 명예나 공중도덕을 침해할 경우 표현의 자유가 제한될 수 있다”며 벌금 200만원과 1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누구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냐는 질문이 진보신당 논평과 네티즌 사이에서 쏟아졌다. 그 답을 듣기 위해, 박정수는 항소할 것이다. 쥐 그림은 들불처럼 번져가리 여기서 끝이 아니다. 선고 당일 ‘김여진과 날라리외부세력’은 쥐벽티로 벌금을 충당하자고 제안해, 840명의 예약을 받아 제작에 들어갔다. 또 다른 버전의 쥐벽티가 장애인 언론 ‘비마이너’에서 제작돼 장애인 인권운동 벌금 충당용으로 판매될 예정이다. 6월3일 홍익대 ‘두리반’에서 열리는 일일주점 ‘청사초롱’에서는 쥐 포스터를 직접 그려서 가져가는 행사가 있을 예정이다. 박정수는 쥐 그림을 들고 김여진의 ‘반값 등록금 1인시위’에 연대한 데 이어, G20 국회의장회의에서 ‘금준미주는 천인혈…’이라는 한시가 적힌 쥐 그림을 들고 1인시위를 펼쳤다. 올여름 쥐벽서는 여기저기서 출몰할 예정이다. 이제 무슨 죄목으로 이를 막을 것인가. 황진미 영화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