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의를 뚫은 박진영의 음반, 선정성 시비 불씨는 아직 꺼지지 않았다
“섹스는 놀이다”라는 발언과 함께 문제가 됐던 가수 박진영씨의 음반 <놀이>가 음란물 시비에서 벗어나게 됐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하 기윤실)을 비롯한 52개 시민단체에서 영상물등급위원회에 재신청한 청소년유해매체 심의가 지난 7월6일 기각됐다. 첫심의 판정대로 앨범 재킷만 수정한 채 박씨의 음반은 다른 제재없이 시장에 유통될 수 있게 됐다.
결과적으로 박씨의 음반 선정성 시비는 쉽게 매듭됐지만 주류음악계에서 성공한 가수라는 박씨의 상징성 때문에 대중음악에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큰 논쟁을 일으켰고, 그 불씨는 아직 꺼지지 않고 있다.
“한국의 가정은 더 쾌락적이어야 한다”
지난 7월6일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대중음악에서의 표현의 자유,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공개토론회의 열기는 이 문제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반영하고 있었다. 주최쪽인 문화개혁을 위한 시민연대(이하 문화연대)는 “수많은 토론회를 개최해봤지만 이렇게 많은 청중이 모이기는 처음”이라며 박진영씨 음반 논란에 대중적인 관심을 요약했다. 이날 패널로 참가한 박진영씨는 각종 매체 인터뷰에서 밝힌 것과 같이 자신의 견해를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한국의 가정에서는 더 쾌락적이고 변태적이며 난잡해져야 한다”며 도발적인 주장을 한 박씨는 “의무방어전이라는 말을 쓸 만큼 가정에서의 섹스에 무심하면서 매춘여성들과 자신이 원하는 섹스를 하고 O양 비디오, B양 비디오 찾는 한국의 성문화야 말로 불건강한 것 아니냐”고 강하게 반문했다. 또한 박씨는 음반 판매금지운동을 벌이고 있는 기윤실에 대해서 “각자의 생각이 있는 것이니 기윤실쪽 입장도 이해는 간다”고 말하면서도 성을 이용한 상업적 전략이라는 기윤실의 비판에는 “기부금 많이 받아내기 위해 이런 논쟁을 불러일으킨다고 비난하면 기분이 어떻겠냐”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날 패널로 예정됐던 기윤실은 “자신들의 문제제기를 폭력적인 검열행위로 매도한 문화연대쪽과는 정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토론회에 불참했다. 박씨 음반에 대한 이번 논쟁은 대중문화 상품 가운데 가장 보수적인 잣대가 적용되던 대중음악에까지 성표현의 자유와 음란성 시비가 확대되었음을 알려주는 징표가 됐다. 99년에도 조피디의 음반이 남성성기를 뜻하는 비속어가 사용됐다는 이유로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판정받기는 했지만 성표현에 대한 자유와 규제에 대한 구체적인 논쟁이 시민단체간의 대결로까지 치달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윤실쪽은 박씨의 음반을 등급위에 심의요청하기 전 싸이의 음반을 심의요청해 청소년유해물로 판정이 나기도 했다. 음반의 음란성 시비 더욱 확대될 듯
등급위의 재심의 기각으로 이번 논쟁은 일단 종지부를 찍었지만 앞으로 음반의 음란성 시비는 점점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영화와 달리 음반은 사전등급제를 실시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음반시장 전체가 10대 팬들에 의해 좌우된다고 할 만큼 청소년들에게 친숙한 매체이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이미 외국에서 일어나고 있기도 하다.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적 시민단체인 부모들의 음악자원센터(PMRC)는 80년대 이후 음반 불매운동을 하거나 음반사, 방송사 등에 압력을 행사하면서 음반의 선정성, 폭력성 등에 대한 시비의 핵심이 되어왔다. 부시 전 대통령 부인과 고어 전 부통령 부인 등 워싱턴 정가의 부인들 중심으로 기독교적 색채를 강하게 띠고 있는 이 단체는 1985년 록음악의 포르노그래피에 관한 상원의 청문회를 이끌어낼 만큼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 단체 역시 지극히 종교적이고 보수적인 성향을 띠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국내에서 벌어진 이번 논쟁도 한국사회의 후진성 때문이라고 간단히 치부할 문제는 아니다. 다만 랩음악의 경우 동성애 혐오나 여성 비하 등의 발언으로 우파뿐 아니라 정치적 좌파로부터 비판을 받는 등 다양한 수위의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데 비해 아직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것은 아직까지 우리 사회가 보여주는 논쟁의 한계라고 봐야 할 것이다. 이번 박진영씨의 음반논쟁만 하더라도 청소년의 성적 주체성문제나, 여성의 성적 대상화 등 좀더 다양한 층위의 논의의 지점들이 줄다리기식 싸움 가운데 사장된 것은 아쉬운 일이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지난 7월6일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대중음악에서의 표현의 자유,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공개토론회의 열기는 이 문제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반영하고 있었다. 주최쪽인 문화개혁을 위한 시민연대(이하 문화연대)는 “수많은 토론회를 개최해봤지만 이렇게 많은 청중이 모이기는 처음”이라며 박진영씨 음반 논란에 대중적인 관심을 요약했다. 이날 패널로 참가한 박진영씨는 각종 매체 인터뷰에서 밝힌 것과 같이 자신의 견해를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한국의 가정에서는 더 쾌락적이고 변태적이며 난잡해져야 한다”며 도발적인 주장을 한 박씨는 “의무방어전이라는 말을 쓸 만큼 가정에서의 섹스에 무심하면서 매춘여성들과 자신이 원하는 섹스를 하고 O양 비디오, B양 비디오 찾는 한국의 성문화야 말로 불건강한 것 아니냐”고 강하게 반문했다. 또한 박씨는 음반 판매금지운동을 벌이고 있는 기윤실에 대해서 “각자의 생각이 있는 것이니 기윤실쪽 입장도 이해는 간다”고 말하면서도 성을 이용한 상업적 전략이라는 기윤실의 비판에는 “기부금 많이 받아내기 위해 이런 논쟁을 불러일으킨다고 비난하면 기분이 어떻겠냐”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날 패널로 예정됐던 기윤실은 “자신들의 문제제기를 폭력적인 검열행위로 매도한 문화연대쪽과는 정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토론회에 불참했다. 박씨 음반에 대한 이번 논쟁은 대중문화 상품 가운데 가장 보수적인 잣대가 적용되던 대중음악에까지 성표현의 자유와 음란성 시비가 확대되었음을 알려주는 징표가 됐다. 99년에도 조피디의 음반이 남성성기를 뜻하는 비속어가 사용됐다는 이유로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판정받기는 했지만 성표현에 대한 자유와 규제에 대한 구체적인 논쟁이 시민단체간의 대결로까지 치달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윤실쪽은 박씨의 음반을 등급위에 심의요청하기 전 싸이의 음반을 심의요청해 청소년유해물로 판정이 나기도 했다. 음반의 음란성 시비 더욱 확대될 듯

사진/ 지난 7월6일 이화여대에서 열린 가수 박진영과의 공개토론회. 참석자들의 열기는 이 문제에 대한 대중의 큰 관심을 반영했다.(박승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