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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진짜 이북 시장이 움직인다


전자책 한번 읽어볼까 하는 당신이 궁금해하는 7+1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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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12-30 13:49 수정 : 2011-01-03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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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북, 2011년 첫 번째 키워드]

김양욱 YES24 디지털상품팀

궁금증 1. 2011년 이후 10년은 다를까?

얼마 전, 컴퓨터에서 ‘2001년 전자책 시장 현황과 전망’이라는 논문을 찾았다. 논문의 저자는 이제 곧 전자책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이를 위해서 무엇보다 기술 표준을 마련하는 일이 급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10년, 그의 예언과 달리 ‘곧 활성화될 것이라던’ 전자책을 실제로 찾아 읽은 독자는 많지 않았다. 정부나 지자체, 학교 도서관들이 전자책 제작업체의 주된 고객이었다. 전자책은 10년 동안 뜸을 들였던 셈이다. 과연 2011년 이후 10년은 다를까?


이북, 2011년 첫 번째 키워드 /한겨레21 류우종

전자책을 읽으려면 우선 들고 다닐 만한 디지털 기기가 있어야 한다. 사실 PC 모니터 속 글자를 들여다보고 있으라는 건, 전자책을 파는 입장에서도 못할 노릇이었다. 지난 1년 동안 들여다보기 편한 기기를 들고 다니는 독자가 급격히 늘었다. 스마트폰이 몇백만 대 판매된 것이다. 여기에 갤럭시탭과 아이패드가 가세했다. 숫자만 늘어나는 수준이 아니라, 스마트폰·스마트패드가 개인의 생활 필수품으로 인지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스마트폰·스마트패드의 보급으로 인해 전자책을 유통하고 즐길 수 있는 고속도로, 국도, 순환도로가 사회 전반에 구석구석 닦인 셈이다. 2011년 이후 10년의 전자책은 이제까지 봐오던 것과는 확실히 다른 모습일 게 틀림없다.

궁금증 2. 볼 만한 책이 늘어날까?

2001년이나 지금이나 독자의 가장 큰 불만은 한결같이 볼 만한 전자책이 없다는 것이다. 외국 서적을 한국어로 번역한 경우, 전자책으로 출판된 것이 거의 없다. 해외 출판물 계약시 전자책 서비스를 위한 전송권 계약이 그동안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전자책은 출판사가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출판 유통경로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그 결과 전자책 출판 협상이 빈번해졌다. 2010년 말 문학동네에서 출판한 파울로 코엘료의 <브리다>가 그렇다. 전자책으로 출간된 <브리다>는 국내에서 5천 부가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출판 시장에서는 번역서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협상이 활발해지면 전자책은 훨씬 풍요로워질 것이다.

그리고 현재 박범신, 은희경, 김진명, 김영하 등 한국 저자들 역시 전자책 사전 출간이나 종이책·전자책 동시 출간으로 전자책의 가능성을 시험했다.

궁금증 3. 종이책의 편집, 전자책에서는 뭉개지잖아?

전자책의 질적 성장이 예상되는 가장 큰 이유는 전자책을 만드는 주체가 전자책 기술을 개발한 회사에서 책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출판사로 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종이책도 초창기에는 인쇄기술을 개발한 회사를 중심으로 만들어지고 유통됐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출판업·인쇄업·유통업이 전문화되면서 지금의 질 좋은 책들이 만들어졌다. 전자책 산업도 같은 과정을 겪고 있다.

전자책 산업 초창기에는 전자책 솔루션을 개발한 회사를 중심으로 종이책에 최적화돼 편집돼 있는 책을 기계적으로 변환한 전자책이 양산됐다. 이 과정에서 독자가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구두점 하나까지 고민한 편집자들의 노력은 가차 없이 훼손됐다. 하지만 2011년부터는 ‘편집’의 묘미가 담긴 전자책이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다양한 화면 사이즈의 디지털 기기에서 서비스하는 데 유리한 ‘epub’ 파일 포맷이 현재 국내 전자책 시장에서 널리 이용되고 있다. 이 파일 포맷은 화면 사이즈에 따라 레이아웃이 계속 바뀐다. 그래서 편집에 한계가 많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epub’ 파일이 다양한 디지털 기기에서 잘 보이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연구하는 출판사들이 나타나고 있다.

게다가 화면 사이즈가 비교적 큰 스마트패드의 보급은 편집자의 정성을 느낄 수 있는 종이책 레이아웃 그대로 전자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었다. 이 경우 출판사나 전자책 제작 회사에서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종이책 모양 그대로 서비스할 수 있게 된다. 2011년은 전자책이 예뻐지는 한 해가 될 것이다.

궁금증 4. 전자책 전용 단말기는 없어지나?

2010년까지 페이지원, SNE-60, 북큐브, 커버스토리, 비스킷, 누트3 등 국내에도 다양한 전자책 전용 단말기가 출시됐다. 전자책 전용 단말기는 스마트패드가 보급되면, 흑백TV가 컬러TV 보급 뒤 사라졌듯이,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하는 이가 많았다. 하지만 전자책 전용 단말기와 스마트패드 두 개를 이용해본 사람이라면 생각이 바뀔지 모른다. 왜냐면 전자책 전용 단말기가 종이책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 느낌을 ‘읽을 맛이 난다’고 말하는 독자들도 있다.

전자책 전용 단말기와 스마트패드의 가장 큰 차이는 사용하고 있는 디스플레이 기술이다. 스마트패드류는 대부분 컴퓨터 모니터처럼 스스로 빛을 내는 LCD 같은 발광형 디스플레이 기술을 이용하고 있다. 반면 전자책 전용 단말기는 일반 종이처럼 스스로 빛을 내진 않지만 주변의 빛을 반사해 읽을 수 있게 해주는 반사형 디스플레이 기술인 전자종이 기술을 이용하고 있다. 종이와 비슷하기에 햇살이 잘 들어오는 창가나 야외 벤치 등 기존에 종이책을 보던 모든 환경에서 책을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전자종이 기술은 대부분 화면을 바꿀 때만 전력을 사용한다. 그래서 전자책 전용 단말기가 스마트패드에 비해 배터리가 오래간다. 장거리 여행같이 자주 충전할 수 없는 환경에서도 전자책 전용 단말기는 책처럼 오래 이용할 수 있다. 이렇듯 전자책 전용 단말기는 종이책과 유사한 점이 많기 때문에, 종이책에 익숙한 독자가 더 빠르게 전자책 독서 생활에 적응할 수 있게 만드는 도우미 역할을 할 것이다.

이북, 2011년 첫 번째 키워드

궁금증 5. 책 사고파는 플랫폼은 어떻게 달라질까?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출판사뿐만 아니라, 인터넷 서점도 이북(eBook) 시장에서 새로운 역할을 탐색하고 있다. 오프라인 서점과 인터넷 서점의 차이 중 하나는 ‘콘텐츠를 즉시 이용할 수 있는가’이다. 인터넷 서점 업계에서는 콘텐츠를 즉시 이용할 수 없다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빠른 배송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지금은 서점에 가서 책 사올 시간인 반나절 만에 총알처럼 책이 배송되기도 한다.

하지만 아무리 빠른 배송도 이미 오프라인 서점 안에 있는 사람이 직접 사는 것과 비교할 수 없다. 전자책과 결합되면 이 문제가 개선될 수 있다. 전자책의 장점 중 하나가 즉시성이다. 즉, 구매 뒤 바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즉시성이 인터넷 서점의 서비스와 결합된다면 고객에게 더 큰 효용을 줄 것이다.

책에 보면 부록 CD가 붙어 있는 것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CD를 제공하는 이유는 책 속의 텍스트와 이미지에 오디오나, 동영상, 참고자료 등을 추가로 제공해 책이 주는 효용성과 가치를 더 높이기 위해서다. CD를 이용하려면 자신의 집으로 가서 PC에 CD를 넣고 재생해야 한다. 만약 이런 CD를 전자책 형태의 별책 부록으로 제공한다면 어떨까? 인터넷 서점에서 온라인으로 책을 구매하는 순간, 바로 자신이 가진 스마트폰이나 스마트패드를 통해 바로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궁금증 6. 전자책, 종이책과 똑같다?

동화책을 읽을 때 책 속의 그림이 움직이는 상상을 누구나 한 번쯤 해보았을 것이다. 이런 꿈이 전자책 속에서는 이미 현실화됐다. 종이책을 그대로 옮긴 전자책이 아니라, 멀티미디어 전자책같이 기존 종이책으로 구현할 수 없던 새로움을 제공하는 전자책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다.

멀티미디어 전자책은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시도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아직은 초창기이기 때문에 시장의 수요가 있는 아동과 교육 관련 분야가 우선적으로 활성화될 것이다. 교육성과 게임의 재미를 함께 지녀서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하게 만드는 교육용 게임과 멀티미디어 전자책의 경계를 넘나드는 베스트셀러 전자책이 2011년 중에 나오지 않을까?

궁금증 7. 책 내기 쉬워졌다?

2011년, 저자가 돼보자. 순수한 일반 개인들의 출판 목적은 크게 비영리 출판과 영리 출판으로 나눌 수 있다. 비영리 출판은 개인의 만족이나 지인들과의 공유를 위해 출판하고 싶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사람들은 지금 서비스되고 있는 전자책 개인 출판 서비스로 출판의 꿈을 바로 이룰 수 있다. 하지만 영리 출판이라면 상황이 다르다. 현재 서비스되는 개인출판 시스템에서 순수한 개인의 힘만으로는 아무리 좋은 전자책을 만들어도 많은 사람들에게 홍보하고 팔기가 쉽지 않다.

질 좋은 개인출판 콘텐츠가 많이 양성되고 유통되려면, 단순히 개인출판을 할 수 있고 그 결과물을 유통할 수 있는 기술적 시스템만 있으면 안 된다. 새로운 것이 추가돼야 한다. 추가해야 할 새로운 시스템은 독자가 YES24 같은 전문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사는 이유, 유명 출판사나 유명 저자의 책을 사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우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고 책을 구매하지는 않는다. 여러 정보를 토대로 이 책이 책값에 합당하는 가치가 있다고 판단될 때 구매한다. 책의 가치를 높게 느끼는 경우는 서점에서 책의 형태로 팔고 있을 때, 믿음이 가는 출판사가 출간했을 때, 믿음이 가는 저자가 신간을 냈을 때, 블로거나 인터넷 서점 MD 등이 추천해주었을 때, 이미 베스트셀러로 팔리고 있을 때이다. 전자책 개인출판 시스템에 없는 것은 바로 유명하지 않은 저자가 만든 전자책의 가치에 대해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는 것이다. 가치 예측을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에 무료이거나 아주 낮은 가격이 돼야 팔린다.

전자책 개인출판 시장이 성숙되려면, 앞에서 말한 개인 저자가 만든 전자책의 가치를 예측할 수 있게 해주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하지만 처음부터 개인 저자와 소비자 모두 만족할 시스템을 만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2011년에는 순수 개인 주도의 개인출판이 아닌 이미 독자의 신뢰를 얻고 있는 출판사, 저자, 출판협회, 작가협회, 인터넷 서점, 학원 등을 통한 개인출판이 전자책 개인출판 시장을 만들어갈 것이다.

궁금증 7+1. 전자책의 변신은 무죄

앞에서 말한 것 외에도, 온라인 광고모델과 결합된 전자책 서비스, 음성합성 기술과 접목된 전자책 서비스, 잡지와 결합된 전자책 서비스, 책의 내용이 계속 자동 업그레이드되는 전자책 서비스, 음원, 동영상, 소프트웨어, 게임과 융합된 복합 멀티미디어 전자책 서비스 등 다양한 시도가 계속될 것이다. 현재 전자책 산업은 계속 만들어지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정답이라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이건 확실하다. 다른 문화 콘텐츠들과 마찬가지로 전자책도 독자가 원하고 이용하기 편한 방향으로 지속적으로 변화해나갈 것이다.

2011년, 많은 독자들이 스마트폰과 태블릿 PC에서 영화나 게임 대신 전자책을 읽을지, 전자책 전용 리더는 새로운 모습을 선보일지, 1인 출판을 통해 이제까지 볼 수 없던 다양한 콘텐츠가 독자의 선택을 받을지 알 수 없다. 결국 앞에 쓴 내용이 모두 사실이라고 말하기에는 이르다. 하지만 지금의 독서문화 환경에 전자책이 덧붙여지면서 풍성하고 다채로운 독서문화 환경이 펼쳐질 것은 확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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