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F를 찾은 관객은 ‘도심 속 피크닉’을 온 것처럼 편하게 공연을 즐긴다.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제공
가수 이소라는 일요일 ‘민트 브리즈 스테이지’에 올랐다.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제공
이어서 토마스 쿡과 이승열의 공연을 차례로 봤다. 둘의 공연은 지극히 대비됐다. 토마스 쿡의 공연이 각종 만담을 곁들인 어쿠스틱 공연이었다면, 이승열의 공연은 멘트를 최대한 자제한 채 진행된 연주 위주의 공연이었다. 둘 가운데 어떤 형식의 공연이 더 낫다는 얘기는 하지 않겠다. 다만 이승열의 공연이 이날 공연들 가운데 가장 좋았다는 말로 대신하겠다. 이승열은 이제 대중성은 아예 포기한 것처럼 보였는데, ‘모던록’이라는 딱지를 붙이기가 미안할 정도로 클래식 록과 사이키델릭의 시대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듯한 연주를 들려줬다. 연주자와 청중 모두 함께 몰입한 시간이었고, 이승열은 마지막 곡이라는 멘트마저 잊어버린 채 연주에 집중했다. 그리고 이어진 ‘틴에이지 팬클럽’의 무대. 처음 타임 테이블이 공개되고, 이 스코틀랜드 기타 팝의 영웅들이 헤드라이너가 되지 못한 사실에 잠시 분개했지만 냉정하게 이들은 이제 잊혀져가는 이름이었다. 이들이 뒤에 자리한 ‘김윤아’와 ‘이소라’라는 이름보다 더 많은 관객을 모을 수 있을까 생각해봤지만 결국 아니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래서 이들이 무대에서 들려준 정겨운 음악들이 꿈같기도 하면서 서글픔도 함께 들었다. 한 시대가 이렇게 저물어간다는 생각. ‘돈트 룩 백’(Don’t Look Back)의 달콤한 멜로디와 함께 1990년대는 그렇게 흘러갔다. 야외무대이자 메인무대이기도 한 ‘민트 브리즈 스테이지’(Mint Breeze Stage)에서 연이어 열린 심성락과 이소라의 공연은 GMF 공연이 왜 여성에게 인기가 많은지를 보여주었다. 넉넉한 가을밤에 돗자리를 깔고 누워 듣는 심성락의 아코디언 연주와 이소라의 (프러포즈를 연상시키는) 뮤직토크쇼(?)는 듣는 이의 마음을 낭만으로 감싸며 한없이 충만하게 했다. 밤하늘의 달과 75살의 노객이 들려주는 아코디언 소리는 더없이 잘 어울렸고, 계속 하늘의 별을 찾던 이소라의 예민한 노래는 다소 쌀쌀한 가을바람에 실려 귓가로 흘러들었다. 김윤아와 이승환 사이 송창식을! 올해뿐 아니라 당분간 ‘성공’과 ‘매진’만이 눈앞에 펼쳐질 GMF를 보면서 들었던 아쉬운 점 한 가지는 비슷비슷한 출연진들의 이름에서 전해지는 피로감이었다. 반복해서 출연하는 음악인들에게 ‘4년 연속’이니 하는 꾸밈말을 붙이기도 했지만, 이는 국내 음악 신의 얕은 층을 보여주는 아픈 부분이기도 하다. GMF처럼 ‘모던’이란 말로 통용되는 콘셉트를 갖고 축제를 여는 처지에서는 더욱 고민이 될 부분이다. GMF가 열린 같은 날 홍익대 주변 클럽에서는 GMF의 콘셉트를 다소 비튼 ‘위 아 낫 모던’(We Are Not Modern)이라는 공연이 열리기도 했지만, 이런 이유로 GMF가 비난받을 이유는 전혀 없다. 다만 너무 청중의 기호에만 맞추지 말고 가끔씩은 주최 쪽에서 흐름을 주도해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제언 정도는 하고 싶다. GMF를 보러 가는 동안 지하철 안에서 들은 송창식의 음악. 사실 송창식만큼 ‘모던’과 ‘전통’의 경계를 아무렇지 않게 허물면서 일가를 이룬 음악인이 또 어디 있는가. 꼭 송창식이 아니어도 좋다. 과거 모던한 음악을 했던 명인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김윤아와 언니네 이발관과 이승환이라는 이름 사이로 옛 거장들의 음악이 젊은 친구들에게 다시 들릴 때, 한국의 음악 신은 물론 GMF 역시 더욱 풍성해질 것이다. 김학선 대중음악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