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지난 10월16일 웨스트브로미치전에서 2-2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맨유의 골키퍼 판데르 사르(가운데)가 두번째 골을 맞은 뒤 골문 앞에 서 있다.REUTERS/ PHIL NOBLE
수비진의 세대교체가 성과를 내지 못한 이면에는 연이은 스카우팅 실패와 재정난이 결부돼 있다. 지난 몇 년간 맨유가 의욕적으로 영입한 안데르손, 나니, 베르바토프, 발렌시아 같은 주전급 선수들은 고액의 이적료에 걸맞지 않게 긴 적응기를 보냈다. 마케다, 오베르탕, 웰벡, 깁슨 같은 유망주들의 성장세가 더딘 것도 걱정거리다. 오히려 오랜 시간 벤치 신세만 지게 하다 바르셀로나로 되판 헤라르드 피케가 스페인 대표팀과 바르셀로나의 주축 수비수로 성장하고, 붙잡지 않은 테베스가 맨시티로 이적해 리그 득점 선두에 나선 것은 맨유 정책에 아쉬움을 갖게 한다. 맨유는 지난 시즌 첼시에 리그 우승을 내줬다.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바이에른 뮌헨에 발목을 잡혀 8강을 넘지 못했다. 전력 강화의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됐지만 올여름 치차리토(멕시코), 스몰링(잉글랜드), 베베(포르투갈) 같은 유망주들을 영입하는 선에서 이적 시장을 마감해 즉시전력감 보강에 또 한 번 실패했다. 영입 정책 부진은 맨유의 재정 상태와 연관돼 있다. 맨유는 미국의 갑부 맬컴 글레이저가 클럽 자산을 담보로 클럽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빚더미를 떠안았다. 이 과정에서 맨유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레알 마드리드로 보내고 받은 8천만파운드라는 거액을 이적 시장에서 활용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거물급 선수를 사들일 여력을 잃은 것이다. 맨유가 기댈 곳은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리더십밖에 없었다. 1986년 맨유에 부임한 퍼거슨 감독은 1993년 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맨유의 ‘26년 무관’을 깬 뛰어난 지도자다. 올해로 25년째 맨유를 이끌면서 수차례의 세대교체와 체질 개선에 성공하며 맨유를 세계 최고의 클럽 중 하나로 성장시켰다. 하지만 최근 ‘에이스’ 웨인 루니가 퍼거슨 감독의 리더십에 반기를 들었다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다. 퍼거슨 감독과 루니 불화까지 루니는 시즌 초 성매매 여성과의 외도 사실이 공개된 뒤 현지 언론의 취재 공세에 시달리며 급격한 컨디션 난조에 빠진 터였다. 이에 퍼거슨 감독은 부상을 핑계로 주요 경기에서 루니를 배제했다. 루니는 경기 출전 횟수가 줄어들자 이를 참지 못하고 폭발했다. 루니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내 몸에는 문제가 없다. 경기에 내보내달라”고 외쳐 파문을 일으켰다. 때마침 루니가 재계약을 거부하고 다른 팀으로 이적을 추진한다는 보도까지 터져 퍼거슨 감독의 리더십은 큰 상처를 받았다. 현지 언론은 2012년 맨유와 계약이 만료되는 루니가 재계약을 거부한다면 맨유가 올겨울이나 내년 여름에 그를 이적시킬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 맨유 전술의 핵심 선수인 루니의 이적이 맨유 시대의 종언을 앞당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앞날은 알 수 없다. 맨유가 시즌을 부진하게 시작한 것도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하지만 앞에서 나열한 상황은 맨유의 부진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한다. 퍼거슨이 25년간 이뤄온 ‘맨유 제국’은 과연 이대로 끝날 것인가. 전세계 축구팬들의 이목이 맨체스터에 쏠리는 이유다. 서형욱 문화방송 축구해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