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25일, 캄프 누에서 열린 경기에서 바르샤FC의 메시가 AC밀란 선수들 사이로 드리블을 하고 있다. 사진 AP/ MANU FERNANDEZ
경기가 끝날 즈음 서둘러 근처의 ‘스포츠 바’로 자리를 옮겼다. 경기장 근처 바와 펍에서 미처 표를 구하지 못한 열성팬들이 경기를 즐기는 모습을 보는 재미 역시 쏠쏠하다. 나는 여기서 바르셀로나 초등학교 여교사를 만나 이런저런 수다를 떨었지만, 여전히 궁금한 것 하나. 카탈루냐의 독립은 물론, 월드컵에도 잉글랜드·스코틀랜드·웨일스처럼 카탈루냐가 따로 출전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바르샤를 응원하지 않는다는 여교사의 속내. 왜냐고 물었더니 “카탈루냐 정신은 바르샤팀에만 있지 않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카탈루냐에는 자랑스러운 파블로 카잘스와 피카소가 있고, 또 프랑코 독재정권에 항거했던 수많은 예술가들이 있는데, 외지인들이 오직 바르샤팀에서만 카탈루냐의 존재를 보고 가는 것이 못마땅하다는 거다. 바르셀로나 시민들 역시 바르샤팀을 응원하는 것으로 카탈루냐 출신임을 증명하지만, 정작 카탈루냐의 자치권을 확대하는 행동에는 무심하다고 비판한다. 내 방식대로 해석하자면, 바르샤팀은 카탈루냐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자치권을 증명하는 하나의 스펙터클인 셈. 하지만 그녀 역시 바르샤팀으로 인해 카탈루냐라는 작은 ‘국가’가 지구상에 널리 알려지는 것엔 만족해했다. 지난해 12월 주민 94%가 카탈루냐 독립에 찬성하는 투표를 할 만큼, 정말 그들은 “다른 유니폼을 입고 이번 월드컵에서 우승”한 것이다. 정치적 올바름에 무릎 꿇어 오랜 기간 바르샤의 운영을 책임진 페란 소리아노는 <우연히 들어가는 공은 없다>에서 이렇게 밝힌다. “팀의 성공을 일회성에 그치지 않게 하려면, 브랜드의 내용을 영원한 가치로 채워야 한다. 그런 변치 않는 가치들은 세계 전역의 팬들을 끌어모을 것이다.” FC 바르샤의 영원히 변치 않는 가치란, 곧 카탈루냐의 자치권, 정치적 시민권이 아닐까. ‘소시오’(시민 구단주)로 이뤄진 시민구단 FC 바르샤가 곧 카탈루냐가 되는 운명 공동체. 스페인 17개 자치지역에서도 독립적 성향이 강한 카탈루냐와 바스크 지방의 축구팀들이 특히 그렇다. 유럽 대부분의 축구클럽은 지역 공동체와 늘 운명을 함께했지만, 지역적 숙원을 클럽의 최대 가치로 삼아 이토록 완벽하게 하나가 돼버린 축구팀이 바르샤 말고 또 어디 있을까. 또 하나 고백하건대, 솔직히 나는 FC 바르샤 유니폼 가슴팍에 기업 로고가 아닌 유니세프 마크가 달려 있는 것이 그렇게 부러울 수 없다. 매년 150만유로를 유니세프에 기부하는 것이나, 메시가 유니세프 홍보대사로 활동하는 것이 혹여 브랜드 마케팅의 일환이더라도, FC 바르샤는 어떤 클럽보다 축구가 보여줄 수 있는 정치적 바람직함을 증거한다. 그래, 오늘만큼은 FC 바르샤 팬이 되기로 하자. 정치적으로도 바람직하고, 축구 미학적으로도 아름다운 FC 바르샤 ‘짱드셈’. 어차피 여기는 바르셀로나, 하루쯤 라이벌팀 팬이 된다고 10년 맨유팬 충성이 어디 가겠는가. 바르셀로나(스페인)=이지안 축구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