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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재미, 그리고 카타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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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6-27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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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의 묘미는 역시 두뇌싸움과 반전이다. 그러나 요즘 추리소설들은 과거 탐정물이나 밀실트릭류의 퍼즐식보다는 추리소설의 영어식 이름인 ‘미스터리 스릴러’의 본령에 충실한 것들이 대부분. 장르의 구분이 모호해지면서 추리소설로만 분류하기 어려운 것들도 많다.

그러나 형식과 소재를 떠나서 모든 추리소설은 근본적으로 오락소설. 일단 재미를 생명으로 한다는 점에서 다른 장르보다 초보자도 아주 쉽게 읽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이런 매력과 함께 추리소설 전문가들은 추리소설의 가장 중요한 매력,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요소로 두 가지를 꼽는다. 하나는 범죄를 간접경험하는 것이다. 일상생활에서는 도저히 접할 수 없으면서도 왠지 엿보고 싶은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당연히 범죄를 해결하는 카타르시스다. 이 양면적인 매력이 복합되는 것이 바로 추리소설이다.

그러면 전문가들이 권하는 추천작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한국추리작가협회와 추리소설해설가 박광규씨에게 볼 만한 추리소설을 최근 것, 옛것을 섞어 추천작을 의뢰했다.

제임스 엘로이 <블랙 다알리아>(시공사)

1940년대 일어났던 미제 사건을 소재로 쓴 소설. 토막살인당한 무명배우사건이 어떻게 미제로 남을 수밖에 없었는지의 과정을 문학적 상상력으로 풀어냈다. 셜록 홈스처럼 멋진 주인공이 아니라 닳고 닳은, 그러나 정의감은 ‘조금’ 있는 현실적인 형사가 주인공. 옛 정통 추리물의 맛과 현대 추리소설의 개성적인 측면을 맛볼 수 있는 작품으로 꼽혔다. 지은이 제임스 엘로이는 현대 하드보일드 스릴러를 대표하는 인물로 영화화됐던 의 지은이로도 유명하다.


새뮤얼 대시엘 해밋 <몰타의 매>(시공사)

워낙 유명한 작품으로 하드보일드의 원조로서 장르를 대표하는 걸작이란 점에서 오래되긴 했어도 추천받았다. 이 작품은 현대 사립탐정의 전형을 내보인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일찍이 영화로도 만들어졌는데 영화에서는 주인공 샘 스페이드 역을 험프리 보가트가 맡아 특히 유명하다. 십자군 기사단이 남긴 보물을 둘러싼 이야기가 간결하고 힘있는 문체로 이어진다.

애거사 크리스티 <애크로이드 살인사건>(해문출판사)

극단적인 결말로 출간 당시부터 엄청난 논란을 불렀던 추리소설의 여왕 애거사 크리스티의 대표작. 퍼즐 미스터리의 통념을 깨는 결말, 의외의 범인이란 점에서 기존 탐정물의 고정관념을 뒤집은 작품. 너무나 유명하긴 해도 추리소설이 존재하는 한 누구나 읽어볼 걸작이란 점에서 추천받았다.

존 르 카레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해문출판사)

최근 개봉하는 첩보영화 <테일러 오브 파나마>의 원작자인 르 카레의 대표작. 이 작품 바로 이전에 인기를 끌었던 스파이 스릴러들은 대부분 007처럼 황당할 정도로 슈퍼맨 같은 정보요원이 주인공이었지만, 이 작품에서는 현실적이고 인간적으로 고뇌하며 공포에 사로잡히기도 하는 냉전시대의 첩보요원이 주인공으로 나왔다. 스파이세계를 그린 첩보물 가운데 단연 손꼽히는 대표작.

겐도 아라타 <영원의 아이>(살림출판사)

추리소설 강국인 일본에서 지난해 독자투표 1위를 차지했던 작품. 유년시절의 기억, 즉 트라우마(정신적 상처)으로 인한 사건 이야기. 요즘 가장 인기좋은 일본 추리소설의 힘을 보여준다는 평을 받았다.

한국추리작가협회 <오해>(태동출판사)

한국추리작가협회가 해마다 뛰어난 단편추리소설을 발굴, 한권에 실어온 ‘올해의 베스트 추리소설’ 2001년도판. 김성종씨가 모처럼 발표한 단편 <오해>를 비롯해 이수광, 유우제, 황세연씨 등 요즘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우리나라 추리작가들의 작품이 고르게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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