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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SF는 ‘경이감’을 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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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6-27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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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걸작 SF영화의 원작이었던 소설을 읽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대부분의 소설 원작 SF영화는 원작의 방대함이나 여러 가지 재미를 살리는 데는 한계가 있게 마련. 그리고 무엇보다 소설과 영화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래서 원작을 읽는 것이 영화보다 더욱 이해도 쉽고 재미있을 것이라고 SF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권한다.

SF소설의 진정한 매력은 한마디로 ‘센스 오브 원더’, 즉 ‘경이감’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 현실에서는 느껴볼 수 없는 별천지와 별세계, 다른 차원의 세계를 상상력으로 접할 수 있는 것이야말로 SF만의 힘이기 때문이다. SF의 역사 속에서 유행은 바뀌었지만 이 본질만큼은 변함이 없고, 모든 SF작가가 추구하는 주제가 바로 이 경이감이다.

초기 SF는 로봇이 나오거나 외계 생명체와 전쟁을 하는 이야기가 주류를 이뤘지만 요즘은 많이 바뀌었다. 80년대 SF는 그야말로 사이버펑크의 전성시대. 그뒤를 이은 90년대는 80년대처럼 뚜렷한 경향은 없지만 당시 신기술로 각광을 받은 나노테크와 게놈프로젝트가 주요한 소재로 등장했다. 또한 마카로니 웨스턴의 우주판이라 볼 수 있는 ‘스페이스 오페라’도 다시 유행해 지금까지 이어진다.

SF해설가인 박상준씨와 SF마니아로 출발해 SF 전문 편집자가 된 김나연씨의 추천작을 소개한다.

로버트 하인라인 <스타쉽 트루퍼스>(시공사)


영화보다 원작이 훨씬 낫다는 것이 중평인 하인라인의 대표작. ‘미스터 SF’로 불리는 하인라인은 SF의 비조로 꼽히는 아이작 아시모프,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작가 아서 클라크와 함께 SF계의 ‘빅 스리’로 꼽힌다. 이미 세상을 떠났어도 전세계 SF마니아들에게는 그야말로 우상 같은 존재인 하이라인의 최고 히트작이다.

이영수 <면세구역>(국민서관)

그야말로 몇 안 되는 국내 창작SF. ‘듀나’라는 필명으로 사이버 공간 최고의 이야기꾼으로 손꼽히는 이영수씨의 단편집. 전문가들로부터 세계에 내놔도 통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평을 받았고, 대중소설임에도 순수문예지에서 다뤘을 정도로 주목받았다.

윌리엄 깁슨 <아이도르>(사이언스 북스)

일찍이 ‘사이버 캐릭터’가 등장할 것을 예언했던 윌리엄 깁슨의 96년작. 깁슨은 인터넷과 가상공간의 개념이 구체화하기 훨씬 전인 1984년 소설 <뉴로맨서>에서 ‘사이버 스페이스’란 말을 만들어냈던 인물. 이 소설은 록밴드 리더와 사이버 여가수의 결혼을 소재로 한 장편소설로, 이 작품이 나오면서 실제 일본 최초의 사이버캐릭터인 다테 교코가 나왔다.

찰스 펠리그리노 <더스트>(황금가지)

전형적인 SF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SF적인 스릴러물. 지은이 펠리그리노는 <쥬라기 공원>에서 모기의 화석에서 혈액을 빼내는 아이디어를 창안한 작가로도 유명하며 수중 고고학자로서 타이타닉호 탐사작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책은 인류가 풀지 못한 가장 큰 미스터리인 생명의 기원과 생태계의 대규모 멸종을 다룬 생태학소설이다.

복거일 <비명을 찾아서>(문학과지성사)

순수소설로 알려져 있지만 SF 장르의 전통성을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에 SF소설로 분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관점으로 읽어볼 책으로 꼽혔다. 역사대체소설, 즉 역사 가정법으로 역사적 상황이 바뀌면서 벌어지게 되는 일을 다루고 있다. 우리나라가 아직도 일제의 식민지라면 어떨까 하는 가정으로 쓴 소설. 한국인만 느낄 수 있는 감수성을 건드리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으로 꼽혔다.

레이 브래드버리 <화씨 451> (시공사)

과학이야기에 너무 치중하지 않고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쉬운 작품. 디스토피아적 미래관으로 인문학의 위기가 아니라 아예 멸종될 것을 경고하는 소설. 거장 프랑수아 트뤼포가 영화로 만들기도 했던 50년대 SF 전성기의 대표작으로 지금 읽어도 재미있을 작품으로 추천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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