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관에서 훈련 중인 권투선수 김지훈(왼쪽)과 그의 미국 원정을 주선한 이현석씨. 침체된 한국 권투를 살리려면 세계의 흐름에 눈떠야 한다. 한겨레 신소영 기자
‘한국 복서의 미국 진출’이라는 목표를 세웠지만 여러 가지 현실적인 어려움만 나타났다. 그러나 조국의 복싱을 위해 무언가 해내겠다는 의지가 있었기에 포기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이현석은 세계 주요 복싱 기구들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배너프로모션(대표 아트 펠룰로)에 한국 선수를 계약시키기 위해 6개월 동안 그들을 괴롭혔다. “한국 선수와는 죽어도 계약을 안 하겠다는 사람들이었어요. 6개월을 쫓아다니며 설득했고, 결국 마음을 돌려놓았습니다. 처음에는 김지훈이 아니라 다른 선수들을 추진하고 있었지만 김지훈이 실력으로 여기까지 올라온 것이지요.” 이현석은 미국 복싱에서 성공할 경우 한국에서 인기 있는 메이저리그 야구 선수들만큼 부와 명예를 잡는 것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박찬호까지는 모르겠지만, 인지도로만 보자면 김지훈은 이제 김병현 정도로는 유명해졌습니다. 물론 아직까지 버는 돈은 적지만 나중에 좀더 큰 경기들을 치르면 큰돈과 명예를 거머쥘 수 있습니다.” 김지훈의 성공으로 미국 복싱 무대를 꿈꾸는 청년이 갑자기 늘어날지 모른다. 하지만 박찬호의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대한민국 야구 명문고의 난다 긴다 하는 유망주 수십 명이 미국 무대를 노크했으나 성공이라 부를 만한 활약을 한 경우는 다섯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였다. 이현석은 해외 무대에서 성공하려면 마음가짐부터 달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공하려면 완전히 미쳐야 한다” “복싱을 좋아하거나 사랑해서는 성공할 수 없습니다. 완전히 미쳐야 해요. 지도자도 미쳐야 하고 선수도 광기를 갖고 글러브를 껴야 합니다. 많이 사랑한다고 해도 성공할 수 없는 게 프로 무대예요. 게다가 여기는 해외입니다. 이방인으로서 이 나라를 정복하고 사냥하러 오는 것인데 그저 열심히 한다고 해서 성공할 수는 없지요. 그런 마음으로 도전하려는 분들은 꿈조차 꾸지 말라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세상의 많은 일들은 한 사람의 힘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각자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해낼 때 성공과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질 수 있다. 이현석은 대한민국 링의 침체를 안타까워하면서도 이는 권투계가 자초한 일이라고 말했다. “복싱 비즈니스가 침체되고 인기가 사라져서 한국 권투가 이 모양이 됐다고 보는 시각이 있지만,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이는 권투인들이 현실을 직시하기 못했기에 일어난 비극입니다. 한국 지도자들을 보면 외국에 어떤 선수가 활동하는지, 새로운 복싱 흐름이 무엇인지 아는 분이 거의 없습니다. 그런 정보를 지닌 분들은 손에 꼽을 정도예요. 선수들 가르치는 방식도 세계적 흐름과 거리가 멉니다. 지금 한국 선수들은 가장 기본인 잽을 제대로 못 냅니다. 이게 선수들 잘못일까요?” 이현석은 인터뷰 내내 자신의 이야기가 한국 복싱인들을 폄하하는 것처럼 들릴까 조심스러워했다. 하지만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분명하게 밝혔다. “제가 한 이야기는 대한민국 복싱이 더 나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의 표현입니다. 많은 권투인들이 힘든 상황에서도 열심히 하고 계시지요. 하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합니다. 저의 활동과 이야기가 자극제가 되길 바랍니다. 우리 모두가 자신을 내세우기보다는 권투를 위해 맡은 바 책임을 다하자고 말하고 싶습니다. 지도자들은 열심히 연구하고 가르치고, 선수들은 뛰고, 저는 여기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지요.” 조건호 스포츠마케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