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통쾌·상쾌한 할리우드식 애니메이션 <슈렉>… 이렇게 정치적으로 올바를 수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너무 서구중심적 사고야”라거나 “여성은 완전히 들러리군”이라고 평하는 사람에게 어느 누구도 날카로운 지적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할리우드영화에서 정치적인 올바름을 기대하는 것은 나이트클럽에서 정숙하기를 요구하는 것과 같다. 그러나 살다보면 <슈렉> 같은 영특한 영화도 나온다. <슈렉>은 ‘정치적으로 올바른’ 애니메이션이다. 지루하다는 말이 아니다. 언뜻 이율배반인 것처럼 느껴지지만 <슈렉>의 ‘정치적 올바름’은 ‘유쾌·상쾌·통쾌’한 할리우드식이다.
‘왕자, 공주 놀고 있네’
슈렉은 마을사람들과 떨어져 늪지대에 자기만의 왕국을 세우고 사는 괴물. 진흙으로 샤워를 즐기고, 귀지로 촛불을 만들며, 눈알요리를 먹고사는 슈렉의 집에 어느날 피노키오, 돼지 삼형제, 피리부는 소년 등 동화 속 주인공들이 몰려온다. 자신들이 사는 동화 속 성에서 쫓겨나 이리로 몰려온 것. 자신들의 보금자리를 찾아주면 돌아가겠다는 약속을 듣고 슈렉은 성을 관장하는 파콰드 영주와 담판을 지으러 가지만 엉뚱하게 일이 꼬여 익룡이 감시하는 성에 갇힌 공주를 구해와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영화가 시작되면 ‘옛날 옛적에 왕자와 공주가 살았는데’로 시작하는 동화책의 아름다운 그림이 한장한장 넘어가다가 북 찢긴다. 화장실 휴지로 그 동화책을 사용하는 슈렉은 ‘왕자, 공주 놀고 있네’ 식으로 코방귀를 뀐다. 성찰이라고 하기에는 거창하지만 <슈렉>은 스스로 자신의 영토이자 핏줄인 동화 속 판타지를 개구지게 가지고 논다. 자신을 구출하러 온 ‘왕자님’ 앞에서 잠자는 숲속의 공주 흉내를 내며 누워 있던 공주는 키스를 받기는커녕 거의 멱살을 잡히다시피하며 궁전에서 탈출하면서도 계속 “시를 읊어주세요. 검을 휘두르고 망토를 휘날려요” 등등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를 해댄다. 동화 가지고 놀기의 압권은 슈렉과 피오나 공주의 결혼장면. 신데렐라와 백설공주는 서로 귀싸대기를 올리면서 부케를 잡기 위해 싸운다. 카메론 디아즈가 아니면 누가 목소리연기를 했을까 싶게 딱인 피오나 공주가 하는 짓도 동화 속 공주와는 거리가 멀다. 슈렉이 두꺼비로 풍선을 불어주자 피오나 공주가 옆에 기어가던 뱀으로 풍선을 불어 강아지 모양을 비틀어 만들고, 아침에 지저귀는 새와 함께 노래하더니 둥지 속의 알을 집어와 프라이를 만든다는 식이다. 이처럼 <슈렉>은 성인애니메이션이 아니면서도 성인 취향의 유머 코드들이 가득하다. <슈렉>의 마지막 뒤집기는 패러디. 숲 속에서 ‘느끼한’ 로빈 후드를 만난 피오나 공주가 싸우는 모습은 <매트릭스>에서의 공중부양을 그대로 따라했고, 슈렉이 파콰드의 성에 가서 우연찮게 벌이게 된 싸움은 <글래디에이터>에서 막시무스가 싸우던 검투장의 장면을 그대로 따왔다. 음악 역시 디즈니애니메이션에서 흘러나오는 꾀꼬리 같은 여성과 감미로운 남성의 보컬이 아니라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록밴드 스매시 마우스, 일스 등의 비트 강한 노래들이 영화를 채운다. 디즈니의 코를 납작하게 하다 <슈렉>은 지난 5월 할리우드애니메이션으로는 처음으로 칸영화제 공식 경쟁작에 입성해 애니메이션의 왕국 디즈니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었다. 뿐만 아니라 지난 6월20일 흥행수입 2억달러 고지를 점령, <진주만>을 누르고 올해 박스오피스 1위로 오르면서 <진주만>의 흥행부진과 애니메이션 <아틀란티스>의 처절한 실패로 디즈니의 사장 피터 슈나이더가 사임하는 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애니메이션의 후발주자로 번번이 디즈니에 참패하면서 서러움을 당한 드림웍스의 한이 <슈렉>으로 풀렸을 뿐 아니라, 이제 드림웍스는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왕국으로 자리바꿈할 채비를 거의 마친 것 같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영화가 시작되면 ‘옛날 옛적에 왕자와 공주가 살았는데’로 시작하는 동화책의 아름다운 그림이 한장한장 넘어가다가 북 찢긴다. 화장실 휴지로 그 동화책을 사용하는 슈렉은 ‘왕자, 공주 놀고 있네’ 식으로 코방귀를 뀐다. 성찰이라고 하기에는 거창하지만 <슈렉>은 스스로 자신의 영토이자 핏줄인 동화 속 판타지를 개구지게 가지고 논다. 자신을 구출하러 온 ‘왕자님’ 앞에서 잠자는 숲속의 공주 흉내를 내며 누워 있던 공주는 키스를 받기는커녕 거의 멱살을 잡히다시피하며 궁전에서 탈출하면서도 계속 “시를 읊어주세요. 검을 휘두르고 망토를 휘날려요” 등등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를 해댄다. 동화 가지고 놀기의 압권은 슈렉과 피오나 공주의 결혼장면. 신데렐라와 백설공주는 서로 귀싸대기를 올리면서 부케를 잡기 위해 싸운다. 카메론 디아즈가 아니면 누가 목소리연기를 했을까 싶게 딱인 피오나 공주가 하는 짓도 동화 속 공주와는 거리가 멀다. 슈렉이 두꺼비로 풍선을 불어주자 피오나 공주가 옆에 기어가던 뱀으로 풍선을 불어 강아지 모양을 비틀어 만들고, 아침에 지저귀는 새와 함께 노래하더니 둥지 속의 알을 집어와 프라이를 만든다는 식이다. 이처럼 <슈렉>은 성인애니메이션이 아니면서도 성인 취향의 유머 코드들이 가득하다. <슈렉>의 마지막 뒤집기는 패러디. 숲 속에서 ‘느끼한’ 로빈 후드를 만난 피오나 공주가 싸우는 모습은 <매트릭스>에서의 공중부양을 그대로 따라했고, 슈렉이 파콰드의 성에 가서 우연찮게 벌이게 된 싸움은 <글래디에이터>에서 막시무스가 싸우던 검투장의 장면을 그대로 따왔다. 음악 역시 디즈니애니메이션에서 흘러나오는 꾀꼬리 같은 여성과 감미로운 남성의 보컬이 아니라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록밴드 스매시 마우스, 일스 등의 비트 강한 노래들이 영화를 채운다. 디즈니의 코를 납작하게 하다 <슈렉>은 지난 5월 할리우드애니메이션으로는 처음으로 칸영화제 공식 경쟁작에 입성해 애니메이션의 왕국 디즈니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었다. 뿐만 아니라 지난 6월20일 흥행수입 2억달러 고지를 점령, <진주만>을 누르고 올해 박스오피스 1위로 오르면서 <진주만>의 흥행부진과 애니메이션 <아틀란티스>의 처절한 실패로 디즈니의 사장 피터 슈나이더가 사임하는 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애니메이션의 후발주자로 번번이 디즈니에 참패하면서 서러움을 당한 드림웍스의 한이 <슈렉>으로 풀렸을 뿐 아니라, 이제 드림웍스는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왕국으로 자리바꿈할 채비를 거의 마친 것 같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