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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너와 놀기? 나와 놀기?! 혼자 놀기!


혼자 놀면 이상하게 보는 사회에서 혼자 놀기 좋은 문화로…
혼자 놀기 방법부터 혼자서 즐기는 자유·충만·깊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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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7-13 21:47 수정 : 2010-07-21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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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놀기? 나와 놀기?! 혼자 놀기! 한겨레 자료

 “인터넷에서 <보기>를 접하고 댓글을 단다고 할 때, [A]와 유사한 태도가 드러나는 것은?” <보기> 그림에는 개가 혼자 노래를 부르며 기타를 치고 있다. “나는 원래 이래, 하지만 어쩌겠어, 원래가 이 모양인걸… 강요하지 마, 구속하지 마, 나는 그냥 나야.” 객관식인 문제의 선택지는 이렇다. ① “자신에 속한 사회에 주인공이 된다는 건 정말 영광이에요.” ② “현대사회에서는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요.” ③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나가는 모습이 멋있군요. 아무튼 힘내세요!” ④ “자신의 삶에 충실한 것이 가장 바람직한 삶의 태도라는 걸 알겠어요.” ⑤ “우리의 삶은 주위 사람들과 어우러질 때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닐까요?”

혼자 놀기는 왕따의 상징?

 고등학교 모의고사로 출제된 문제라고 한다. 개로 바뀌었지만 스노우캣이 ‘띵가띵가’ 기타 치는 그림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스노우캣을 그리는 권윤주씨에게 독자가 제보를 해줬다. 제보 내용만 봐서는 문제의 [A]가 가리키는 게 뭔지 알 수 없지만, 이와 무관하게 그림의 상황에 맞는(즉, 작가 의도) 답으로 권씨가 고른 것은 ②번. 하지만 문제의 정답은 ⑤번이라고 한다. “이렇게 가끔 문제에 스노우캣 그림이 실린 걸 봤는데 재밌는 건 뭐랄까, 거의 대부분 바람직하지 못한 예시로 쓰인다는 것.”

 권윤주의 <스노우캣의 혼자 놀기>(열린책들 펴냄)는 2001년 8월15일에 나왔다. 그러니까 ‘혼자 놀기’ 해방 10년째다. ‘스노우캣의 혼자 놀기’는 집단주의에 대한 반항이었다. ‘떼거리문화’에 대한 도전이다. 허위의식에 대한 고발, 집단에서 떨어져나올 때의 불안감에 대한 찬찬한 응시도 있다. 현재 미국 뉴욕에서 거주하는 권윤주씨는 전자우편 인터뷰에서 10년 사이 많이 변했다고 말한다. “예전에는 확실히 집단에서 빠져나온 개인에 대한 압박이 좀 있었지만 요즘은 분위기가 많이 바뀌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젠 ‘틀림’보다는 ‘다름’을 인정하는 추세고 다름이 인정받는다면 굳이 집단 문화에 거부감을 가질 필요가 없지요. 집단 문화 또한 다름의 한 면이니까요”라고 말한다.

 많은 사람이 유행처럼 ‘혼자 놀기’에 도전 중이다. 인터넷에는 ‘혼자 놀기 어딨까지 해봤니?’라는 포스팅이 자주 보인다. 불을 붙인 것은 드라마 <결혼 못하는 남자>에서 지진희가 고깃집에 혼자 가서 고기를 구워 먹는 장면이다. 원작인 일본판에서도 나오는데, 개인 문화가 발달한 그 나라에서도 지나가던 ‘아는 여자’ 둘이 수군거린다는 설정이다.

 인터넷에 떠도는 말에 따르면 ‘혼자 놀기’ 1단계 코스는 영화, 밥, 쇼핑, 카페 가기다. 고기 구워 먹기는 2단계 코스에 해당한다. 그 밖에 붐비는 호프집에서 술 마시기, 뷔페 이용하기, 놀이공원 가기(“낙타 타시면 영웅 되십니다”)가 있다. 여전히 ‘혼자 놀기’의 벽은 높다. “일본 있을 적엔 밥은 혼자서 먹는 경우가 워낙 많고 주변에서도 신경을 전혀 안 써서 편했는데, 귀국하고 보니 혼자 밥 먹기 참 어려운 분위기더군요. 뭐 넉살이 좋아서 혼자도 잘 먹습니다만 그래도 우리나라는 혼자 뭘 하기 어려운 게 참 많아 보여요.… 혼자 뭘 하면 시선이 아주 강렬하게 느껴집니다. 쟈 뭥미? 하는 그런 시선요ㅡ.ㅡ; ”(커뮤니티 사이트 ‘클리앙’에 오른 댓글)

 1단계 ‘지진아’를 위한 ‘혼자 밥 먹는 매뉴얼’도 나와 있다. 붐비는 시간을 피할 것, 검증된 메뉴를 고를 것(혼자 식사하는데 맛까지 없으면 더 우울해진다) 등이다. ‘혼자가 아닌 척’ 속이는 비법도 추가 가능하다. 휴대전화로 통화하면서 식당에 들어간다. “아, 못 온다고?”식의 멘트를 식당의 적절한 위치에서 날려주면 좋다.


혼자 놀기 어디까지 해봤니?

〈결혼 못하는 남자〉의 조재희는 ‘혼자 놀기’에 도전의식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집에서 혼자 화려한 만찬을 차려 먹고, 혼자 고깃집에 가서 고기를 음미하며 먹는다. 한국방송 제공

 다른 한편에서는 기이한 ‘혼자 놀기’가 유행이다. 포털 사이트에 오른 “시간이 많은데 어떻게 놀면 좋을까요”란 질문에 대한 ‘정답’은 다음과 같다. 베개를 가지고 하는 레슬링 놀이, 노래를 틀어놓고 거울 보며 립싱크, 최대한 구석에 몸을 웅크리고 자는 취침 놀이, 1인4역 놀이(동수 포함), 눈 안 감기 놀이, 숨 안 쉬기 놀이(눈 안 감기 놀이와 같이 하면 스릴이 넘친다), 만화의 동작과 대사 따라하기, 조리퐁·인디언밥 등 과자 개수 세기, 동전 연도별로 맞추기(돈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재벌 놀이), 자기가 만들고 싶은 문장을 생각하고 그것을 신문에서 찾아내는 신문 놀이, 1층부터 엘리베이터를 탄 뒤 끝층까지 버튼을 모두 누르는 엘리베이터 놀이, 전봇대 등에 붙은 전단지 떼기 놀이, 장롱 안에 들어가 웅크리고 있는 장롱 놀이(잠이 오면 잔다) 등이 있다. 손과 발로 옮겨가며 하는 ‘실뜨기’ 동영상에는 ‘혼자 놀기 달인’이라는 칭송이 주어진다.

 정신과 전문의 하지현씨는 “조리퐁 개수를 세어본 사람 중에 인터넷에 올리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혼자 놀기’라기보다는 ‘혼자 놀기의 인증’이다. 혼자 놀지만 다른 사람의 시선 아래 놓인다. 자신의 욕구라기보다는 다른 사람의 평균적인 욕구가 만들어낸 놀이다.

 이제 ‘혼자 놀기’의 3단계로 가보자. ‘극기’의 혼자 놀기가 아니라 ‘즐거운’ 혼자 놀기다.

 국어사전에 ‘혼자’는 “다른 사람과 어울리거나 함께 있지 아니하고 그 사람 한 명만 있는 상태”라고 풀이돼 있다. 영어 유의어사전에는 ‘alone’과 비슷한 말로 고독, 외로움, 적막함, 쓸쓸함이 나온다. 미국 심리치료사 플로렌스 포크는 <미술관에는 왜 혼자인 여자가 많을까?>(푸른숲 펴냄)에서 ‘혼자’라는 것이 근본적으로 중립 상태이며 여러 의미라고 말한다.

 포크는 관계를 잘 맺는 능력이 건강한 자기의 증거라고 생각하는 경향을 반박한다. 인생에는 친밀한 관계를 맺으려는 충동과 고독을 통해 자기 본연으로 돌아가려는 충동이 함께한다. 그동안 심리학계는 혼자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는 말하지 않았다. 플로렌스 포크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만큼 자기 자신에게로 돌아가게 해주는 고독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하지현씨도 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혼자 뭔가 한다는 것이 두려운 것은 사회로부터 퇴출당했다는 느낌 때문이다. 속해 있다는 느낌은 편안함을 준다. 항상 여럿이서 하던 일이다 보니 혼자서 하는 능력이 퇴화되기도 했다. 사람에 따라서는 혼자 하는 것에 대한 훈련이 필요하다.”

 김미영(32)씨는 29살에서 30살로 넘어가는 해를 혼자 보냈다. 당시 한 달 되었던, 다시 말하면 애정이 폭발 직전이었던 남자친구는 툴툴댔다. 그 전까지 한 번도 혼자 여행을 떠나본 적이 없었다. 12월30일~1월1일로 경기도 청평에 있는 콘도에서 3일간 콕 박혀서 혼자 놀았다. 집에서는 식구들 신경 쓰여 못한 것을 마음껏 했다. 책 보고, 큰 소리로 노래하고, 영화처럼 욕조에 몸 담그고 와인 마시고, 지난 일기 뒤적이며 울었다. TV로 보신각 종소리를 들으며 남은 반평생도 잘 살 거라고 스스로 위로했다. “안정된 울타리 안에서 늘 주변 사람에게 의존하며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30대가 다 되도록 완전히 독립된 인격체가 되지 못했다는 생각에 스스로가 한심해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었죠. 혼자 여행하며 고독을 즐겨보고 싶어 튄다고 튄 게 기껏 청평이라, 결의에 비해 너무 가까운 거리 아니냐며 주변 사람들에게 비웃음을 샀지만요.”

 박수진(31)씨도 여러 가지 혼자 하는 일을 꾸민다. 이사한 뒤 맞은 첫 주말, 다른 사람을 불러서 북적대는 것보다 혼자 집을 즐기고 싶었다. 집과 단둘이 이야기하고 싶었다. 거실에도 누워보고, 부엌 바닥에도 누워보았다. 와인 한 병을 사왔다. 초를 켜고 즐겁게 혼자 마셨다. 평소 술을 잘 못하는데 와인 한 병을 다 마셨다. 집과 많이 친해졌다.

낯설었던 스노우캣의 혼자 놀기는 이제 공공연한 문화가 되었다. 스노우캣 혼자놀기 발췌
온전한 단독자, 혼자

 “하나는 모든 것이 완성된 상태를 의미한다. 우주와 같은 의미이다. 혼자인즉 하나라는 의미를 깨닫고, 혼자인즉 하나로 온전해질 수 있다면 나는 더 바랄 게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혼자 길을 떠나기 시작했다. 외롭고 긴 행로, 멀고 아득한 마음의 길을 참으로 오래 걷고 달렸다. 그 과정에서 만나게 된 또 다른 존재가 있었다./ 나/ …사람은 과일의 씨앗처럼 잘 여문 고독에 익숙해지고 고독과 하나가 되어야 비로소 고독해지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끝없이 떠나고 돌아오는 일을 되풀이하는 것이다.”(박상우, <혼자일 때 그곳에 간다>)

 소설가 박상우가 펴낸 수필집 중 두 권에는 ‘혼자’라는 단어가 있다. 작가 수첩 <반짝이는 것은 모두 혼자다>에서는 유독 ‘고독’이라는 말이 두드러진다. <혼자일 때 그곳에 간다>는 갑작스럽게 문득 차를 몰고 떠나는 여행을 여행지별로 묶은 책이다. 세상을 살다가 길이 보이지 않을 때 대관령을 찾고, 중학교 시절에 처음 발을 들인 뒤 시도 때도 없이 드나들어 요람처럼 편안한 오대산을 수시로 찾는다. 하지만 ‘무작정’은 아니다. “의식으로 혹은 몸으로 뭔가를 먼저 감지하고 불현듯 떠날 때가 많습니다. 불현듯 떠난 줄 알았는데 현장에 가보면 내적 필연성이 발견됩니다. 가장 최근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여행은 4월13일에 불현듯 전남 강진의 다산초당으로 달려간 거였습니다. 마치 그곳에서 누군가 나에게 강렬한 텔레파시를 보내는 것 같아 한달음에 달려갔더니 동백이 온산을 뒤덮어 오열을 터뜨리게 만들었습니다.”

 그는 혼자서 글을 쓰고 혼자서 여행을 하고 혼자서 사진을 찍는다. 그는 ‘혼자’가 ‘내면-깊이-자유-충만-온전함’이라고 말한다. “‘혼자’라는 말을 사람들은 불안정한 상태라고 생각하고 본능적으로 기피하려 합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가장 온전한 단독자의 형태라고 믿습니다. 혼자 온전해지지 않으면 다른 사람과의 교류도 불안정해집니다. 혼자 온전해진 사람은 절대 남에게 피해를 주려 하지 않고 집단에 무리수를 주지 않습니다. 온전한 단독자로서의 ‘혼자’는 이기주의나 자기 본위주의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온전한 ‘나’를 만든 다음 ‘다른 나’와 소통하려는 바탕 행위로서 ‘혼자’를 완성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김아무개(36)씨는 여행은 혼자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장점 외에 여러 가지가 있다. “여행지에서 최대의 미덕은 ‘몸이 가벼워야 한다는 것’인데, 몸이 무거울수록 그것들 챙기느라 정작 여행지와 호흡할 일은 줄어들게 되죠. 동행인이 있는 여행은 동행인을 알게 되는 좋은 계기가 되지만 여행지는 즐길 수 없고 혼자인 나도 즐길 수 없습니다. 또 혼자 다니면 ‘사람 만나기’가 가능합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은 여행의 묘미인데, 동반자가 있으면 이는 거의 포기해야 하죠.” 영화도 혼자 볼 때 온전히 영화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다. 동행과의 영화보기나 여행은 그냥 ‘데이트’이거나 ‘레저 활동’에 가깝다. “대상 그 자체에 대한 애착이 ‘대상을 누군가와 함께 즐기는 기쁨’보다 크다면 뭐든 혼자이기에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진정한 축구팬이라면 혼자서 축구 보는 것을 즐긴다. 삼겹살의 진정한 마니아라면 고기의 구워지는 상태를 세심하게 관찰하며, 찍어먹는 장과의 조화를 음미하며 혼자 즐길 것이다. 소주도 곁들일 필요 없이. 폭탄주의 진정한 마니아라면 혼자서도 말아먹을 것이다.

해외여행객 모객 단위별 비율

혼자들의 사회가 필요하다

 즐겁게 ‘혼자 놀기’는 ‘사회’가 필요하다. 스노우캣의 ‘혼자 놀기’ 마지막 편 ‘혼자 밥 먹기’는 두 컷의 만화다. 여럿이서 앉아 밥 먹는 가운데 스노우캣이 혼자 앉아 있고, 그 뒷자리로 다른 혼자 먹는 고양이가 앉는다. “내가 있으므로 그는 안심할 수 있다.” 누구나 혼자가 안 되어본 적은 없다. 우리는 ‘혼자 놀기’ 훈련생들이다. 혼자-혼자-혼자-혼자-혼자…들.

〈엄마가 뿔났다〉 한국방송 제공

‘결혼 안식년’ 혼자 여행

“무슨 일 있으세요?”

안소민(35)씨는 지난해 일본 오이타현 온천도시 유후인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혼자 다녀왔다. 남편과 아이 둘을 한국에 두고서였다. 결혼한 지 10년 된 해였고 스스로에게 주는 생일선물이었다. 유후인 기차여행은 산후우울증으로 고생하던 어느 날 잡지에서 보았다. 여행 결정은 조금 충동적이었다. 계속 마음속에 있던 도시로 가는 여행을, 가족과 일정을 맞추다 보면 영원히 못 갈 것 같아서, 신청했다. 회사에 휴가원을 내고 ‘혼자’ 여행을 간다고 하자 사람들의 반응은 “무슨 일 있으세요?”였다.

유후인에서는 집으로 전화도 하지 않았다. 그래도 아이스크림 가게를 보면 아들 생각이 났다. 하지만 가족여행에서는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것을 해봤다. 혼자 밤 산책을 나갔고 아이들과는 못 먹었을 것을 마음껏 먹었다. “혼자 낯선 곳을 여행하니 나 자신이 생소해지더라고요. 주위에서 들려오는 말도 일본어고, 나도 옛날의 내가 아닌 것 같았어요. 나에게 이런 면이 있었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혼 안식년’이 2000년대 미국 여성들 사이에서 유행했다. 일반 직장의 ‘안식월·안식년’이 오랫동안 가정주부로 지내온 여성에게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행도 좋고 ‘딴 살림’을 차릴 수도 있다. 가정주부로서의 역할을 떠나는 것이다. 결혼 안식년이 주는 효과는 안식월·안식년이 주는 효과와 같다. 정신을 개발하고 창조성을 집중시키며 육체적·정신적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다.

지난해 방영된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의 김한자(김혜자)도 ‘휴가’를 선언하고 원룸을 얻어 나갔다. 이를 두고 찬반양론이 분분했다. 아이들도 잘하고 시어머니나 남편 역시 유별스럽게 굴지 않는데 굳이 혼자 나가 살아야 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의견이었다. 김수현 작가는 인터뷰를 통해 “(논란은) 어머니의 인생을 너무 몰라 하는 말이다. 한자는 40년 동안 주부로 일했다. 그를 이해하고 연민을 느낄 수 없는 건가. 우리 사회는 어머니 역할을 너무 당연하게 여긴다. ‘어머니는 이래야 된다’는 고정 틀을 씌운다. 왜 엄마가 ‘밥’이어야 하나.”(<중앙일보>)

‘결혼 안식년’을 떠난 55인의 이야기를 묶은 <결혼한 여자, 혼자 떠나는 여행>(여성신문사 펴냄)에서 셰릴 자비스는 결혼 안식년을 갔다 온 이들이 이 경험을 최상급의 어휘로 표현했다고 한다. 심리학자 메슬로의 ‘절정 경험’을 설명하는 용어들이 이 ‘안식년’의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일상적인 생활 경험과의 극명한 대조, 시간과 공간의 해체, 단순성·생기·독립성·경이로움과 감사의 감정을 드러내는 반응 등등. 절정 경험 속의 인간은 더 자발적이고 더 표현적이며 자기 결정적이고 강하며 자기 고유의 정체성에 더 가깝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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