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르몽드>의 위기가 무색할 만큼, 독자의 확고한 지지에 힘입어 어느 매체보다 굳건한 재정 자립과 독립성을 유지하고 있다.”
9·11 이후, 국가를 믿지 않는 미국인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판 7월호에서 성일권 발행인은 프랑스에서 들려오는 <르몽드> 매각 소식과 관련한 독자들의 걱정에 이렇게 답한다. 우리는 그의 칼럼에서 <르몽드> 매각과 관련된 두 가지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상기할 수 있다. 첫 번째는 <르몽드>의 새 주인 중 한 사람인 피에르 베르제와 세상을 떠난 디자이너 이브 생로랑의 유명한 ‘러브스토리’다. 동성 연인이던 이브 생로랑과 피에르 베르제는 1962년 이브생로랑사를 함께 만들었다. 두 사람은 오랜 세월 동성애자 인권운동에 앞장서고 예술 분야에 재정 지원을 하고 사회당 후보를 지지했다. 얼마 전 피에르 베르제는 <이브에게 보내는 편지>를 출간하며 사회연대의 꿈을 다시 확인했다.
두 번째는 <르몽드> 매각에 대한 국내 보수 신문들의 반응이다. 그들은 새 주주들을 ‘별난 사업가들’로 칭하거나 자신들만이 독립 언론을 구가하는 듯한 논조를 폈다고 성일권 발행인은 비판한다. “<조선일보>가 <르몽드>를 걱정하는 대목에서는 가히 기겁할 정도다. …솔직히 난 국내 언론에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난 당신들이 참 걱정이다.”
<르몽드>의 우여곡절이 어떻든, 여름은 왔다. 이번 7월호 특집은 여름이 깊을수록 인기를 얻는 ‘B급 장르문화’를 돌아본다.
우선 메디 데푸피 등 세 명의 필자가 9·11 테러 이후 나온 할리우드 영화들을 분석한다. 필자들에 따르면, 세계무역센터 빌딩이 무너지면서 미국인들은 개인의 안전을 보장해주지 못한 국가기구의 무능에 절망했다. <엑스맨>에서 ‘악한 돌연변이’들이 백악관 안에서 암살을 시도하는 장면과 <우주전쟁>에서 패주하는 군대가 이를 잘 보여준다. 한편으로, 테러의 충격을 받은 미국인들은 국제사회를 향한 미국의 개방정책과 다자주의가 실패했다고 느낀다. 믿을 것은 미국 자신밖에 없다. 미국이 ‘미개한 세계’를 평화롭게 해야 한다. <우주전쟁>과 <뮌헨>의 결말부에서 영웅은 그에게 부여된 책임을 지고 고독에 맞선다. <알렉산더>에서 대왕의 정복전쟁은 도덕적·인간적으로 그려진다. 슈퍼히어로 영화들은 9·11 테러 이후 등장한 ‘감시사회’를 정당화한다. 슈퍼히어로들은 공동체에 대한 일탈을 범죄로 단죄하면서 온몸을 사용해 사회를 통제한다. 슈퍼맨은 집 벽을 투시해 여자친구를 감시하고 지상의 모든 소리를 감지한다. 엑스맨의 수장인 사비에 교수는 기계의 힘을 빌려 모든 인간의 정신을 엿본다. 스파이더맨이 활동을 멈추면, 범죄율이 70%나 증가한다.
이 밖에도 이번호 특집은 미국 사회의 균열을 드러내는 조지 로메로 감독의 작품들, 인도 발리우드 영화와 아랍의 섹시 뮤직비디오, 폭력적이지만 인기 있는 비디오게임 등을 다룬다. 박근혜와 민주당이 만나야 한다? 1면에 실린 철학자 김상봉 교수(전남대)의 ‘박근혜와 민주당, 만나야 한다’라는 도발적인 제목의 글도 눈길을 끈다. 그에 따르면, 정당의 대립 구도는 현실의 대립을 반영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정당은 현실과 무관한 대립과 갈등을 재생산하게 된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대립은 남한 사회의 반독재 투쟁 과정에서 형성된 대립이고 독재자의 존재를 통해서만 현실 적합성을 얻는다. 누가 지금 독재자인가?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물과 기름처럼 대립해야 할 이유가 있는가? 재벌정책이나 노동정책,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관점에 큰 차이가 있는가? 김 교수는 민주당이 진보 정당 흉내를 내는 것이나, 한나라당이 극우 정당으로 기우는 것 모두 ‘사이비 대립’을 현실적 대립인 것처럼 보이게 하는 가면이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김 교수에게 중요한 것은 선거 때마다 불거지는 진보대연합이 아니라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을 포함한 ‘보수대통합’이다. 세종시 수정안을 부결시킬 때처럼 박근혜계가 민주당과 함께 4대강 사업을 막아낸다면, 보수정치 세력들의 실질적인 연합이 진행될 것이다. 그렇게 보수의 색깔이 분명해져야 진보도 정체성을 명확히 할 수 있다. 김 교수의 글은 정치적 입장에 따라 반론의 여지가 많을 것이다. 그러나 논쟁할 가치는 충분하다.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판 7월호
이 밖에도 이번호 특집은 미국 사회의 균열을 드러내는 조지 로메로 감독의 작품들, 인도 발리우드 영화와 아랍의 섹시 뮤직비디오, 폭력적이지만 인기 있는 비디오게임 등을 다룬다. 박근혜와 민주당이 만나야 한다? 1면에 실린 철학자 김상봉 교수(전남대)의 ‘박근혜와 민주당, 만나야 한다’라는 도발적인 제목의 글도 눈길을 끈다. 그에 따르면, 정당의 대립 구도는 현실의 대립을 반영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정당은 현실과 무관한 대립과 갈등을 재생산하게 된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대립은 남한 사회의 반독재 투쟁 과정에서 형성된 대립이고 독재자의 존재를 통해서만 현실 적합성을 얻는다. 누가 지금 독재자인가?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물과 기름처럼 대립해야 할 이유가 있는가? 재벌정책이나 노동정책,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관점에 큰 차이가 있는가? 김 교수는 민주당이 진보 정당 흉내를 내는 것이나, 한나라당이 극우 정당으로 기우는 것 모두 ‘사이비 대립’을 현실적 대립인 것처럼 보이게 하는 가면이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김 교수에게 중요한 것은 선거 때마다 불거지는 진보대연합이 아니라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을 포함한 ‘보수대통합’이다. 세종시 수정안을 부결시킬 때처럼 박근혜계가 민주당과 함께 4대강 사업을 막아낸다면, 보수정치 세력들의 실질적인 연합이 진행될 것이다. 그렇게 보수의 색깔이 분명해져야 진보도 정체성을 명확히 할 수 있다. 김 교수의 글은 정치적 입장에 따라 반론의 여지가 많을 것이다. 그러나 논쟁할 가치는 충분하다.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