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자원 확보 대안으로 주목받는 인공강우… 실용화 이뤄지면서 환경오염문제 대두
지난 6월14일 오전 10시30분쯤 시엔-235 수송기 두대가 부산의 공수비행단 활주로를 이륙했다. 이들은 통상적인 군사작전을 수행하는 공군수송기가 아니었다. 경남 거창군으로 날아간 1호기에는 요오드화은 연소탄 38발, 경북 구미시로 날아간 2호기에는 지름 1cm 크기의 드라이아이스 조각 400kg이 실려 있었다. 구름의 상태를 인공적으로 바꾸어 비를 만들기 위한 준비물이었다. 오랜 가뭄으로 목마른 대지를 사람의 힘으로 촉촉하게 적실 수 있을지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다.
수송기에 타고 있던 연구자들은 비의 씨앗인 영하 5도 이하의 온도에 짙은 적운형 구름이 나타나길 바랐다. 하지만 상공 1만3천피트의 기온은 영하 1도에 그쳐 과냉각 물방울을 이루지 못했다. 구름 속에서 물방울이 맺힐 최적의 조건이 아니었다. 그래도 4년 만에 수송기에 실은 ‘구름씨’(cloud seed)를 그대로 싣고 착륙할 수는 없었다. 결국 요오드화은 연소탄은 구름 속에 쏘았고, 드라이아이스 조각은 구름 위에 뿌렸다. 그리고 20여분 뒤 당장 성공 여부를 파악하기 힘든 가냘픈 빗방울이 지상에 떨어졌다.
비를 품은 구름 자극해 물방울 맺히도록
인공강우는 이미 1940년대에 기상조절의 수단으로 관심을 모았다. 1946년 11월13일 드라이아이스를 실은 소형 비행기가 뉴욕 교외의 제네타디비행장에서 이륙한 게 최초의 실험이었다. 그뒤 50여년 동안 과학자들은 인공으로 구름을 조절해 비를 만들려는 꿈을 키워왔다. 인공강우로 가뭄에 대비해 수자원을 확보하려는 것이었다. 태풍이나 집중호우 때 미리 해상에 비를 뿌리도록 유도해 폭우장소 분산으로 강우량을 줄여 재해를 막는 데도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했다. 고속도로나 비행장 부근에 깔린 구름이나 안개를 엷게 만들어 대형사고를 막는 데 활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인공강우가 경제성이라는 측면에서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지금껏 이어지고 있다. 현재 미국, 러시아, 오스트레일리아, 중국, 이스라엘 등 40여개국에서 인공강우를 통해 기상을 조절하는 연구를 벌이고 있다.
그렇다면 인공강우는 무한정의 수자원 공급원이 될 수 있을까. 물론 당장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인공강우는 구름도 없는 마른 하늘에서 비를 만드는 게 아니다. 구름이 형성돼 있지만 비를 뿌릴 정도로 여건이 성숙하지 않을 때 구름씨를 뿌려 강우효과를 얻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일부 기상학자들은 인공강우(人工降雨)라는 용어보다 인공증우(人工增雨)가 적확한 표현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어쨌거나 구름에서 비를 만들기 위해서는 작은 먼지나 얼음결정 등이 주위의 수분을 끌어당겨서 물방울을 키워야 한다. 구름층이 형성돼 있어도 빙정핵이 적어 빗방울이 성장하지 못하기에 비행기나 로켓 등으로 구름씨를 뿌려준다.
하지만 자연적인 강우현상을 인위적으로 재현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생성 초기의 구름에서만 적용이 가능하며 순간 포착이 인공강우의 성공 여부를 좌우한다. 구름에도 공기의 상승과 하강 기류가 심하게 움직이고 있어서 적절한 시점을 포착해 구름씨를 뿌려야 하는 것이다. 또한 구름이라고 모두 비를 품고 있는 게 아니다. 인공강우 연구가 활발한 나라들이 항공기를 통해 구름 상태를 장기간 관찰해 구름씨를 뿌리고, 레이더로 흐름을 추적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구름씨를 뿌리는 시점이 맞지 않거나 적당한 구름이 아니라면 오히려 자연강우마저 방해하는 경우도 있다. 구름에 커다란 구멍이 생긴 뒤 떨어져나가면서 비를 품은 구름을 파괴하는 사태를 일으키는 탓이다.
현재 구름씨는 세 가지 방법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먼저 과냉각 물방울이 있는 구름 속에 곱게 부순 드라이아이스를 종자로 뿌리는 방법이다. 고체 탄산가스로 영하 79도에서 기화하는 드라이아이스에 접촉하는 공기는 영하 40도 아래로 냉각된다. 드라이아이스에 접촉된 공기 중의 물방울이 결빙돼 무거워져 지상으로 떨어지면서 비가 되는 것이다. 드라이아이스를 뿌린 뒤 인공강우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성분분석으로 파악하기 힘들다. 구름의 변화를 관측해 예보량과 실제량의 차이를 파악하는 수밖에 없다. 그만큼 자연강우와 차이가 없기에 환경에 끼치는 영향도 거의 없다.
다음은 얼음의 결정구조와 비슷한 요오드화은 같은 화학물질을 구름 속에 살포하는 방법이다. 요오드화은이 연소했을 때 나오는 미립자가 영하 5도 이하에서 빙정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요오드화은 대신 나트륨 마그네슘 염화칼슘 등을 혼합해 빙정핵을 만들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비행기에 물을 싣고 공중에 살포하는 방법이 있다. 과냉각층이 없는 구름지대에서 사용하는 이 방법은 상승기류가 격렬한 구름 밑바닥이나 구름 밑바닥 바로 위에 직접 큰 물방울을 넣어 강력한 비를 유도한다. 경제성이 떨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이론상으로 1t의 물을 구름에 분무하면 100만t의 비를 내리게 할 수 있다고 한다.
구름을 자유롭게 만들 수만 있다면…
인공강우는 장기적 측면의 수자원 확보 수단으로 널리 쓰일 것으로 보인다. 중동지역은 농작물과 식수원 확보를 위해 인공강우에 지대한 관심을 쏟고 있다. 유럽에서는 여름철 우박에 의한 농작물 피해를 줄이려고, 중국에서는 수자원 확보와 농작물 재배를 위해 인공강우를 실시하고 있다. 국내에서 인공강우 실험은 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되었다. 하지만 최근까지 고작 두 차례의 실험을 벌였을 뿐이다. 강우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연구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것도 구름모델 연구를 위한 기상청 전속 항공기가 한대도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진 일이다. 기상청은 1999년 제1차 한-러 기상협력 실무회의에서 러시아의 인공강우 기술을 협력받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만일 댐건설 위주의 수자원 확보 대책에서 벗어나 인공강우 연구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면 2007년으로 예정된 실용화를 앞당길 수도 있을 것이다.
최근 인공강우 실용화가 차츰 이뤄지면서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환경학자들은 구름에 첨가한 화학물질이 지구를 오염시킬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에 대해 연구자들은 구름에 뿌려지는 요오드화은의 양은 리터당 0.1 마이크로그램으로 보건당국이 허용하는 농도의 500분의 1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어떤 사람들은 한쪽 지역에서 비가 인공적으로 내리게 하면 다른쪽 지역이 피해를 입는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구름에서 빗방울을 짜내는 것이 다른 지역에 역효과를 낼 것으로 보는 것이다. 그렇지만 구름에서 내리는 비의 양은 대기 중 수분량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미미하다. 아직까지 인공강우지역 부근의 강우량이 줄었다는 보고도 나오지 않았다.
구름이 비를 만든다는 강수형성이론에 따른 인공강우는 수자원 고갈의 위기에 설득력 있는 대안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국토면적이 좁은 우리나라에서는 비용대비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아무리 우리나라가 실험에 성공해도 인공강우가 부분적으로 실용화된 미국이나 오스트레일리아 등지의 톤당 2센트 안팎보다 훨씬 비쌀 것으로 예측되는 탓이다. 아무리 한반도가 중위도 편서풍대에 있어 기압골이 통과할 때 구름이 많아진다 할지라도 가뭄이 오면 구름은 이내 사라진다. 만일 구름을 자유롭게 만들 수 있다면 인공강우로 전국의 저수지를 채우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어느 누구도 구름을 인공으로 재현하는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김수병 기자 soob@hani.co.kr

사진/ 국내에서도 인공강우실험이 활발하게 이뤄질 전망이다. 지난 6월14일 공군수송기에서 드라이아이스를 구름속에 뿌리는 모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