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잔류 무산된 이종범, 미국행도 포기… 연봉협상 상대는 해태냐 기아냐
“부모님과 전화통화를 했는데 미국행을 반대하셨다. 미국행은 자존심이 걸린 문제라 꼭 가고 싶었는데…. 한국에서 뛰고 싶은 마음은 항상 있었다. 고국으로 돌아간다면 봉사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겠다.”
마침내 이종범(31)이 국내로 복귀한다. 이종범은 지난 6월7일로 일본 프로야구에서 1주일간의 웨이버 공시가 만료됨에 따라 국내 복귀로 최종 거취를 결정한 듯하다. ‘결정한 듯’이라는 말은 이종범의 애매모호했던 태도를 염두에 둔 표현이다. 그는 자신의 거취에 대해 지난 한달간 갈지자 행보를 보여왔다. 그리고 이 복잡한 심경에는 여러 가지 사연이 담겨 있다.
부모와 구단의 설득에 마음 움직여
이종범은 최근 몇달간 야구인생의 최대위기를 놓고 심각한 고민을 했음에 틀림없다. 그리고 이러한 갈등은 여러 차례의 말바꾸기로 비치며 팬들에게 ‘미스터리’로까지 다가왔다. 이종범이 원한 것은 도대체 뭘까. 이종범은 2군행 지시를 놓고 주니치와 호시노 감독에게 강한 불만을 터뜨리며 트레이드를 요구했다. 당시에는 ‘주니치 말고도 다른 구단에서 충분히 전성기 시절의 몫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이같은 배수진 전략으로 이어졌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이미 선동렬의 은퇴 상황에서도 충분히 지켜봤듯이 일본, 그리고 일본 프로야구는 쉽게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즉 주니치 프런트가 이종범의 퇴출을 결정했다손 치더라도 즉각적인 조처는 취할 수 없었다. 주니치는 호시노와 이종범의 갈등이 진행되는 동안 일본 언론에 대고 사실상 이종범의 퇴출이 초읽기라는 것을 몇차례 암시했다. 그러나 이것이 이종범의 방출 요구로 불거져나오자 곧바로 이토 오사무 대표는 “이종범의 퇴출은 없으며 아직도 주니치는 그를 필요로 한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한-일 프로야구 관계를 고려한 지극히 외교적인 발언이었다. 또 애초 이종범의 영입을 위해 총력전을 기울였던 프런트로서는 이렇게 해야 ‘면피’가 된다. 결국 최종 결론은 ‘방출을 강력히 원한’ 이종범의 요구를 주니치가 들어준 격이 됐다. 그러면 갑작스러운 미국행 선언과 포기는 뭘까. 미국행 선언 이후 이종범은 이미 지난 4월부터 메이저리그 진출을 모색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에 외국인 선수를 공급하는 한 에이전트사 등 몇몇 업체가 이종범을 설득해온 것으로 알려졌고, 본인도 심각하게 고민해왔다. 미국으로 이사하는 문제까지 알아봤을 정도로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종범은 혹시 국내 복귀를 앞두고 몸값을 올리려는 ‘꼼수’ 아니냐는 일부의 의혹에 강력히 반발하며 “결코 돈 때문에 그런 게 아니다. 올해는 메이저리그가 힘들겠지만 내년이라도 괜찮다. 정 힘들면 코치연수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일본 특파원들을 통해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앞에서 밝힌 바와 같이 주변의 설득이 결국 이종범의 마음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가족의 반대가 가장 컸다. 아버지 이계준씨와 어머니 김귀남씨가 “손자 둘과 며느리를 데리고 또 외국으로 나가냐. 미국행은 무모하다”며 국내 복귀를 강력히 원했다. 또 정기주 해태 사장의 방일 면담과 김성한 해태 감독, 선동렬 한국야구위원회 홍보위원의 적극적인 설득이 있었다. 김성한 해태 감독은 “에이전트사에서 이종범의 일본 전화번호를 묻기에 일찌감치 이런 시도(미국행 선언)가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화통화에서) 안 되면 코치 연수라도 한다기에 ‘코치에 목맨 것도 아니고 제발 포기하라’고 종용했다”고 밝혔다. 이종범을 잘 아는 야구인 A씨는 다소 다른 견해를 편다. “먼저 일본에 간 선동렬과 이종범은 성격이 다소 다르다. 선 위원은 주위의 의견을 많이 듣지만 결국 최종 결정은 자신이 내린다. 이종범이 빠른 결정을 내리기엔 사실 본인이 일본에서 이뤄놓은 것이 없지 않았느냐”고 평가했다. 다소 우유부단하게 비치는 이종범의 성격과 함께 3년간 상했던 자존심을 어떻게 해서든 회복하고자 하는 마음이 다소 엉뚱하게 미국행 선언과 포기로 이뤄지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돌아오면 외야수 맡을 가능성 높아
정리하자면 결국 이종범이 가장 원했던 것은 일본 다른 팀에서의 잔류였다. 그러나 대상이었던 한신과 긴테스가 차례로 다른 외국인 선수의 영입을 결정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일본 야구규약상 웨이버를 거쳐 자유계약 신분이 된 선수는 시즌중 선수등록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이종범은 간과했다. 이종범은 자신의 연봉(8천만원) 삭감을 감수하고서라도 자유계약선수가 되면 올 시즌 다른 팀에서 뛸 수 있을 것으로 본 것이다.
한국 야구팬들은 올 시즌 후반기에 이종범을 과연 볼 수 있을까. 그리고 이종범은 전성기 시절의 호쾌했던 전국구 스타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이종범은 1998년 일본에 진출할 당시 해태의 임의탈퇴 선수로 공시돼 한국 프로야구로 돌아올 때는 무조건 해태로 복귀해야 한다. 그러나 현대·기아자동차가 해태 타이거즈 인수를 선언한 상태라 협상 상대는 해태가 될지 기아가 될지 불투명하다. 이종범이 복귀 시기에 대해 여운을 남긴 것도 이런 점을 고려한 것이다.
애초 몸값도 비싼 이종범의 영입에 다소 시큰둥했던 해태 정기주 사장이 갑작스레 이종범과의 담판을 위해 일본에 건너간 것도 이후 매각 협상에서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도라는 시각이 있다. 또 올스타전을 전후로 창단을 선언할 기아는 이종범의 영입과 해태 매각이 결부되는 것에 상당히 불쾌해 하고 있다. 이종범은 복귀와 함께 연봉과 부대조건 등에 대해 협상을 벌여야 한다. 복귀는 해태로 한 뒤, 향후의 입단조건에 대해서는 해태보다 기업규모가 큰 기아가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이종범은 일본 진출 첫해인 98년 6월23일 한신전(나고야돔)에서 투수 가와지리로부터 사구를 맞아 오른쪽 팔꿈치 골절상을 입었고 그때의 후유증은 결국 퇴출의 수모로 이어졌다. 재활트레이닝이 부족한 상태에서 3개월 만에 출장을 강행한 게 계산착오였고, 이 과정에서 오른팔 하박부가 왼팔과 달리 약간 휘었다고 한다. 빠른 공에 대한 공략이 둔해졌다는 평가다. 수술 대신 깁스를 했더라면 겪지 않을 수도 있었을 문제였다.
그가 한국에 돌아가더라도 복귀 시기는 천천히 생각해보겠다고 밝힌 것은 이런 것을 염두에 둔 건 아닌지. 즉 호시노 감독과 개인적인 갈등이 불거진 것 말고 이미 그가 전성기 시절을 지났을까 하는 염려 탓에 한국행조차 꺼려 했던 것은 아닐지. 또 경기를 많이 뛰지 못해 실전 감각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해태는 이종범이 돌아올 경우 외야수(중견수)로 돌릴 것까지 고려하고 있다. 해태는 현재 쓸 만한 내야 선수들의 포지션이 겹쳐 고민하고 있다. 이종범으로선 이 역시 자존심 상하는 일이지만 팀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 되었다.
어찌됐건, 우린 기다린다
이종범이 일본에서 얻은 것이 있다면 아들과 딸(정후, 가현), 또 2군 선수로 벤치를 지키는 서러움이라고 한다. 광주 서림초등학교 이후 줄곧 스타의 길만을 걸어오던 그가 자신의 야구인생에서 처음으로 주목받지 못하는 생을 살아본 것이다. 이 경험은 그 자신이 말한 것처럼 귀중한 자산이 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그가 부상 후유증 또는 적응 실패로 복귀 첫해에 신통치 않은 성적을 거두더라도 예전보다 훨씬 성숙한 매너를 보일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여러 가지 사정에도 불구하고 한국 야구팬들은 전국구 스타 이종범의 복귀를 기대하고 있다.
김성원/ 스포츠투데이 야구부 기자 rough@sportstoday.co.kr

사진/ 지난해 아들을 안고 일시 귀국한 이종범. 그는 부모의 만류로 메이저리그의 꿈을 접었다.
이종범은 최근 몇달간 야구인생의 최대위기를 놓고 심각한 고민을 했음에 틀림없다. 그리고 이러한 갈등은 여러 차례의 말바꾸기로 비치며 팬들에게 ‘미스터리’로까지 다가왔다. 이종범이 원한 것은 도대체 뭘까. 이종범은 2군행 지시를 놓고 주니치와 호시노 감독에게 강한 불만을 터뜨리며 트레이드를 요구했다. 당시에는 ‘주니치 말고도 다른 구단에서 충분히 전성기 시절의 몫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이같은 배수진 전략으로 이어졌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이미 선동렬의 은퇴 상황에서도 충분히 지켜봤듯이 일본, 그리고 일본 프로야구는 쉽게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즉 주니치 프런트가 이종범의 퇴출을 결정했다손 치더라도 즉각적인 조처는 취할 수 없었다. 주니치는 호시노와 이종범의 갈등이 진행되는 동안 일본 언론에 대고 사실상 이종범의 퇴출이 초읽기라는 것을 몇차례 암시했다. 그러나 이것이 이종범의 방출 요구로 불거져나오자 곧바로 이토 오사무 대표는 “이종범의 퇴출은 없으며 아직도 주니치는 그를 필요로 한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한-일 프로야구 관계를 고려한 지극히 외교적인 발언이었다. 또 애초 이종범의 영입을 위해 총력전을 기울였던 프런트로서는 이렇게 해야 ‘면피’가 된다. 결국 최종 결론은 ‘방출을 강력히 원한’ 이종범의 요구를 주니치가 들어준 격이 됐다. 그러면 갑작스러운 미국행 선언과 포기는 뭘까. 미국행 선언 이후 이종범은 이미 지난 4월부터 메이저리그 진출을 모색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에 외국인 선수를 공급하는 한 에이전트사 등 몇몇 업체가 이종범을 설득해온 것으로 알려졌고, 본인도 심각하게 고민해왔다. 미국으로 이사하는 문제까지 알아봤을 정도로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종범은 혹시 국내 복귀를 앞두고 몸값을 올리려는 ‘꼼수’ 아니냐는 일부의 의혹에 강력히 반발하며 “결코 돈 때문에 그런 게 아니다. 올해는 메이저리그가 힘들겠지만 내년이라도 괜찮다. 정 힘들면 코치연수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일본 특파원들을 통해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앞에서 밝힌 바와 같이 주변의 설득이 결국 이종범의 마음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가족의 반대가 가장 컸다. 아버지 이계준씨와 어머니 김귀남씨가 “손자 둘과 며느리를 데리고 또 외국으로 나가냐. 미국행은 무모하다”며 국내 복귀를 강력히 원했다. 또 정기주 해태 사장의 방일 면담과 김성한 해태 감독, 선동렬 한국야구위원회 홍보위원의 적극적인 설득이 있었다. 김성한 해태 감독은 “에이전트사에서 이종범의 일본 전화번호를 묻기에 일찌감치 이런 시도(미국행 선언)가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화통화에서) 안 되면 코치 연수라도 한다기에 ‘코치에 목맨 것도 아니고 제발 포기하라’고 종용했다”고 밝혔다. 이종범을 잘 아는 야구인 A씨는 다소 다른 견해를 편다. “먼저 일본에 간 선동렬과 이종범은 성격이 다소 다르다. 선 위원은 주위의 의견을 많이 듣지만 결국 최종 결정은 자신이 내린다. 이종범이 빠른 결정을 내리기엔 사실 본인이 일본에서 이뤄놓은 것이 없지 않았느냐”고 평가했다. 다소 우유부단하게 비치는 이종범의 성격과 함께 3년간 상했던 자존심을 어떻게 해서든 회복하고자 하는 마음이 다소 엉뚱하게 미국행 선언과 포기로 이뤄지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돌아오면 외야수 맡을 가능성 높아

사진/ 이종범의 부진은 일본 진출 첫해에 입은 부상때문이다. 무리한 출장은 치명적인 계산착오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