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제일 ‘핫’한 음악가인 미카·레이디 가가·라루·리틀 부츠·핫칩의 공통점은 뭘까. 신시사이저를 활용해 귀에 쏙 들어오는 멜로디를 구사하는 음악가란 사실이다. 최근 몇 년간 영국을 중심으로 유행하는 1980년대 뉴웨이브 사운드, 이른바 윙키팝의 재림은 글로벌한 트렌드로 발전하고 있다.
신시사이저 이용한 ‘귀에 쏙들어오는 멜로디’
그런데 뉴웨이브에 기반한 음악이 속속 등장해 상업적으로 성공하고 저널과 평단의 호평을 받는 일이 단지 남의 나라 얘기만은 아니다. 최근 한국에서 유행하거나 좋은 평가를 받은 음악들 역시 비슷한 경향 아래에 있다. 메이저와 인디를 막론하고 이런 평가와 반응이 눈에 띌 정도다. 소녀시대·브라운아이드걸스·f(x)·티아라·샤이니 같은 그룹을 비롯해 고고스타·치즈스테레오·텔레파시 같은 인디밴드들이 일렉트로닉팝 싱글을 히트시키거나 화제가 된 당사자다. 특히 개인적으로는 ‘티비 옐로우’와 ‘9와 숫자들’을 주목하고 있다.
티비 옐로우는 1980년대의 아하·디페시모드·뉴오더 같은 뉴웨이브 사운드를 안정적으로 재현하는 데 재능을 집중한다. 데뷔앨범 <스트레인지 이어스>(Strange Ears)는 여타 유사한 한국 앨범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완성도를 지녔다. ‘21세기 모든 힙스터가 주목해야 할 사운드’라는 홍보문은 이들이 글로벌 트렌드의 우산 아래에 있음을 반영한다. 훅이 넘실거리는 <알파>, 신시사이저와 전기기타의 활용도가 도드라진 <캐시미어> <패스터> 등은 ‘한국의 힙스터’라고 볼 수 있는, 1990년대에 20대를 보낸 세대가 공감할 사운드를 갖고 있다.
9와 숫자들도 이와 비슷하다. 방법적으로는 1980년대 신스팝과 맨체스터 사운드를 가져왔는데 정서적으로는 가요(멀게는 1970년대 캠퍼스 그룹사운드부터 가깝게는 90년대의 이오공감)를 지향한다. <그리움의 숲> <석별의 정> <삼청동에서> <선유도의 아침> 등의 노래에선 펫샵보이스와 스톤로지스가 뒤섞인 와중에 키보이스와 (그 이름도 아련한) 오태호가 슬쩍 끼어드는 느낌이 든다.
이 두 그룹이 흥미로운 이유는 앞서 언급한 글로벌한 트렌드가 한국에서 수용되고 반영되는 차이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팝의 감수성을 재현하는 방법을 따르면서 가요의 감수성도 계승한다. 티비 옐로우와 9와 숫자들의 차이라면 전자가 사운드 재현에 좀더 집중하고 후자가 감수성 반영에 더 집중한다고나 할까.
팝의 감수성과 가요의 감수성이 융합된 듯 이때 중요한 건 여기서 말하는 ‘가요’의 정의다. 이들의 음악이 따르는 가요는 단지 ‘한국어로 된 노래의 총칭’이 아니다. 사운드와 감수성, 요컨대 방법론에서 다른 시대, 다른 방식의 가요와 구분될 필요가 있다. 이 ‘새로운 가요’를 대중문화웹진 <웨이브>의 최민우 편집장은 “(그 당시) 고급스런 팝의 세례를 받은 사람들이 만든 가요”라고 정리한 바 있다. 2010년 한국 대중음악의 트렌드를 80년대와 90년대 초반에 걸쳐 등장한 ‘새로운 가요’를 체화한 세대가 주도하는 것이다. 요약하자면 요즘 대중음악 트렌드는 ‘글로벌한 감수성이 반영되는 데 더해 이전 세대의 가요를 계승·재해석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얘기다. 이제까지의 가요가 가요처럼 보이지 않으려고 애썼던 걸 상기할 때 흥미로운 지점이다. 차우진 대중음악평론가
(위) 티비 옐로우· (아래) 9와 숫자들. 비트볼뮤직·파고뮤직 제공
팝의 감수성과 가요의 감수성이 융합된 듯 이때 중요한 건 여기서 말하는 ‘가요’의 정의다. 이들의 음악이 따르는 가요는 단지 ‘한국어로 된 노래의 총칭’이 아니다. 사운드와 감수성, 요컨대 방법론에서 다른 시대, 다른 방식의 가요와 구분될 필요가 있다. 이 ‘새로운 가요’를 대중문화웹진 <웨이브>의 최민우 편집장은 “(그 당시) 고급스런 팝의 세례를 받은 사람들이 만든 가요”라고 정리한 바 있다. 2010년 한국 대중음악의 트렌드를 80년대와 90년대 초반에 걸쳐 등장한 ‘새로운 가요’를 체화한 세대가 주도하는 것이다. 요약하자면 요즘 대중음악 트렌드는 ‘글로벌한 감수성이 반영되는 데 더해 이전 세대의 가요를 계승·재해석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얘기다. 이제까지의 가요가 가요처럼 보이지 않으려고 애썼던 걸 상기할 때 흥미로운 지점이다. 차우진 대중음악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