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가능한 에너지원으로 북해상에 단지 조성… 국내 방조제에도 해양풍력 도입해 볼만
바닷바람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해상풍력발전단지(offshore windfarm) 건설열기가 북해를 달구고 있다. 영국, 덴마크, 네덜란드, 스웨덴 등 북해와 발트해 주변국가들은 화석연료처럼 지구온난화물질인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도 않고, 육지의 풍력기처럼 자연경관을 해친다는 논란을 야기하지도 않는 바다 위에 풍력발전기를 세우고 있다.
풍력은 태양에너지와 더불어 가장 친환경적이고 쉽게 얻을 수 있으며 끝없이 반복해서 생산해낼 수 있는 재생에너지원이다. 기술적으로 어렵고 설비비용이 비싼 태양 등 다른 대체에너지원에 비해 풍력시장은 가장 저렴하고 기술적인 장애가 거의 없기 때문에 어느 나라나 쉽게 이용할 수 있어 최근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99년에만 전년대비 65% 증가) 수심 30m 이내의 유럽 근해에서 부는 바람의 힘만으로 유럽 전역에서 사용하는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는 연구가 나와 있을 정도로 무궁무진한 에너지원이다. 기술적으로는 바다 깊이 30m의 바닥에 지주를 박아 풍력기 설치가 가능하고 그 너머로는 바다 위에 떠 있는 상태로 돌아가는 풍력기를 세울 수 있다. 바다 위에 떠 있을 경우 비용이 많이 들어 경제성이 떨어지나 기술적으로는 가능하다는 것.
북해상 곳곳에 잇따라 들어서는 해상발전소
현재 북해상에서 돌아가는 바다풍차는 모두 78개로 약 80MW의 전기를 생산한다. 약 6만 가구가 공해없는 깨끗한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전기만을 생산하는 최초의 현대판 바다풍차는 1991년에 세워졌다. 덴마크의 빈대비(Vindeby)해상풍력발전소로 해안에서 1500m 떨어진 바다 위에 모두 11개의 풍력기가 돌아가고 있다. 현재 가장 바다 멀리 나가 있는 것 역시 덴마크에 있는 튜노(Tuno)해상풍력발전소로 6km나 육지에서 떨어져 있다. 가장 바다 깊숙히 설치된 것으로는 스웨덴의 고틀랜드(Gotland)로 해저 7m 바닥에 지주를 묻었다. 지금까지의 발전소들은 실험용에 속하고 현재 북해 연안 11곳의 바다 위에 대형용량의 해상풍력발전소 수백개가 본격적으로 건설중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풍차를 이용해온 유럽인의 눈에는 전기만을 생산하는 현대식 풍력기가 그다지 좋게만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전통적인 풍차의 멋과 낭만이 사라지고 회색빛으로 단순한 모양을 한 풍력기가 많게는 수십개씩 늘어서 전원의 풍경을 해친다는 불만이 그것이다. 실제로 네덜란드에서는 설문조사에서 절반이 훨씬 넘는 80% 가까이가 육상에서 돌아가는 풍력기에 싫증을 냈다. 이 때문에 “전에는 농촌지역에서 원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풍력기를 세울 수 있었는데 지금은 제약을 받는다”고 네덜란드 환경운동가 비에트는 말한다. 육지의 풍력발전소가 있는 곳은 바람이 많이 부는 언덕이나 너른 평지라서 눈에 잘 띄는 탓이다. 게다가 날개 돌아가는 소리가 적지 않아 소음공해의 논란도 제기되고 날아가는 새들이 위험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이런 까닭에 유럽의 풍차는 바다로 나가게 되었다. 바다에서는 육지에서의 문제들이 거의 극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닷바람에 장비가 삭는 것을 방지하는 것은 기본에 속하고 해일이나 폭풍 등 극단적인 기후의 가능성까지 대비한 기능도 갖춰야 한다. 환경에 주는 영향은 단기간의 조사만으로 안전판단을 할 수 없지만 현재까지의 연구와 시험가동을 통해 거의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오히려 발전기의 지주가 바다 밑에서 인공암초의 역할을 해 고기들이 모인다는 연구도 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공해없는 해상풍력에너지 발전기술은 대기오염과 해양생태계를 파괴한다는 비난을 들어온 해저석유채굴기술에서 비롯되었다.
세계에서 가장 바닷바람 이용 의지가 높은 나라는 반도국인 덴마크로 2030까지 전체 필요전력의 40%를 해상에서 부는 바람의 힘으로 조달하려고 한다. 여기에 육상의 바람 10%를 추가해 절반인 50%를 풍력만으로 공급한다는 것. 이를 위해 5곳의 부지를 이미 선정해 공사에 들어갔고 그중 수도인 코펜하겐항에서 3km 발트해 바다 밖에 각 2MW 규모의 초대형 해상풍력기 20개가 설치된 세계 최대규모 해상풍력단지가 조성되어 청정에너지를 공급하고 있다. 조수간만의 차가 커서 수km에서 수십km씩 갯벌이 드러나고 일년 내내 바닷바람이 부는 거의 비슷한 지형조건을 가진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유럽서 가장 바람의 힘이 강한 나라는 역시 섬나라 지형을 가진 영국이다. 유럽 전체의 해상풍력발전 잠재력의 33%가 영국 해안에 있다. 지난해 10월 영국은 스코틀랜드 가까이 위치한 공업항 블라이스해상에 덴마크보다 몇달 앞서 세계 최대의 해상풍력발전기를 세웠다. 각 2MW 규모로 2대의 풍력기가 무려 3천가구에 전기를 공급한다. 블라이스는 영국 정부의 ‘10년 내 전체전력의 10%를 재생에너지원으로 교체한다’는 목표에 이바지할 것으로 보인다. 블라이스해상풍력발전소의 성공적인 가동에 힘입어 지난 4월 초 영국 정부는 18곳의 해상에 3MW급 풍력기 90개를 세운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부지까지 선정했다. 이 계획이 완공되면 100만가구에 전기를 공급해 영국은 말 그대로 ‘바람의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10%로 잡고 있는 친환경에너지원 목표 중 육상바람이 2.6%, 해상바람이 1.8%를 차지하여 절반 가까이가 풍력이다. 바람 많이 불고 비 많이 오는 악명높은 영국 날씨조건이 이제 영국인들에게 효자노릇을 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친환경에너지시대로의 진입이 그렇게 순조롭지만은 않아 보인다. 핵발전소건설 재추진, 알래스카 유전발굴 등 최근 부시 미국 정부의 화석연료로의 회귀 천명이 영국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 또한 영국 국방부는 바다 위에 세워질 풍력기가 전투기의 저공비행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며 딴죽을 걸기도 했다. 이에 그린피스와 지구의벗 등 환경단체는 시늉만 내지 말고 강력하게 친환경에너지정책을 밀고나가라고 주문한다.
런던서 쉬지 않고 달려 5시간이 넘게 걸리는 북해 연안의 작은 항구 블라이스를 찾았다. 동쪽 바다로 난 방파제 위에는 소형의 준해상(semi-offshore)풍력발전기 8개가 지난 92년에 건설되어 돌아가고 있었다. 그 너머 1km 밖 바다 위에 기둥 높이 60m, 날개 길이 35m의 해상풍차 두대의 날개가 햇빛에 반짝이고 있다. 이렇게 맘만 먹으면 작은 공간에서 엄청난 무공해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는데 왜 우리 인간은 이제까지 그 위험한 핵발전소며, 공해와 환경을 파괴하는 화석연료, 대형 수력발전만을 고집해온 걸까? 세계 최대의 해상풍차 앞에서 탄성과 함께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미국 에너지정책 영향…갯벌에도 풍력기를
1km 밖이라고 하지만 시야가 넓은 바다여서인지 몇백m 이내로 가까이 보인다. 인근을 지나는 어선과 요트가 성냥갑처럼 작게 보여 실제 풍력기가 얼마나 큰지 가늠할 수 있었다. 과거 유럽 최대의 석탄수출항으로 명성을 날리던 블라이스에는 지금 지구상에서 가장 큰 풍력발전기가 돌아가고 있다. 화석연료시대를 마감하고 친환경에너지시대를 열고 있는 역사적인 곳인 셈이다. 방파제 위에서 만난 지역주민 피터는 해상풍력발전소로는 세계 최대로 ‘블라이스의 자랑’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려 보인다. 우리나라의 서해에도 간척으로 인한 방조제 수백km가 있다. 갯벌 위로 불어오고 불어나가는 바람의 힘을 모으는 풍력발전소가 들어선 새만금 방조제와 시화방조제의 모습을 영국 블라이스의 방파제 위에 서서 상상해본다.
블라이스=글·사진 최예용 통신원 choiyeyong@yahoo.co.kr

사진/ 풍력기는 바닷속 30m에 지주를 박아 설치할 수 있다. 네덜란드의 풍력발전 시설 모습.

사진/ 영국 블라이스항 방파제 위에 설치외더 있는 준해상(semi-offshore)풍력발전기. 92년에 모두 9기가 건설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