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판 2월호
“분명한 것은 (촛불시위로 상징되는) 자본주의적 시민의 욕망과 자본주의를 벗어나려는 좌파의 욕망이 대화하고 섞이는 곳에서 좌파는 대중의 신뢰를 얻기 위한 단서를 얻게 되리라는 것이다. 좌파는 자신이 대중과 다르다는 사실을 명백히 인정하고, 그 바탕 위에서 대중과의 소통을 도모해야 하지 않을까?” 마리 베닐드 언론비평 전문기자가 쓴 인쇄(종이)매체의 미래에 대한 분석 기사는 ‘비관적인 낙관론’으로 읽힌다. 그의 지적대로, 요즘처럼 수많은 매체를 통해 ‘정보 이용’이 가능한 적은 일찍이 없었다. 반면 ‘정보 생산’은 최악의 위협에 직면해 있다. ‘온라인 유료화’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지만, 그 또한 예측 불허다. 베닐드 기자는 ‘정보의 공공재적 개념’이 확산되는 데서 희망을 발견한다. 그는 독일 철학자 위르겐 하버마스의 말을 따 “언론 생산물의 운영을 시장의 손에 맡긴다는 생각은 이성적이지 못하다”고 썼다. “기억은 이상하리만치 선별적이다.” ‘빛의 화가’로 알려진 인상파의 거두 카미유 피사로(1830~1903)의 잊혀진 ‘참여예술’을 들춰낸 기사도 흥미를 끌 만하다. 인상주의 화가의 7차례 공동 작품전에 단 한 번도 빠지지 않은 유일한 인물로 알려진 피사로를 정치 참여 화가로 기억하는 이들은 많지 않을 게다. <르 디플로>는 “이번에 새로 편집돼 나온 그의 작품집 <파렴치한 사회>에서 피사로는 그의 섬세한 예술을 이해하기에는 너무 투박한 민중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며 “인상파 기법에 리얼리즘을 결합해 투쟁하는 민중을 그려냈다”고 평했다. 아이티의 ‘강요된 재앙’ 이번호에도 지구촌 구석구석의 소식이 풍성하게 담겨 있다. 역사학자 크리스토프 와르그니는 ‘제국주의를 몰아낸 노예들의 국가’에 가해진 외세 침탈의 역사와 매판세력·정치폭력·자연재해에 시달리다 끝내 최악의 참극을 겪게 된 아이티의 ‘강요된 재앙’을 세밀하게 풀어냈다. ‘가시밭길’을 앞에 두고도 더디지만 한 걸음씩 나아가는 아프리카 각국의 독립 50주년을 점검한 기사도 눈길을 끈다. 이 밖에 미국의 대리전을 벌이는 파키스탄 정부와 전투 자체가 목적이 된 탈레반의 ‘출구 없는 분쟁’에 대한 특파원의 보고도 묵직하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